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윤석열은 최악의 궁합
전쟁 싫어하는 트럼프, 북한과 관계정상화 추구
북한이 인간 자체가 싫다는 윤석열 처지는 ?
게다가 트럼프가 경멸하는 인간형에 완벽일치
미국 대선 다가올수록 윤석열의 불안은 고조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승리는 신흥 우익세력의 승리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의 선거 유세장에서 트럼프 암살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안 그래도 대선전에서 승세를 굳혀가고 있던 트럼프에게 이 사건은 호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더해 바이든이 21일 대선 후보에서 사퇴함으로써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의 대체 주자로 거론되지만, 아직은 판세가 크게 뒤집어질 것이라는 낌새는 없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결은 단순한 개인 대 개인의 정치적 승부가 아니다. 군산복합체(네오콘)로 불리기도 하는 미국의 전통적 우익세력의 입장에서 볼 때 트럼프는 완벽한 비주류 정치인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부상은 정치판에 갑자기 별종이 등장해서 우연히 인기를 끌게 된 것이 아니라 미국 지배층 내부에서 새로운 우익세력이 등장한 것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즉 트럼프는 갑툭튀가 아니라 미국의 신흥 우익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지배층 내에 신흥 우익세력이 등장하고 세력을 넓혀감에 따라 미국의 지배층은 전통적 우익세력과 신흥 우익세력으로 분열되어 격렬히 충돌하게 되었다. 바이든과 트럼프가 대결하려 했던 이번 대선은 이 두 세력 간의 사활적인 전쟁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이 전쟁에서 신흥 우익세력이 승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우선주의 내세우며 자유주의와 세계주의 위협
미국의 지배층이 전통적 우익세력과 신흥 우익세력으로 분열된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패권 추락에 있다. 미국의 국가정보위원회(National Intelligence Council)는 2008년 11월 20일에 발표한 「세계 동향(Global Trend) 2025」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의 패권이 2025년쯤에 무너지고 세계가 다극 체제로 전환되면서 국제정세가 불안정하고 불확실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 보고서의 예측대로 오늘날 미국의 패권은 거의 무너졌다.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는 2022년 7월 16일, 런던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이 지배하는 세계 패권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개탄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2024년 7월 4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다극화 세계가 현실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들은 미국의 패권이 이미 무너져 세계가 다극 체제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의 패권이 급속히 무너지자 당황망조한 미국의 전통적 우익세력은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갈등(유럽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의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한반도와 대만 위기 등)을 일으키면서 미국의 영향권 하에 있는 나라들을 세계적 범위에서 군사적으로 묶기 위해 ‘나토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로 대표되는 신흥 우익세력은 미국의 패권 추락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며, 미국은 자국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전통적 우익세력에 맞섰다. 이로부터 전통적 우익세력을 세계주의(국제주의), 신흥 우익세력을 고립주의(미국 우선주의)로 부르기도 한다. 영국의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2024년 2월 15일자 기사에서 신흥 우익세력이 국가보수주의(national conservatism)라는 새로운 이념을 내세워 세력을 확장하면서 자유주의와 세계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쟁을 우려하고 싫어하는 트럼프
트럼프가 첫 번째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만 해도 신흥 우익세력은 전통적 우익세력에 비하면 힘이 약했다. 협상을 통해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려고 했던 트럼프가 전통적 우익세력의 강경한 반대를 이겨내지 못해 협상을 파탄 낸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신흥 우익세력은 이후 지속적으로 세력을 확대하여 오늘날에는 전통적 우익세력과 자웅을 겨루는 대등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그는 대통령 1기 재임기와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바를 과감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무엇보다 세계주의자들이 미국의 패권을 수호하기 위해 벌여놓은 전쟁을 마무리지으려 할 것이다. 그런 전쟁들을 지속하거나 확대할 경우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024년 7월 18일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유럽과 중동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대만, 코리아, 필리핀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구는 제3차 세계대전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다”며 “나는 현 행정부가 만들어낸 모든 국제 위기를 종식시킬 것이다. 여기에는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 전쟁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가 현재의 국제정세를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을 막기 위한 전쟁 종식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해 준다.
