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조민 성매매범' 오보 배상액 1700만원, 적절한가?

조선일보 패륜적 오보에도 법원 배상액 미미

조선일보 규모·영향력 등 고려한 게 이 정도?

조민 '세브란스 인턴' 오보도 겨우 700만원 배상

조선·한경 '쿠팡 노조 술판' 오보 100만~500만원

조수진 오보, 노조원 분신 오보…피해 어쩔건가

언론보도 피해 손배 판결 72%가 500만원 이하

신뢰도 꼴찌 언론 '징벌적 손배제' 반대만 할 건가

2024-08-19     김성재 에디터

절도와 성매매 범죄 관련 기사에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딸 조민 씨의 모습 일러스트를 넣은 조선일보에 대해 총 17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경향신문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는 “조선일보는 절도 범행을 보도하면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조국 부녀가 묘사된 삽화를 허락 없이 사용해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조국 대표에게 700만원을, 조민 씨에게는 1천만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이 판결에서 ‘성매매 묘사 삽화’로 인해 명예권과 인격권이 침해됐다는 조국 대표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2021년 2월과 6월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털어” 제목의 기사에 조 대표 부녀의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를 넣었다. 조국 대표는 성매매를 시도하는 남성으로, 조민 씨는 성매매 남성을 유인하는 여성으로 그린 것이다. 이 일러스트는 2021년 2월 서민 씨가 조선일보에 기고한 "조민 추적은 스토킹 아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제목의 칼럼에 사용됐던 것이다.  

 

2021년 6월21일 조선일보 이승규 기자의 기사에 삽입된 일러스트. 

이정헌 작가가 그린 조국 대표 이미지(왼쪽)와 언론에 보도된 조민 씨의 사진. 

조국 대표는 이 보도가 나간 직후 “지독히 편파적 시각과 극도의 저열한 방식으로 저와 제 가족을 모욕하고 조롱한 기자와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인두겁을 쓰고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나”라며 조선일보에 10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이 기사와 문제의 삽화를 그대로 게재한 LA조선일보에 대해서 1억 달러(한화 약 1400억원)의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조국 교수에게 700만원, 조민 씨에게 1천만원을 배상하라는 이번 판결을 두고 다시 한 번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필요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보도는 언론이 악의적 오보를 통해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피해를 줄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조국 대표의 말대로 ‘인두겁을 쓰고는 할 수 없는’ 패륜적 보도였다. 그럼에도 그 고통과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이 턱없이 부실하다는 것을 이번 판결이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 당시 조국 대표는 검찰개혁에 나서다 언론으로부터 수천, 수만 건의 기사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국 대표 자신만이 아니라 아내, 딸, 아들까지 온 가족이 언론으로부터 사생활까지 털리면서 마녀사냥을 당했다. 언론이 대서특필했던 혐의 중 자녀 입시 문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가 나중에 기소조차 되지 않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당시 언론의 조리돌림식 보도로 그와 가족의 인권과 명예는 만신창이가 됐다.

언론의 마녀사냥식 보도와 허위보도로 조국 대표는 대학교수, 진보적 지식인, 고위 공직자 그리고 남편이며 아버지로서 평생을 쌓아온 명예와 인격이 부정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그의 딸 조민 씨 역시 자신의 인권은 물론이고 그가 이뤄온 성취마저 짓밟혔다. 여기에 더해 조국 부녀는 조선일보의 ‘인두겁을 쓰고 할 수 없는’ 패륜적 보도의 피해자로 치욕을 당한 것이다. 그러나 그 피해와 고통에 대해 법원이 내린 배상액은 고작 700만원과 1천만원이었다. 10억원 배상 소송을 제기한 조국 대표 부녀에게 이 정도의 배상액은 적절한가?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조국 대표와 조민 씨가 제기한 명예권과 인격권 침해 사실은 인정하지 않고 ‘초상권 침해’에 대해서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또 700만원, 1천만원의 배상액을 산정한 이유로 재판부는 ‘조선일보의 규모와 영향력, 조국 부녀의 사회적 지위, 조선일보의 사후 대처’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규모와 영향력, 조국 부녀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면 이 정도의 배상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매출 3천억원으로 국내 종이신문 가운데 1위 신문사다. 발행부수도 자타 공인 1위, 올해 기자들이 뽑은 영향력 있는 언론 1위 언론이다. 스스로도 ‘1등 신문’을 자처하는 매체다.

이렇게 큰 규모와 영향력을 가진 매체가 입에 담을 수 없는 패륜적 오보로 피해를 입혔다면 그 피해의 강도는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피해를 입은 사람이 전직 법무부 장관이며 앞길이 창창한 젊은 여성이라면 이 사안을 가볍게 볼 수도 없다. 그런데도 법원이 산정한 배상액은 패륜 보도를 한 ‘1등 신문’ 조선일보 종업원의 한 달 월급 정도인 700만원과 1천만원이었다. 

