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성과 자랑…KDI는 성장률 0.3%p 하향
올해 경제성장률 2.5%→2.2%로 내려
내수 회복 지연에 트럼프 리스크 겹친 탓
내년 성장률도 2.0%로 0.1%포인트 하향
취업자 수 증가 폭도 18만 명→14명으로
기획재정부는 11일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에 맞춰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글로벌 복합위기에도 거시경제를 안정적 관리하고 대외신인도를 높였으며 민간 중심 경제운용 기조 전환에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12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낮췄고 내년 성장률도 1%포인트 하향 조정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국책연구원이 정부의 무책임한 낙관론에 이의를 제기한 꼴이다.
KDI는 이날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수정했다.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2.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내수 회복 시기가 자꾸 뒤로 밀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며 수출의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KDI는 지난 5월과 8월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1%포인트씩 내렸다. 당시에도 내수 회복이 더디다는 이유를 꼽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내수 회복이 생각보다 더 지연되고 있다. 0.3%포인트 하향 조정은 전적으로 내수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와 달리 세계 경제는 올해와 내년 모두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3.2%다. 다만 중국경제가 불안하고 글로벌 통상여건 악화 등의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KDI는 지적했다.
세계 반도체 거래액은 내년에도 높은 증가세를 보이겠으나 증가 폭은 올해에 비해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의 공약 실현 정도와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무역분쟁이 급속히 격화된다면 세계 경기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KDI는 강조했다.
KDI는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는 내수가 일부 회복되겠으나 수출 증가세가 완만해지면서 올해와 내년 모두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건설투자가 누적된 수주 부진의 영향으로 감소세를 보이며 성장률을 제약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내수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으나 수출 증가세가 꺾이면서 올해보다 성장률이 더 낮은 2.0%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기존 전망치는 2.1%였다. 민간 소비는 금리인하와 수출 개선에 따라 올해 1.3%보다 높은 1.8% 증가하고 설비투자도 반도체 경기 호조세로 2.1%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건설투자가 누적된 수주 감소로 0.7% 감소하고 수출 회복세 지연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KDI는 “국제 통상 여건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커져 우리 경제에 상당한 수준의 하방 위험이 존재한다”며 “미국 통상정책의 급격한 전환으로 세계교역이 위축되면 우리 수출에도 작지 않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의 부동산경기 침체와 미국과의 갈등 격화로 중국 성장률이 급락해도 우리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트럼프 2기의 관세장벽이 내년에는 현실화하지 않는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총수출 증가율(물량)이 올해 7.0%에서 내년 2.1%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지난 트럼프 1기 정부의 과정을 봤을 때 관세 전쟁에는 시차가 걸릴 것”이라며 “관세인상이 진행되더라도 2026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 생각보다 관세인상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면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인 2.0%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성장률이 꺾이며 취업자 수 증가 폭도 올해 18만 명에서 내년 14만 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KDI는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