유화적 대북 입장 숨기지 않는 트럼프와 그의 사람들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은 그가 집권할 경우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전 부차관보의 발언(2024년 5월 18일, KBS와의 대담)에 잘 드러나 있다. 콜비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자살 협정이 아니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북한과 전면전을 벌일 만한 군사적 자원이 없다. 나는 미국이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어리석은 일이니까”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미국은 북한과 전쟁을 할 수 없으니 한국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미국이 북한의 모든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걸 실제 차단할 수 있을 거라고 보긴 어렵다… 미국은 미국의 이익과 구조 때문에 한국을 보호하는 거다. 그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도시 여러 개를 잃어야 한다고 미국 국민을 설득하긴 어려울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핵무장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과 전쟁을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콜비는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이라면서 “환상의 나라에 살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는 2024년 7월 18일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지금 북한이 다시 도발을 계속하고 있지만, 우리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나는 그와 잘 지낼 것이다. 그도 내가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대통령 재임기에 이루지 못했던 협상을 통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바이든 정권은 급속하게 추락하는 미국의 패권을 붙들기 위해 대북 적대정책을 유지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지만 트럼프 정권은 그 반대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럼 북한의 극단적 증오 대상이 된 윤석열의 처지는?
윤석열 정권의 대북정책은 단 하나밖에 없다. “미국 형님이 시키는 대로 한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윤석열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면서 전쟁의 돌격대가 되기를 자청했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대북 화해정책을 추진하면 어떻게 할까? 그때가 되면 광신적 사대주의자인 윤석열은, 엄청 창피하기는 하겠지만, 트럼프한테 아부하기 위해 남북 대화를 추진하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윤석열이 남북 관계를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켰고, 그 결과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는 말이 보여주듯, 북한이 윤석열을 극단적으로 싫어하고 혐오한다는데 있다. 북한은 당연히 윤석열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하는 트럼프 입장에서 윤석열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 물론 돈을 뜯어가기에는 최고의 상대이겠지만-이자 자기 일을 방해만 하는 걸림돌일 수 있다. 윤석열이 북-미 사이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의 완벽한 경멸 대상 인간형
트럼프는 인간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한 사람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세 부류의 인간을 아주 싫어한다.
첫째는 위선자다. 트럼프는 젊은 시절 집세를 받으러 다니면서 돈을 벌어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이런 인생 역정으로 인해 그는 사교술을 익힐 기회를 갖지 못했고 성격적으로도 솔직하다. 그래서인지 트럼프는 솔직하지 않은 사람, 위선적인 사람을 아주 싫어한다. 그가 힐러리 클린턴 같은 미국의 주류 정치인들을 싫어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둘째는 철학과 신념이 없는 인간이다. 트럼프는 체질적으로 장사꾼이어서 이념지향성이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는 철학이나 신념이 뚜렷한 사람을 선호하는 반면 자기 같은 장사꾼을 싫어한다. 그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나 러시아의 푸틴에게 호감을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셋째는 비굴한 인간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주류세력에게 머리를 조아리기보다는 골통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그들을 들이받으면서 살아왔다. 한마디로 비굴한 인생을 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이겠지만 그는 권력과 부 앞에서 비굴한 인간을 아주 싫어한다. 과거 자신에게 ‘미국의 히틀러’라는 욕까지 했던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목한 것은 트럼프가 비굴한 인간보다는 용감한 인간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석열은 트럼프가 싫어하는 세 부류 모두에 완벽하게 해당된다. 따라서 트럼프는 윤석열을 인간적으로도 매우 싫어하고 경멸하며 혐오할 것이다. 트럼프와 윤석열은 최악의 궁합인 셈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윤석열의 불안은 심해질 것이다. 정권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은 윤석열을 전쟁이라는 모험으로 떠밀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