 

조민 씨는 이전에도 조선일보의 어처구니 없는 오보로 ‘파렴치범’으로 몰린 적이 있다. 조선일보는 2020년 8월에 “조민 씨가 세브란스 병원에 찾아가 인턴 자리를 요구했다”는 오보를 냈고 조국 부녀는 조선일보 기자들을 상대로 2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조선일보는 사과문을 게재했고 법원은 그 때에도 조국 부녀에게 각각 700만원 손해배상금 지급 결정을 내렸다. 조선일보는 상습적으로 조국 부녀에게 견딜 수 없고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준 것이다.

연 매출 3천억원인 조선일보는 아마 이 정도의 배상액이 반가웠을 것이다. 원고가 10억원의 손배소송을 제기했고 조선일보가 오보임을 인정했는데도 법원이 고작 7백만원, 1천만원의 손배액 지급을 결정해줬으니 고마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언론의 오보가 줄어들지 않게 만드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아무리 큰 오보를 내도, 그것으로 인해 누군가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와 고통을 받아도 겨우 1천만원 정도로 보상하면 끝이기 때문에 언론은 오보의 폐해에 둔감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언론 보도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이다. 언론중재위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보도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손해배상 평균액은 약 897만원이었다고 한다. 평균이 아닌 중앙값은 이보다 훨씬 적은 300만원이다.

언론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를 제기해도 승소율은 38% 정도밖에 안되는데다, 승소를 해도 그 중 72%가 5백만원 이하의 배상액을 받고 끝난다. 언론을 상대를 소송을 제기하면 피해자가 승소하기도 어렵고 승소해도 대부분의 손해배상액이 고작 5백만원 이하에서 결정된다는 얘기다. 언론 대상 소송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법이 피해자의 편이 아니라 언론과 기자 편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러니 언론이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 겁 없이 기사를 쓰는 것이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마구 기사를 쓰거나 아예 사실이든 아니든 개의치 않고 쓴다. 심지어 어떤 정치적 의도나 편향성을 갖고 오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올해 총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수진 후보에 대한 ‘성범죄 옹호 변론’ 오보도 그런 사례다. 조금만 주의 깊게 사실을 확인했더라면 그 많은 언론들이 똑같은 오보를 날리지 않았을 것이다. 기사를 쓰면서 그것이 오보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거나 설사 오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무슨 큰 문제냐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수진 후보는 오보로 쓰여진 비난조의 기사 폭탄을 감당하지 못하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오보 폭탄이 아니었다면, 기자들이 조금 더 신중하게 기사를 썼다면 그는 지금 국회의원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언론은 오보임을 인정하지 않다가 조수진 후보가 스스로 오보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찾아내 공개하자 뒤늦게, 그리고 마지못해 사과했다. 조수진 후보는 자신이 입은 피해와 고통에 대해 언론으로부터 어떤 보상도, 배상도 받지 못했다.

최근에만 이런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었다. 2년 전에도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쿠팡 노조가 대낮에 술판을 벌였다”는 기사를 썼다가 오보임이 밝혀졌지만 노조가 받은 손해배상은 100만~300만원 수준이었다. 오보 판정이 나기까지 노조는 ‘대낮에 술판을 벌이며 작업장을 점거하는 패륜 집단’이라는 모욕을 당해야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한 노동운동가의 분신 사망을 노조가 사주했다는 식의 오보도 썼다. 오보임이 확인돼 결국 조선일보는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피해와 고통을 당한 유가족과 노조는 아직 아무런 손해배상을 받지 못했다. 몇 백만 원의 손해배상을 받더라도 오보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와 고통을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

 

오보, 특히 악의적 오보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책임을 지게 하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언론의 이런 마구잡이식 보도, 오보는 줄어들 것이다. ‘징벌적’으로 손해를 배상케 하는 이유가 바로 잘못된 보도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잘못된 보도, 오보를 줄이는 것이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와 고통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현업 언론인들은 언론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면 취재와 보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며 ‘결사적’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징벌’의 ‘징’자만 꺼내도 고개를 돌린다. 10배도 100배도 아닌 3배, 5배 정도의 손해배상제를 하자고 해도 마치 언론이 망할 것처럼 반대만 하고 있다. 그럴 일인가? 한국 언론이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수행했는데도 국민이 언론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가?

그 정반대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세계 꼴찌이고, 국민의 80% 정도는 언론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언론이 이런 문제를 스스로 고쳐나가길 기대하고 기다렸지만 더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악의적이고 심각한) 오보에 대해서라도 손해배상액을 높여 언론이 좀 더 책임있는 취재·보도를 하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언론 오보에 대한 손해배상을 높이는 것은 언론에게 ‘징벌’을 가하자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다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려면 반대만 하지 말고 다시 논의를 시작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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