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불러도 흥이 나지 않습니다
- 신경림 시인 영전에
'한국문단의 거목' 신경림 시인이 지난 22일 오전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타계했습니다. 향년 88세.
1935년 충북 충주 산인 그는 1956년 <문학예술>에 '갈대' 등이 추천돼 작가의 길에 들었습니다. 그의 시는 주로 서민의 애환을 다뤄 사람들은 그를 '민중시인'이라고 불렀습니다. 펴낸 시집으로 <농무> <새재> <새벽을 기다리며> <쓰러진 자의 꿈> <목계장터> 등이 있습니다.
이재무 시인이 그를 추모하는 시를 보내왔습니다.
노래를 불러도 흥이 나지 않습니다
-신경림 시인 영전에
선생님의 구성진 목소리에는
언제나 낮은 서정의 봄비가 내렸어요.
누구하고나 친구가 되어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받았던 선생님
못난 사람도 잘난 사람도
한 동네 친구로
시시컬렁한 우스개를 즐길 수 있었지요.
이 땅 밑바닥 인생들을
온몸으로 뜨겁게 사랑하고
높지 않은 목소리로
크게 울림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불의 앞에서는 불꽃이 튀기도 했어요.
이 땅의 산하와 가난한 살림과 선한 사람들을
우리 가락으로 노래하신 선생님
글과 사람됨의 차이가 없이 사시더니
불쑥 우리 곁을 떠나셨군요
선생님이 떠난 이곳은
막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인데도
마냥 으스스 한기가 몰려옵니다.
선생님이 안 계신 인사동은
마냥 쓸쓸하고
선생님이 안 계신 북한산은
더욱 적막하기만 합니다.
이제 술을 마셔도
노래를 불러도 흥이 나지 않습니다.
선생님, 우리들의 스승, 우리들의 아부지
삼촌이고 친구였던 선생님
선생님이 즐겨 부르던 노래
삼포로 가는 길을 읊조리며 목이 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