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공조' 자랑하더니…윤, 바이든 후보사퇴엔 침묵

10시간 뒤에 대통령실 익명으로 '입장 아닌 입장'

"타국의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언급 않겠다"

트럼프 피격때도 늑장대응…무능한 외교안보팀

독, 일, 영 등 주요국 정상들은 즉각 위로 메시지

2024-07-22     이유 에디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선을 3개월여 앞둔 21일(현지 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자 주요 서방 동맹국 정상들은 즉각 위로 메시지를 보냈지만,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런 공식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가 익명으로 "타국의 국내 정치 관련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 아닌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이탈리아 남부의 보르고 에그나치아 리조트에서 열린 주요 서방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도중 얼굴을 만지고 있다. 2024. 06. 13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윤, 장시간 침묵…트럼프 피격 늑장 대응 반복

대통령실과 외교‧안보팀 총체적 무능 드러내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대선 후보직 사퇴를 발표한 시각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후 1시 46분, 한국 시간으론 22일 오전 2시 26분쯤이었다. AP, 로이터, AFP 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이 소식을 긴급 뉴스로 즉시 전 세계로 타전했다.

다들 예상은 했지만 일요일 오후 날아든 충격적 소식에 서방 주요 동맹국 정상들은 X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바이든의 후보직 사퇴 결단을 존중하고 지난 3년여의 대통령 재임 시절 바이든의 정치적 업적을 높이 평가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X에 올린 글에서 "내 친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조국과 유럽, 세계를 위해 많은 것을 성취했다. 바이든 덕택에 대서양 양안(미국과 유럽)의 협력은 긴밀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강하며, 미국은 믿을 만한 좋은 파트너다"라고 썼다. 이어 "다시 출마하지 않기로 한 그의 결정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정상들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멜론 대강당에서 열린 나토 창설 75주년 행사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 DC에서는 이날부터 사흘간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다. 2024.07.10. AFP 연합뉴스

주요 서방 동맹국 정상들 "바이든 결단 존중"

독 올라프 "조국‧유럽‧세계 위해 많은 것 성취"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도 X에서 "바이든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바이든이 그의 놀라운 경력 내내 그랬듯이 미국 국민에게 최선이라고 믿는 것에 기초해 결정했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으로 최선의 판단을 하려고 했다는 생각이었다고 본다"고 말하고 "미일 동맹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외교 안보 정책의 초석인 만큼 향후 (미국 대선) 전개 상황을 예의 주시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X를 통해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언제까지나 감사할 것이다. 그는 역사상 가장 극적인 순간 우리나라를 지원해줬고, 우리나라를 점령하려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막는 걸 도우면서 이 끔찍한 전쟁 내내 우리를 계속 지원해 줬다"며 우리는 오늘 힘들지만 강력한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 07. 20 [AP=연합뉴스]

일 기시다 "바이든, 정치적으로 최선의 판단"

영 스타머 "바이든, 미국민에 최선 되는 결정"

다른 서방국 정상들도 동참했다.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도 X에 바이든을 격찬하면서 "당신은 많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그 덕택에 폴란드와 미국, 그리고 세계는 더 안전해졌고 민주주의는 더 강해졌다"며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썼다.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도 X에 "바이든 대통령의 용감하고 위엄 있는 결정에 나의 모든 존경과 인정을 보낸다. 그의 결단력과 리더십 덕에 미국은 팬데믹 이후 경제 위기와 심각한 미 의사당 공격을 극복했고 푸틴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데 모범을 보였다. 늘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싸운 위대한 대통령의 위대한 몸짓이다"라고 평가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그는 위대한 인물이며 그가 한 모든 것은 조국애에 따른 것이다"라고 했고, 체코 페트르 피알라 총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수십 년간 조국을 섬긴 한 정치가의 결정이다. 책임감 있고 개인적으로 어려운 발걸음이지만 그래서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했고, 노르웨이의 요나스 가르 스퇴르 총리는 성명을 통해 "재선에 도전하지 않기로 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는 이 결정을 하면서 자기 자신보다 나라를 앞에 놓기를 바랬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X에 "수십 년 긴 경력 기간에 걸쳐 이스라엘 국민에 대한 굳건한 지지와 우정을 보여준 데 따뜻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썼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덕수 국무총리,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24. 07.16 연합뉴스

대통령실 관계자 "타국 국내 정치 언급 안 해"

인간적, 외교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행보

이들 주요 서방국 정상과는 달리 윤 대통령은 10시간이 넘도록 본인의 메시지를 내놓지 못했다. 그 대신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만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 내 지지는 초당적이며, 우리 정부는 한미 글로벌 포괄 전략 동맹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미 측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라며 "타국의 국내 정치 관련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작년 4월 미국 국빈방문,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비롯해 취임 이후 지난 2년여 바이든 대통령과 '찰떡 공조'를 자랑해온 윤 대통령이 정작 바이든이 일생일대 가장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린 순간엔 침묵한 것이다. 인간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행보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이 터졌을 때도 일본과 영국, 캐나다, 이스라엘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 정상들은 즉각 트럼프의 안위를 걱정하고 총격 사태와 정치폭력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윤 대통령은 약 8시간이 지나서야 뒤늦게 X를 통해 "끔찍한 정치폭력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 한국민들은 미국민들과 함께 한다"고 적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링궁에서 진행한 기자 회견에서 발언 도중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2022. 12. 22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러 "미 대선, 무슨 일 벌어질지 예의주시"

라트비아 "정치 이렇게 재미있던 적 없어"

그 시각 윤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된 '제1회 북한 이탈 주민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잠시 짬을 내어 긴급히 관련 메시지를 냈어야 마땅했다. 8일 간격을 두고 벌어진 반복된 '외교 참사'를 보면 윤 대통령의 무능도 문제지만, 대통령실 산하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국정원 등 외교 안보 보좌진이 총체적으로 기강이 빠져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미국과 격렬하게 대치해온 러시아는 크렘링궁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내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미국 대선은 아직 4개월 남았고, 그것은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는 긴 기간이다.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인내를 갖고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재선 출마 포기를 조롱하는 서방 정치인들도 있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라트비아의 에드가 링케취 대통령은 X를 통해 "정치가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은 없었다"고 했고, 극우 영국 개혁당의 나이젤 패리지 당수는 X에서 "나는 2023년 9월에 이런 일이 있을 줄 예견했다. 그들이 누구를 내세우든 11월에는 트럼프가 이길 것이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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