금융시장 요동…한동훈 탄핵찬성 선회가 변곡점

코스피·코스닥 장 초반 상승하다 하락

원/달러 환율도 장 중 1430원선 육박

정치 불안에 극도로 민감해진 금융시장

개인투자자는 6일 하루 7500억 투매

정부·한은 시장 안정화 안간힘 ‘역부족’

피치 “불안 장세 수개월 이어질 수도”

2024-12-06     장박원 에디터

윤석열 탄핵 정국 탓에 국내 금융·외환시장은 6일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국내 정세 변화를 생생하게 목격 중인 개인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이 커지자 보유한 주식을 투매했다. 이날 개인은 무려 7500억 원어치를 매도했다. 주식시장 개장 직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모두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에 대한 조속한 집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며 탄핵 찬성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하락 전환한 뒤 낙폭을 키웠다.

 

코스피·코스닥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치 불안에 개인투자자 7500억 대량 매도

장 중 코스피 지수는 심리적 저항선인 2400선이 무너졌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지수는 644선까지 하락하며 4년 7개월 만에 장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줄곧 약세를 보이다 전장 대비 13.70포인트(0.56%) 내린 2428.15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종가는 전장 대비 9.61포인트(1.43%) 내린 661.33를 기록했다.

정치인 테마주가 급등한 것도 시장의 불안감을 방증한다. 한동훈 대표의 탄핵 찬성 소식이 전해진 직후 코스닥시장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이 상한가로 직행했다. 이후 다시 떨어졌으나 큰 폭으로 오른 상태로 거래를 마쳤다. 한동훈 대표 테마주들 역시 오름폭을 대폭 확대했다. 투기에 가까운 테마주들이 일제히 탄핵안 통과 가능성에 베팅한 셈이다.

원/달러 환율은 장 중에 1429원까지 급등

서울 외환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0.9원 오른 1416.0원으로 출발했다. 그러다가 한 대표 발언이 나온 오전 10시 30분 전후로 가파르게 오르며 전날보다 달러당 14.1원 뛴 1429원선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환율이 빠른 속도로 오르자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나오면서 상승 폭이 줄었다. 이날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4.1원 오른 1419.2원을 기록했다. 2022년 11월 4일(1419.2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국회의 윤석열 탄핵소추안 결의를 앞두고 증시와 외환시장은 정치권에서 전해지는 작은 소식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장의 불안감과 변동성은 당국간 지속될 것이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한 뒤에야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다.

 

달러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소 내년 1월 중순까지 시장 불안 이어질 듯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6일(현지시간)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향후 몇 달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가 발간한 보고서 제목은 ‘정치적 변동성에도 한국의 신용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건재하다’였으나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하거나 지속적인 정치 분열로 정책 결정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경제 성과와 정부 재정이 약화하면 한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메리츠증권은 최소한 내년 1월 중순까지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근혜 탄핵 당시 최초 언론 보도부터 퇴진까지 약 46일이 소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1월 18일 전후에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2기를 앞둔 데다 프랑스 하원의 내각 불신임 등 여러 대외 변수가 있어 금융시장 불안은 더 길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 시장 안정화에 안간힘 쓰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쓸 수 있는 카드를 대부분 사용한 데다 금융당국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에도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두 참여하는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는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연일 열리고 있다. 최 장관은 “(외국에) 우리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정책 대응 여력을 적극 설명하며 대외 신인도에 영향이 없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24시간 대응체계 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은 물론 실물경제 관련 부처·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경제금융상황점검 전담팀(TF)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추진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시장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발언을 이어갔다. “연말 금융권 자금 상황 점검 결과 장단기 채권시장, 예수금, 퇴직연금 등에 급격한 쏠림 현상은 없고, 금융회사 유동성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니 투자자들도 신뢰를 가져달라.”

 

김병환 금융위원장(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4.12.6. 연합뉴스

국가신용등급 하락 사태는 막아야

이에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5일 기자간담회에서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국내 시장 상황에 대해 해외에서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한국의 대외 신인도 하락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장담했다. 순수하게 정치적 이유로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와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나 경제 성장 모멘트를 해외 투자자들이 합리적으로 분리해서 판단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윤석열 탄핵과 퇴진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트럼프 재집권을 비롯한 대외 불안 요인들이 적지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치 불안을 빌미로 국내 시장을 떠날 위험이 상존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하고 철저한 선제적 관리가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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