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계기, 조중동·한겨레 영향력 축소될 수도"

채영길 교수 "시민들의 주류언론 불신·불용 확산"

야당압승·조국돌풍 민심 못읽어…선거결과 딴판

주류언론 공론장 vs 독립·시민언론 공론장 대결

"언론 장악돼도 여론 장악은 힘든 시대 겪는 중"

2024-05-16     김성재 에디터

야당 압승과 조국혁신당 대승으로 나타난 이번 총선이 주류 언론의 영향력 축소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주류 언론에 대한 불신(뉴스를 신뢰하지 않음)과 불용(뉴스를 이용하지 않음)이 총선을 거치면서 조중동 ‘보수’언론은 물론 한겨레·경향 등 ‘진보’ 혹은 ‘리버럴’ 언론까지 포함한 주류 언론의 의제설정 영향력을 축소시켰다는 것이다.

채영길 교수(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 14일 민언련 주최로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열린 ‘2024 총선보도 평가토론회’에서 “언론사에게 총선과 같은 선거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장 큰 이용과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계기이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뉴스 불신과 불용(不用)이 한국 공론장의 고착화된 문제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선거보도의 이용과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채 교수는 토론 발제문에서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언론장악과 탄압은 대다수 언론의 윤석열 정권 ‘3무 정책(무능, 무지, 무도)’에 대한 비보도 또는 단순사실 보도 또는 왜곡보도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주류 언론은) 정권의 정치적 이념과 무관하게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언론 부자유 상태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언련 주최로 14일 서울 통의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열린 '2024 총선보도 평가토론회: 언론 프레임과 포털뉴스, 민심과 어떻게 달랐나' 제목의 토론회 장면. 시민언론민들레.

한국 주류 언론들이 이미 광고주에 대한 과도한 의존, 정치-언론과의 관계 등 구조적 원인에 의해 스스로 언론자유를 실현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있으며, 이는 주류 언론이 시민의 삶과 사회의 안전에 위해(危害)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이 결과로 뉴스 이용률 저하와 포털 뉴스 이용률 하락, 즉 언론 ‘불신’에 더해 언론 ‘불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채 교수는 “포털 네이버뉴스의 선거보도 분석은 언론불신의 근거와 더 나아가 불용으로의 전환, 그리고 선거 영향력 약화를 추정하게 하는 정보를 제공해줬다”면서 “향후 한국의 정치권력 지형에서 기존 주류언론의 위상은 재검토되거나 주류언론 자체가 기존 정치지형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민언련과 이종혁 교수(경희대 미디어학교)의 네이버 선거보도 공동분석 자료에 따르면, 총선 기간 조중동·경제지·종편 등 ‘보수’ 언론들은 더불어민주당과 후보들에 대한 네거티브 보도, 국민의힘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부각 보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이슈 축소 보도를 이어나갔다.

한겨레 등 ‘리버럴’ 매체들도 윤석열 정부 심판을 내걸고 등장한 조국혁신당에 대해 소극적으로 보도했으며, 공영방송 KBS는 아예 정권심판 민심이 지배하는 총선 관련 보도를 회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야당의 압승과 조국혁신당 돌풍으로 나타나 주류 언론들의 보도가 민심과 큰 차이를 드러냈다. 

 

22대 총선 다음날인 4월11일 '야당 정권심판 압승, 여당 참패'를 톱 제목으로 뽑아 보도한 한겨레,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의 1면. 

채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는 주류 언론들의 여론조사 인용 보도 역시 실제 총선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거나 여론을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이는 단순히 여론조사의 문제일 수도 있고 언론의 여론조사 인용 보도 문제일 수도 있지만, 언론의 선거보도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신호가 드러난 계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류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22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와 언론권력에 의해 구축된 선거 공론장 대신 시민들에 의한 ‘시민 선거공론장’이 강력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에서 주류 ‘보수’언론, 한겨레 등 ‘리버럴’ 언론, 정권이 장악하거나 통제하는 언론 등으로 구성된 ‘주류 선거공론장’과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비판언론, 독립언론 등으로 구성된 ‘시민 선거공론장’이 치열하게 대결했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듯이 우리는 ‘언론은 장악되어도 여론은 장악되기 힘든 시대’를 지나고 있다”면서 “언론의 불신, 불용, 불능 시기에 만들어진 시민들의 공론장이 기술적, 재정적, 대중적 토대를 바탕으로 현실 정치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의미를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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