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지 역대급 적자, 일본은 최대 흑자…정부 대책은?
올해 상반기 여행수지 65억 달러 적자…6년 만에 최대
해외 여행객 씀씀이 커지고 외국인은 알뜰여행 늘어나
일본은 사상 최대 규모 2.6조엔(약 24조원) 흑자 시현
엔저 영향…일본의 외국인 여행객 4명중 1명은 한국인
정부, 7월부터 일본여행 유의경보 해제로 더 늘어날듯
올해 상반기 한국과 일본의 여행수지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한국은 6년 만에 가장 많은 적자를 낸 반면, 일본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유례없는 엔저의 영향으로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일본 여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광복절인 15일 한국은행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여행수지는 64억 8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반면 일본은 2조 5939억 엔의 사상 최대 규모의 여행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한국의 여행수지 적자는 상반기 기준으로 2018년(-78억 3000만 달러)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이 국내에서 소비한 여행 수입은 78억 4000만 달러에 그친 반면 내국인이 외국에서 쓴 여행 지급은 143억 2000만 달러에 달했다.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 쓴 돈이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쓴 돈보다 두 배 가까웠다.
상반기 기준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2018년 78억 달러에서 2019년 57억 달러로 줄었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해외여행이 급감하면서 29억 달러로 더 감소했다. 해외여행이 다시 늘어나면서 2021년과 2022년 모두 35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58억 달러에 이어 올해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상반기 중 해외로 나간 한국인이나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모두 증가세를 보였지만, 여행 중 씀씀이는 차이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1402만 명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770만 명)보다 82.1% 많았다. 한국인 해외여행객 수는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상반기의 93.4%까지 회복했고, 한국을 찾은 해외관광객도 91.3% 수준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이 쓴 여행 지급은 2019년 상반기의 89.2% 수준으로 늘었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쓴 여행 수입은 75.4% 회복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쓴 돈이 예전보다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외국인의 국내관광 추세가 단체관광 위주에서 개별관광으로 바뀌면서 면세점 등에서의 쇼핑보다 맛집 등 체험여행의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 수를 늘리기보다 국내에서 외국인의 지출이 늘어날 수 있도록 고부가가치 관광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1인당 소비 지출 규모가 큰 중동 국가에 대한 한국 여행 마케팅을 강화하고 의료관광,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를 뜻하는 영단어의 합성어) 등을 계기로 방한하는 외국인 체류 기간을 늘리면서 동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올해 상반기 여행수지 흑자 규모가 2조 5939억 엔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은 1778만 명으로 역대 최대다. 이 중 한국인이 444만명으로 25.0%를 차지했다. 일본 방문 외국인 4명 중 1명이 한국인이었다.
올해 상반기 엔화 환율은 1월 100엔 당 900원 대로 시작했으나 이후 매월 월평균 엔화 환율은 800원 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마지막 달인 6월의 평균 엔화 환율은 100엔 당 874.32원까지 떨어졌다. 상반기 중 엔화 환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1월 2일 915.60원이고, 최저치는 6월 28일 864.31원이었다.
더욱이 정부가 7월 1일부터 일본에 대한 1단계(여행유의) 여행경보를 해제한 영향으로 한국인의 일본 여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일본이 코로나19 여행제한 조치 철폐 이후 개인 여행이 지속적으로 늘고, 치안이 양호하다는 이유를 들어 여행경보를 해제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여행경보는 1단계 여행유의, 2단계 여행자제, 3단계 출국권고, 4단계 여행금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