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심의위? 한국검찰이 하는 일은 모든 게 문제

일본 제도 본땄지만 본질 회피한 기만적 제도일 뿐

김건희 명품백 불기소 결정으로 국민 분노 부채질

2024-09-07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검찰에서 무슨 ‘수사심의위’라는 것을 소집해 이른바 김건희 명품백 사건에 대한 기소 문제를 심의한다고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불기소 결정이란다. 이 나라 무소불위 검찰이 하는 모든 일이 천편일률 그 모양이지만 이번 처사는 국민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일이다. 보여주기식이고 이건 장난질 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검찰 수사심의위라는 것은 구성원도 자기들 자의로 구성한 조직으로서 절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사건의 핵심관계자인 최재영 목사는 본인이 참석하겠다고 했지만 거부당했다. 사실 이 검찰 심의위라는 곳에서 혹시 기소 의견으로 결정했다고 해도 심의위의 결정은 본래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다.

검찰 수사심의위는 일본 검찰 제도를 본떠서 만든 것이다. 일본이야말로 이 나라의 검찰이 오늘처럼 무소불위 권력으로 만들어놓은 근본적인 토양을 제공한 장본이다. 일본은 무장 군대로 경복궁을 침범하여 고종을 감금해놓은 상태에서 강행시킨 갑오경장 때 일본식의 검찰 제도를 이식했고, 불법적인 병탄 이후 강점기에는 검찰에게 영장 없이도 독립투사를 비롯하여 일반인들을 얼마든지 체포할 수 있는 무소불위 권한을 주었다.

이 나라 검찰은 해방 뒤에도 특수부를 비롯하여 일본 검찰제도를 계속 모방해왔다. 사실 이번에 이슈로 부각된 검찰심의위라는 것도 일본 제도를 본뜬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검찰의 불기소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검찰심사회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후(戰後) 일본에서 연합국 최고사령관총사령부(GHQ)는 ‘검찰의 민주화’를 위해 미국 본토에서 시행되는 검사직선제의 도입을 주문하였으나, 일본이 계속 반대하자 결국 타협책으로 미국의 기소배심 제도를 참고하여 만든 제도가 바로 검찰심사회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재판에 넘기는 게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6일 열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2024.9.6 연합뉴스

일본의 ‘검찰심사회’는 일반 보통시민으로 구성

일본 검찰심사회는 (검찰조직 내부가 아니라) 지방법원이나 그 지부 소재지에 설치된 기구이다. 원래 법적 구속력이 없었지만, 2009년 5월부터는 검찰심사회의 의결에 법적 구속력이 부여되었다. 이를 기소의결 제도라고 하는데, 기소 의결이 내려진 경우 법원이 지정한 공소유지 변호사(지정변호사, 변호사회의 추천을 받아 지정한다)가 그 사건을 신속하게 기소한다.

현재 일본 전역의 지방법원과 지방법원 지부가 있는 장소에 총 165개소의 검찰심사회가 설치되어 있다. 각지의 검찰심사회 구성원은 20세 이상인 공직선거법상 유권자 중 무작위로 선출한 11명으로 구성되며, 같은 수의 후보 인원도 선출된다.

임기는 6개월이고, 1948년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59만 명 이상의 시민이 검찰심사원 또는 보충원으로 선정되어 활동하였다. 연간 약 7300명이 검찰심사원으로 선발되고 있다. 결국 일반인 모두 누구나 언젠가는 선발되어 활동하게 된다.

법적 구속력을 갖춘 일본 검찰심사회

각지의 검찰심사회는 11명의 심사원 중 8명 이상의 동의로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하여 기소 의결을 하게 되면 기소를 강제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밖에도 검찰심사회는 검찰 사무의 개선에 대한 건의와 권고를 할 수 있다.

실제  2009년 12월까지 검찰심사회의 심사를 거쳐 기소에 이른 사건은 약 1,400건에 이른다. 그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1978년 일본항공 점보제트기 추락사건을 비롯하여 약해에이즈 사건(1980년대 혈우병 약해로 인해 다수의 HIV감염자가 발생한 사건), 아카시보도교 사건(2001년 불꽃놀이 대회에서 발생한 군중사고 사상자 268명과 관련하여 경찰의 경비책임이 문제된  사건) 등이 있다. 또한 2020년  신문기자 등과 내기 마작을 해 논란이 된 전직 검사장에 대한 도쿄지검의 기소유예 처분과 관련해 검찰심사회가 "기소해야 한다"고 의결해 재수사에 들어가 결국 기소하였다. 특히 이 검사장은 차기 검찰총장으로 유력시되던 터라 충격이 컸다.

반면, 이 나라의 이른바 ‘검찰 수사심의위’란 검찰 조직이 자의로 비밀리에 구성하고 공개도 하지 않으며, 게다가 법적 구속력도 없다. 겉으로 일본 제도를 모델로 한다고 했지만 외양만 갖춘 빛 좋은 개살구요 기만적인 제도일 뿐이다. 견제 받지 않는 무소불위 조직, 검찰이 하는 일은 그래서 모든 것이 문제다. 바라건대, 단 한 가지라도 국제 표준의 검찰제도를 시행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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