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린 박정훈 대령…"채 상병 억울함 풀어달라"
군 검찰, 결심공판서 박정훈 대령에 징역 3년 구형
구형 떨어지자…방청객들 "부끄러운 줄 알아라!"
군 검찰 "사단장 처벌에만 주력하는 것 아닌지…"
변호인 "자신이 겪은 일을 진술하니 일관된 것"
격앙된 방청객들 "해병대 안 보내기 운동할 것"
임태훈 "윤석열도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하라"
"검찰의 주장처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이첩 보류만 주장했으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제가 고민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2023년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2박 3일의 고민이 사령관 수첩, 전화 녹취, 관계자 문건, 법무관리관과 제가 한 5회의 통화로 남았는데, 김 사령관과 참모들이 이첩 보류를 명령했다고 주장하면서 김 사령관이 무엇을 명령했다고 말하지 못한다…재판장님, 군에게 불법적인 명령을 내리면 안 되고 불법적인 명령에 응하면 안 된다고 말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보이진 않지만 언제나 함께하고 있는 고 채수근 상병에게,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겠다고 한 저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랍니다."(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최종 진술 중)
박정훈 대령(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한 말이다. 박 대령은 고 채수근 해병을 입에 올리며 흐느꼈다. 10번의 재판 중 박 대령이 눈물을 흘린 것은 처음이다. 방청객들은 박 대령과 함께 눈물을 흘렸고, 안타까움에 탄식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군 검찰은 박 대령의 눈물과 진실을 외면했다. 군 검찰은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대령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정에서는 "제대로 된 판결이 안 나오면 해병대 안 보내기 운동을 할 거다" "(군)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의 야유와 고함이 터져 나왔다. 재판장이 나서서 자중해달라고 요청했고, 잠시 뒤 소리가 잦아들었다.
군 검찰은 "피고인이 범행 일체의 사실을 부인하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피고인은 김 사령관이 이첩을 중단시킨 것을 명백하게 지시한 바 없다고 했다. 자신은 소임을 다 한 것이고 이첩 보류 지시는 외압에 의한 것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인들이 한 말은 피고인의 주장과 다르다"며 "이종섭 전 장관의 지시 사항을 수명하지 않기 위해(명령을 받들지 않기 위해) 토의를 한 것은 말이 안 된다. 피고인은 자기가 만들어 놓은 틀에 있어서 상황과 다르면 직권남용과 외압이라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검찰은 "피고인은 사단장을 처벌하는 것에만 주력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라면서 "이런 행위는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행위다. 또 피고인의 변명은 군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중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령의 변호인은 거듭 "객관적인 사실만 봐도 되는 사건"이라며 "이첩 보류는 존재하지 않았다. 2023년 8월 1일 김 사령관과 박진희 군사보좌관(현 육군 소장)이 텔레그램으로 이첩 여부를 확인하는데, 이첩 보류가 있었으면 확인할 필요 없었다"고 주장했다. 방청석에서도 변호인의 주장에 동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자신이 겪은 일을 경험한 것에 기초해서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상관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이 전 장관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만한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의 진술이 허위가 아닌 것은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이 '사단장까지 처벌 범위에 포함돼 있어 국민들이 엄정하게 수사가 잘 됐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한 것에서 확인된다"며 "정책실장도 이에 동의했다. 피고인이 기자들 질문에 대답한 내용을 보면 객관적 증거가 존재해 허위 사실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 "박 대령이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할 이유가 없다"며 "기소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김 전 사령관은 아예 뒤로 빠져 있다. 하지만 핵심 증언들이 국회에서 나와 비교적 (입증이) 어렵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무조건 무죄 판결이 나야 한다"며 "박 대령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와 이 나라에서 성장할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향후 일정에 대해 "우리는 (박 대령의) 무죄를 탄원하고 있다"며 "군인권센터는 대국민 무죄 탄원 서명 운동에 돌입한다. 국민들이 무죄 탄원을 해줘야 채수근 상병의 억울한 죽음이 풀리는 특검이 개시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음 주 국정조사가 (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라며 "우리는 130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한 달 동안 매일 불러내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수사외압에 굴했는지 알아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박 대령 결심 공판을 계기로 수사 외압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군 검찰에 대해 비판했다.
오전 재판이 시작되기 전 군사법원 앞에는 해병대 전우회, 종교계, 시민단체 등이 모여 박 대령을 응원하며 "대통령이 끼어서 이런 사태가 만들어졌다"며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검찰이 박 대령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자, 민주당은 '군 검찰의 구형으로 사법 정의가 또 한 번 죽었다'고 논평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오후 서면 브리핑을 내고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는 것이 어떻게 항명이고 상관에 대한 명예훼손이냐"며 "박 대령은 정당한 수사를 한 죄 밖에 없다. 그것이 죄라는 군 검찰의 주장을 대체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노 대변인은 "채 상병 순직의 진실을 덮으려는 정권의 파렴치함에 분노를 멈출 수 없다"며 "사병의 목숨은 파리 목숨이냐. 박 대령에 대한 군 검찰의 구형이 사법정의를 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 검찰의 구형은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높일 것"이라며 "국가에 대한 신뢰를 파괴한 것이다.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국정조사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파렴치한 소리는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권의 치부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국회의 본분을 저버리려 하다니 정말 비열하다"며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반드시 관철해 채 상병 순직의 책임을 묻고 박 대령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전했다.
한편 박 대령의 1심 선고일은 내년 1월 9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