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트럼프" 국민일보 칼럼, 무지인가 나태인가

"서로 따라하듯 닮았다"는 논설위원, 실소 자아내

중범죄자, 포퓰리즘, 극렬팬덤에서 같다고 주장

둘 간의 차이점 무시이거나 못 보는 무능이거나

2024-11-18     이명재 에디터

이재명 대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닮은꼴이라며 비교하는 18일자 어느 신문의 칼럼이 많은 주목을 끌고 있다. 국민일보에 실린 이 신문 논설위원의 칼럼 <트럼프를 닮은 이재명>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트럼프 당선인이 "서로 따라하나 싶을 만큼 닮은 점이 많다"면서 여러 비슷한 점들을 제시한다.

“둘 다 전형적인 포퓰리스트”이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이재명의 기본 시리즈는 전혀 다른 성격의 정책임에도 대중영합주의란 본질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중범죄 피고인이란 점이 같다"고 한다. 둘 다 극렬 팬덤을 가졌으며, 중범죄인이라는 점에서도 닮았다고 썼다. 심지어 암살 위기를 당한 것까지도 닮은꼴로 거론한다.

 

국민일보의 18일자 논설위원 칼럼 '트럼프를 닮은 이재명'. 

이 글에서 제시한 여러 닮은 점들을 보면서 무엇보다 우선 드는 의문은 왜 좀 더 확실하게 닮은 점들은 얘기하지 않는가, 라는 것이다. 둘 다 사람이고 남자이라는 점은 왜 닮은꼴로 꼽지 않는가. 눈과 귀가 똑같이 2개씩이며 입이 하나라는 것은 닮은 것을 넘어 일치하는 것인데, 그런 점들은 왜 얘기하지 않는가. 이 글은 눈과 귀가 둘씩인 것을 닮았다고 하면서 그러나 트럼프와 이 대표가 그 눈과 귀로 각각 어떻게 보고 듣는지, 그 입으로는 무엇을 얘기하는지에 대해서는 보려 하지 않는 것과도 같다. 트럼프와 이재명 두 사람에겐 모두 생각하는 머리가 있지만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해 두 사람이 해 온 발언들, 그 발언들에 담긴 인식에서 얼마나 닮은 점이 있는지, 그게 무엇인지 가리려 하지 않는다. 닮은 점이 없는 것을 넘어서 거의 정반대 방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차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누구를 대상으로 하든 간에 두 사람 간의 닮은 점을 얘기하기 위해선 다른 점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러지 않은 닮은꼴 비유는 무지이거나 나태일 뿐이다. 자신이 사실이라고 보는 점들을 전체화하고 두 사람이 빼닮았다고 전제하면서 출발하는 이 글의 전개는 닮은 점이라고 단언한 표피적인 '사실들' 바로 밑의 그와 상반되는 점들을 무시해버린다. 의도적인 무시가 아니라면 보지 못하는 무능이다. 필자는 자신의 불성실과 무능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려는 의사도 없어 보인다.

이 글은 “미국 대선 와중에 이재명이 꺼내든 ‘먹사니즘’은 트럼프를 벤치마킹하나 싶었다”면서 ‘경제가 전부였던’ 선거에서 트럼프는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동력 삼아 승리했다고 썼다. 마치 이 대표가 트럼프를 흉내내는 것으로 얘기하는데, 통계수치까지도 왜곡하고 허위와 과장, 가짜뉴스를 인용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가짜뉴스를 만들어낸다고 미국의 유력 언론들로부터 지적을 받는 트럼프의 발언들과 서민들의 실생활 경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 대표의 먹사니즘을 동일시해버리는 것이다.

이 대표의 기본소득 정책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닮았다는 대목은 한데 비교할 수 없는 사항들을 억지스럽게 조합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뿐만 아니라 바이든이나 해리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재명 대표도 한국의 정치 지도자로서 '한국 우선주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했다면 그를 게 없다. 다만 같은 자국 우선주의라고 해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극단적이며 일방적이라는 면에서 이 대표의 국익 우선주의와 같을 수 없다. 이 칼럼의 필자는 그러나 그같은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분별하기보다는 엉뚱하게도 이를 ‘기본소득’과 연결짓는다. 기본소득 정책은 많은 논쟁이 있지만 그 내용은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의 핵심적인 정책이다. 그는 이를 대중영합주의로 단정함으로써 이미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의 정책까지 트럼프 닮은꼴로 만들어버린다. 이 논설위원은 기본소득을 언론의 상투어인 '포퓰리즘'으로 두 사람을 한짝으로 묶고 있는데, 민주정치의 한 특질로서의 포퓰리즘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차치하고라도, 과연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의 '기본'이 있는지 묻고 싶게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4.11.18 연합뉴스

이 대표와 트럼프 모두 극렬 팬덤을 가졌다고 하고서는 "의회에 쳐들어간 트럼프의 마가(MAGA) 집단 못지않게 이재명의 개딸도 문자·전화·댓글·집회 등을 폭력적으로 활용해 정치에 개입한다"고 이 글은 비판한다. 중범죄 피고인이란 점에서 같다고도 한다. 미국의 민주주의 질서를 무너뜨리려 한 폭도들의 난동과 정당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행위를 똑같은 '극렬'로 동일시한다.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도록 선동하는 등 미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트럼프의 범죄혐의와 검찰의 대대적인 기획 표적 수사라는 지적을 받는 이 대표에 제기된 혐의를 똑같은 '중범죄'로 취급해버린다. 

이 칼럼은 두 사람이 암살 위기를 나란히 겪었다는 점까지 닮은꼴로 들고 있다. 그 자신의 책임이 아닌 이유로 생명까지 위험에 처한 피해자였던 일까지 닮은꼴로 인용하겠다며 끄집어내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라는 칼'로 다시 한 번 이재명을 찌르는 행위로서 이 논설위원은 암살 위협을 겪었던 이에 대한 모독을 하고 있다.

이 글은 "한국과 미국 정치가 극단적 양극화란 점에서 매우 닮아 있다면서 만약 한국 정치 양상이 달라진다면, 이번 판결이 변곡점일 듯하다"고 쓰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 것인가. 이 대표에 대한 유죄 판결로 '트럼프 닮은꼴'이 정치로부터 추방되면 한국 정치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는 것인가.

이 논설위원이 지적하는 '한국 정치'의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그런 이유들 중의 하나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보여준다. 트럼프와의 닮은꼴을 이재명 대표로부터 찾기 이전에 트럼프와 닮은 점이 자기 자신에게 있지 않은지부터 먼저 살펴보는 게 우선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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