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EU도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 관세
작년 유럽 판매 점유율 7.5%로 1년새 2배 증가
"중국정부 보조금으로 싼값에 수입돼 시장왜곡"
유럽 수출 중국산 EV 60%는 구미 업체 브랜드
“중국산 EV 수출 기세 꺾기 어려울 것”
유럽연합(EU)이 12일 미국에 이어 중국 전기자동차(EV)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이제까지 수입 전기차들에 10%의 관세를 부과해 왔으나 중국 전기차에 대해서는 7월부터 26~48%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EU, 중국정부 보조금 지급 지난해 10월부터 조사
<아사히신문>은 EU 집행위원회가 중국정부의 보조금 지급으로 중국 전기자동차들이 부당하게 싼 가격에 유럽에 수입돼 경쟁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판단해, 보조금 영향을 상쇄시킬 수 있는 대항조치로서 관세를 올리기로 했다면서, 관세는 보조금 정도에 따라 업체별로 차별을 두기로 했으며, 비야디(BYD)의 경우 17.4%, 상하이자동차집단(SAIC)에 대해서는 최대 38.1%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SAIC이 생산하는 인기 차종인 MG 브랜드에는 48%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경제신문>도 EU 집행위원회가 상하이자동차집단 등 많은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는 3개 중국 전기자동차 생산업체들에 최대 38.1%의 추가관세를 물리기로 했으며, 조사에 협조한 다른 업체들에 대해서는 평균 21%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U는 중국정부의 보조금 지급으로 중국 전기차들이 부당하게 낮은 가격에 수출되고 있다고 보고 지난해 10월부터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왔다.
중국산 EV(승용차) 유럽 판매 점유율 7.5%로 2배 증가
세계 2위의 전기자동차 시장인 유럽에서는 중국제 전기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컨설팅 회사 이노베브에 따르면 유럽에서 팔린 중국산 전기자동차(승용차)는 2023년에 약 14만 3천 대로, 2022년의 2.4배였다. 판매 점유율도 같은 기간에 4.0%에서 7.5%로 거의 2배로 늘었다.(<아사히>)
2023년에 유럽에서 판매된 EV 가운데 약 20%인 30만 대가 중국산 수입품으로, 중국산 EV의 유럽 판매액은 110억 유로(약 16조 3천억 원)에 달했다. 중국 승용차 업계단체에 따르면, 유럽은 중국 EV의 최대 시장으로, 유럽에 수출되는 중국산 EV는 중국의 EV 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가는 “중국산 EV의 코스트(비용) 경쟁력은 유럽 업체들에 비해 30% 정도 더 높다”면서, 특히 2만 5천 유로 이하의 저가 소형 EV는 중국산이 경쟁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BYD는 14일 독일에서 개막되는 유럽 축구선수권대회의 메인 스폰서 자리를 폴크스바겐으로부터 이어받았다.
유럽에 수출되는 중국산 EV의 60%는 구미 업체 제품
그런데 중국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EV의 60%는 미국 테슬라, 프랑스 르노 등 구미 자동차업체들의 제품이다. 유럽의 싱크탱크 T&E의 조사에 따르면, 상하이에 대규모 공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 테슬라 제품이 전체의 28%를 차지하고 있으며, 후베이성에 공장을 둔 프랑스 르노의 저가품 브랜드 ‘다치아’, 랴오닝성에 거점을 둔 독일 BMW 등을 합칠 경우 구미 업체들 제품이 60%를 차지한다. 말하자면 구미 EV 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한 자사 제품들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구조다.
따라서 유럽의 중국산 EV에 대한 추가 관세는 중국에 생산거점을 둔 구미업체들의 경쟁력도 깎아먹는다.(<닛케이>)
유럽의 이번 조치는 중국 업체들만이 아니라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 중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외국기업들에도 평균 31%의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중국산 EV 수출 기세 꺾기 어려울 것”
이 때문에 EU의 이번 조치가 중국의 EV 수출 확대 기세를 꺾는데 별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번 추가관세 조치는 프랑스 정부의 압력에서 시작됐으며, 유럽의 EV 제조업체들, 특히 중국에서 자사 EV 제품들을 대량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폴크스바겐이나 BMW 등 독일 기업들은 보조금 지급에 따른 저가 수출 여부에 대한 조사 자체를 적극적으로 반대해 왔다. 이들은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 입게 될 손해를 걱정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중국 상무부 보복관세 시사
세계 최대의 EV 시장이자 생산국인 중국의 EV에 대해 EU와 미국은 보조금으로 값싼 제품들을 다량으로 만들어내는 ‘과잉 생산’과 ‘과잉 수출’을 문제삼아 왔으며,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난 5월 14일 중국산 EV에 대한 관세를 8월부터 기존 25%에서 최대 100%로 4배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EU 집행위의 발표 뒤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 중국기업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지킬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해, 보복관세 등을 부과하는 등의 대응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대형 엔진 차량, 곧 독일산 차량들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으며, 지난 1월에는 꼬냑 등 유럽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게다가 중국 업체들은 EV를 유럽 현지에서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BYD는 헝가리에 공장을 짓고 있고, 스페인에도 또 다른 공장을 세울 계획이며, 체리 자동차도 지난 4월에 스페인에서 EV를 생산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들 업체의 유럽 현지생산은 2027년 무렵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때까지 중국에서 수출되는 제품 가격은 구미 생산 제품들의 그것에 가까워지게 된다. 유럽 업체들로서는 그때까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