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으면 가격 오를 때인데…쌀값 폭락 어쩌나
햇벼 추수 앞두고도 재고 많아 10개월째 하락
20kg 4만 4435원…작년 10월 대비 20%나 폭락
농민들 논 갈아엎기 시위하며 가격안정 대책 요구
정부, 주정·사료용 '완충 물량' 지정 등 대책 발표
통상 벼 수확기를 앞두고 재고 감소로 쌀값이 상승하는 시기인 요즘 되레 산지 쌀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20% 가까이 가격이 떨어졌다. 이에 생산 농민들은 논 갈아엎기 등 시위를 벌이며 쌀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완충 물량' 도입 등 쌀 수확기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다음달 초 발표하기로 했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지난 15일 기준 20㎏에 4만 4435원으로 열흘 전보다 184원(0.4%) 하락했다. 한 가마의 가격은 17만 7740원이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 5일 20㎏당 5만 4388원, 가마당 21만 7352원에 거래된 이후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쌀값은 지난 5월 가마당 18만 원대로 떨어졌다가 지난달 25일 17만원 대로 더 하락했다. 10개월 전인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18.3%(약 4만 원) 하락한 수준이다.
예년의 경우 하절기인 7∼9월은 햇벼 추수를 앞두고 재고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오르는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재고는 많고 쌀 소비가 많이 줄어 가격이 하락하는 이른바 '역계절 진폭'이 나타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시장에 불안 심리가 있고 쌀 소비량도 많이 줄었다"고 쌀값 하락 배경을 설명했다.
산지 쌀값이 계속 떨어지자 광주·전남 농민들은 지난 19일 논 갈아엎기 시위를 벌이며 정부에 쌀값 안정을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시장격리 20만t을 즉각 실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나락 20㎏의 가격 8만원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수확한 쌀인데, 농민들은 올해 수확하는 쌀의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쌀 수확기 대책을 예년보다 이른 다음 달 초에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 대책에는 밥쌀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 수확기 전에 밥쌀이 아닌 주정, 사료 등 용도의 쌀을 '완충 물량'으로 미리 지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국무회의에서 '2024년 공공비축 시행계획'을 의결하고 올해 쌀 45만t을 사들여 비축하기로 했다. 올해 공공비축 매입 물량 45만t은 2024년산 쌀 40만t과 작년 생산된 쌀 5만t을 합한 것이다. 이중 작년에 생산된 쌀 5만t을 수매하겠다는 계획은 쌀값 방어를 위해 지난 6월 민당정 협의회에서 결정된 내용이다.
농협은 지역농협이 보유한 재고 5만t을 소진하기 위해 가공·주정용 쌀을 새로 공급하는 농협과 쌀·가공식품 수출 농협에 판매 지원 예산과 수출 물류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아침밥 먹기 운동을 통해 쌀 소비를 촉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