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 차린 방첩사 "전두환·노태우 사진 안 내린다"

"군사독재만 보지 말고 전체 역사로 봐달라"

기록용이라면서 역사실 아닌 본청 복도에 버젓이

김재규 사진은 빼 입맛에 맞는 인물만 선별

추미애 "역사적 기록 보존? 흑역사 숭배하는 것"

민주 "신군부 그립나…충암파 좌시하지 않을 것"

2024-10-15     김민주 기자
15일 방첩사는 방첩사 본청에 걸려있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진을 내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2024.10.15. 국군 방첩사령부 홈페이지. 

전직 대통령 전두환·노태우 씨의 사진을 걸어 파문을 일으킨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두 사람의 사진을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군사 반란을 일으키고 광주에서 시민들을 학살한 전 씨와 노 씨의 사진을 거는 데 대해 비판이 나오지만, 방침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시대착오라는 비판과 함께 계엄, 친위쿠데타의 우려까지 나온다.

방첩사 관계자는 15일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방첩사에 걸린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묻는 데 대해 "사진을 내릴 계획은 없다"며 "방첩사가 기무사의 역사를 잇는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군사반란을 일으켜 실형을 받은 전씨와 노씨의 사진을 그대로 걸겠다는 것이다.

방첩사 관계자는 "2018년에 국군기무사령부가 해편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됐다. 2022년에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서 방첩사로 이름을 바꿨다"며 "1대 사령관부터 사진을 쭉 걸었다. 방첩사가 기무사의 역사를 잇는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군사독재 시절 사령관의 사진이지 않냐'는 질문에도 "전 전 대통령이 군사독재한 부분만 거론하지 말고, 전체적인 역사를 다시 읽자는 의미"라며 "(전 씨와 노 씨는) 과거에 기무사 보안사령관이었다. 그런 의미로 사진을 건 것이다. (국민들은) 방첩사가 군사독재를 하겠다고 생각하진 않을 거다. 그런데 일부는 그런 시각이 있을 순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이데일리>는 "보안사 계승 방첩사령부…전두환·노태우 사진 다시 걸었다" 제하의 단독 보도에서 방첩사가 전신인 보안사령부에서 20·21대 사령관을 지낸 전 씨와 노 씨의 사진을 지난 2022년 11월 본청 복도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기존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서 방첩사로 간판을 바꿔단 직후 전·노 씨의 사진을 다시 걸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 부대 관리 훈령 제5장 제2절 '국방부 장관 사진' 및 제3절 '장성급 지휘관 및 기관장 사진' 관련 규정에 따르면, '부패 및 내란·외환죄 등으로 형이 확정된 지휘관' 사진의 게시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예우·홍보 목적이 아닌 재직기간 등 역사적 기록 보존 목적으로는 가능하다. 이럴 경우는 사진을 역사관이나 회의실 등에 걸어야 한다. 하지만 전 씨와 노 씨의 사진은 사령부 본청 복도에 걸려있어 사진을 건 목적이 역사 보존이라고 보기 힘들다.

실제로 전 씨는 보안사령관 시절 국내 정보를 장악하고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켜 정치적인 실세가 됐다. 지난해 11월에 개봉한 <서울의봄>에는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 씨의 이같은 행적을 그리고 있다. 노 씨 역시 마찬가지다. 노 씨는 전 씨를 도와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전 씨에 이어 보안사령관직을 맡아 군 내부를 통제했다. 전 씨와 노 씨는 1996년 내련 관련 죄로 각각 사형과 22년 6개월 형을 선고 받았다.

'전체적인 역사를 보기 위한 것'이라는 방첩사의 해명도 궁색하다. 16대 보안사령관을 지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사진은 김 전 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권총으로 살해한 10·26 사건 이후 떼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사는 전체 역사를 보기 위한 것이라면서, 내란을 일으킨 전·노 씨 사진은 걸고 김 전 부장 사진은 걸지 않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이는 방첩사가 취사 선택한 사령관의 사진만 게재한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뒷받침한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 2021.11.23.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15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방첩사에는) 계엄령 문건 사건에 연루된 조현천 전 사령관과 기무사 댓글 공작 혐의로 징역 3년을 받은 배득식 전 사령관 사진은 걸려있다"며 "방첩사는 본인들이 숭모하는 사람의 사진을 골라서 건 것인데, 내란·외환·부패죄와 댓글 사범을 숭모하고 있다. 역사적 기록 보존이 목적이라고 하는데, 흑역사를 숭모하는 정권이다. 국정감사에서 다루겠다"고 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을 내고 방첩사를 향해 "전 씨와 노 씨는 자랑스러운 선배들이고, 김재규 전 중정부장은 지우고 싶은 배신자인가"라며 "정치검찰의 힘으로 태어난 윤석열 정권이 정치군인들을 부활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과 국방부는 신군부가 총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군화발로 자유를 짓밟았던 광기의 시대를 그리워하는가"라며 "윤석열 정권의 군사 쿠데타 복권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책임지고 당장 군부독재 주역들의 사진을 떼어야 한다"며 "윤석열 정권과 '충암고 라인'의 망동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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