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빌딩 보유세 너무 적어…“또 다른 초부자 감세”

1천억 빌딩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36% 불과

4년간 건물주들한테 수백억 보유세 깎아준 셈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10%대 빌딩도 수두룩

반영률 60%대 아파트에 비하면 엄청난 특혜

경실련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80% 이상 올려야”

2024-07-10     장박원 에디터

실거래 가격이 1000억 원이 넘는 고가빌딩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30%에 중반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보유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의 과세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다. 고가빌딩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30%대 중반이라는 사실은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60%대인 아파트와 비교해도 보유세를 적게 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거래 가격을 반영해 조세 형평성을 맞추려면 아파트는 물론 고가빌딩도 시세반영률을 8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경실련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1000억 원 이상 실거래 빌딩 공시지가와 보유세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공시가격·공시지가 산출 근거 공개와 시세반영률 80% 이상 상향을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 제공]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4년 동안 서울에서 거래된 1000억 원 이상 실거래 빌딩의 공시지가와 보유세 분석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지난 2020년에서 작년까지 거래된 97건을 조사해 보니 총 거래금액은 27조 809억 원이었다. 이 중 건물값에 해당하는 시가표준액은 3조 3397억 원으로 토지가격은 23조 7412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공시지가는 토지시세의 36% 수준인 8조 6266억 원에 불과했다.

연도별 고가빌딩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보면 2020년 36%, 2021년 36%, 2022년 38%, 2023년 35%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부 발표한 연도별 전국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2020년 65.5%, 2021년 68.6%, 2022년 71.6%, 2023년 65.5%로 실제와 괴리가 컸다. 경실련은 “전국과 서울이라는 지역적 차이를 고려해도 매년 시세반영률이 30%가량 차이가 발생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경실련은 고가빌딩을 소유한 건물주와 기업들이 실제 보유세를 어느 정도 내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아파트 공시가격 시세반영률과 비교 분석했다. 조사 대상 빌딩의 공시지가와 건물값에 해당하는 시가표준액을 더해 과세 기준 시세반영률을 계산한 뒤 경실련이 조사한 실제 아파트 공시가격 시세반영률과 비교해본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2023년 아파트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69%였으나 경실련이 서울 주요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60%에 그쳤다. 이번 분석에서는 경실련이 조사한 서울 주요 아파트의 연도별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을 적용해 비교했다.

지난 4년간 총 빌딩 과세 기준은 11조 9663억 원으로 총 거래금액 27조 809억 원의 44%에 불과했다. 아파트 공시가격은 이보다 22% 더 높은 66%다. 지난 4년간 아파트 보유자가 빌딩 보유자보다 자산가치를 22% 더 높게 평가받은 상태로 세금을 냈다는 뜻이다. 고가빌딩의 연도별 과세 기준 시세반영률은 2020년 46%, 2021년 44%, 2022년 43%, 2023년 42%였다. 서울 주요 아파트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2020년 67%, 2021년 67%, 2022년 69%, 2023년 60%였다. 연도별 고가빌딩의 과세 기준 시세반영률은 아파트 공시가격 시세반영률보다 18~26% 낮았던 것이다. 특히 2022년에는 26%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10%대인 빌딩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거래된 무신사캠퍼스E1의 토지가격은 984억 원인데 공시지가는 109억 원이었다.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11%에 그쳤던 것이다. 2022년 거래된 CORNER50는 11%, 삼일빌딩 16%, 영시티 17%, LG전자가산B 19%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10%대였다.

 

 자료 : 경실련. 정부 공시지가와 공시가격 시세반영률

 자료 : 경실련. 1천억 이상 빌딩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자료 : 경실련. 1천억 이상 빌딩 과세기준 시세반영률

 자료 : 경실련.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10%대 빌딩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적용하면 고가빌딩을 보유한 부동산 부자와 재벌기업은 아파트 보유자보다 훨씬 큰 세금 혜택을 볼 수밖에 없다. 경실련은 고가빌딩 건물주와 기업이 정부의 주먹구구식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산정으로 최근 4년간 얼마나 ‘절세 또는 탈세’를 했는지 계산해 봤다.

최근 4년간 거래값 1000억 원 이상 빌딩의 보유세는 500억 5000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매년 아파트 공시가격 시세반영률 정도만 공시지가에 적용했다면 316억 7000만 원이 더 많은 816억 2000만 원의 보유세를 내야 했다. 시세반영률을 80% 이상으로 올린다면 공시지가를 적용했을 때보다 449억 9000만 원 더 많은 950억 4000만 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연도별로 보면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80%를 적용했을 때 2020년에는 179억 7000만 원, 2021년에는 65억 7000만 원, 2022년에는 150억 4000만 원, 2023년에는 54억 원의 보유세를 더 내야 한다. 아파트 공시가격과 같은 시세반영률을 적용해도 2020년 127억 원, 2021년 49억 3000만 원, 2022년 111억 3000만 원, 2023년 28억 원 세금이 늘어난다.

경실련은 “조세 기준이 이처럼 제멋대로 조사된다면 국민은 조세 형평성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다음 4가지를 요구했다. △공시가격 폐지와 공시지가로 일원화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80% 이상 상향 △공시지가 산출 근거 및 기준 투명하게 공개 △공시지가 조사 및 결정 권한 일체를 지방정부에 이양이 그것이다.

경실련은 “정확하고 객관적인 과세 기준 마련이 매우 중요함에도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종부세 폐지, 상속세 감면 등 부자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며 “투기 근절과 공평과세 실현은 뒷전인 채 부동산 부자들에게 막대한 세금 특혜를 안겨주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