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촛불혁명' 지진에서 이어진 2024 총선 결과

윤석열 '양두구육' 사기극에 중단됐던 촛불의 전진

오래지 않아 돌아와 정권 심판 준비한 거대한 민심

주류언론, 여론조사 기관, 지식인 전문가들의 패배

양비론과 '제3지대' 헛소문들 믿었던 이들의 패배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이재명, 조국과 '역사의 복수'

전진의 열쇠는 밑바닥서 움직이는 기층 대중의 힘

2024-04-15     전지윤 편집위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혁명은 반혁명의 채찍을 맞으면서 전진한다”(프랑스 혁명가 당통)

이번 총선 결과는 ‘2016년 촛불혁명’의 연장 속에서 평가해야 한다. 그때 일어난 정치적 지진은 한국 사회를 뿌리부터 뒤흔들었고 아직도 후폭풍을 남기고 있다.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당시에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1700만 명은 무슨 진보·좌파적 정치의식으로 무장한 활동가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대부분 민주당 지지자이거나 오히려 보수정당 지지자에서 왼쪽으로 이동해 온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촛불 직후에 있었던 대선과 이어진 총선 등에서 그들 다수는 민주당 정부와 심지어 윤석열 검찰에게 철저한 적폐 청산과 사회 개혁의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민주당 정부의 적폐 청산과 사회 개혁은 성과와 함께 한계도 많았고, 실망을 낳았다. 그걸 이용해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윤석열과 이준석 등을 앞세워 ‘양두구육’ 사기극을 펼치며 보수우파가 가까스로 정권을 되찾아간 것이 지난 대선 결과였다.

그것은 2019년 소위 '조국사태' 때부터 이어진 일종의 ‘반혁명’이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금세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다시 민주당으로 지지가 모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몇 개월 만에 30% 대로 추락한 다음에 한 번도 큰 회복을 보이지 못했다. 대선을 거치며 민주당 당원이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100만 명 이상이나 늘어나서 250여만 명(이것은 정말 놀라운 숫자다)에 이른 것도 그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윤석열 정권이 먹고 살아가야 하는 자신들의 삶을 망치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대파 혁명’은 그것을 상징하고 있다. 성장률, 국민소득, 임금인상률, 소득분배율, 물가, 금리, 주가, 무역수지, 환율까지 모든 지표가 줄줄이 하락했고 악화했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은 촛불이 대변했고 심지어 자신들도 내걸었던 공정, 정의, 평등, 평화, 상식의 모든 가치들을 짓밟았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연설하면서 정권 심판 바람을 일으키는데 앞장섰다.

따라서 총선 전부터 국민의힘의 참패는 예정돼 있었다. 이종섭 도피극·황상무 망언·875원 대파쇼 같은 자책골 ‘3종 세트’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거나 민심을 폭발시키는 하나의 계기였을 뿐이다. 이미 이 나라의 언론 환경은 ‘레거시 미디어’가 쇠락하고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가 대세가 됐는데, 실시간 동접자수와 조회수 등에서 친민주당 유튜브들은 친윤석열 보수 유튜브들을 진작에 5~10배 가까이 앞서고 있었다.

레거시 미디어와 종편 방송과 갤럽 조사와 거기에 나오는 전문가들의 말만 듣고 보던 사람들이 지난 2월에 ‘비명횡사 공천으로 민주당이 폭망하고 국민의힘이 승리할 것’이라는 말을 믿었다면 거대한 착각이 아닐 수 없었다. 강력한 정권 심판 여론과 민심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총선 결과는 레거시 미디어들의 패배, 갤럽 등 기성 여론조사 기관들의 패배, 그런 것을 근거로 떠들던 지식인 전문가들의 패배를 보여 준다.

실제로 이번 총선 기간에 진중권 교수는 ‘왜 한동훈만 비판하냐, 공정하지 않다’라고 항의하면서 스스로 방송에서 하차해 버렸다. 또한 ‘진보’ 언론과 지식인들도 말하던 ‘이재명과 윤석열의 적대적 공생과 대결 정치에 지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양비론과 헛소문을 믿고 ‘제3지대’에서 노다지를 찾아 나섰던 이낙연, 금태섭, 류호정 등의 정치인들은 모두 뒤통수를 맞았다. 그런 ‘중립’ 지대는 그런 ‘진보’ 언론과 지식인들의 머릿속에서나 존재했던 셈이다.

한겨레와 경향은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의 최대 리스크가 됐기에 지원 유세하면 오히려 표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고, ‘조국 전 장관은 유죄 판결받아서 정치할 자격이 없고 민주당까지 괴롭힐 것’이라고 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재명 대표는 정권 심판 바람을 일으키며 전국에서 지원 유세를 했고, 조국혁신당이 선거자금 펀드를 모금하자 1시간 만에 200억이 모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겨레와 경향도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의 리스크가 됐고 표를 떨어트리고 있다고 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던 경향신문 칼럼 화면 갈무리

반면에 ‘제3지대’를 헤매던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바람’을 일으키기는커녕 서로 합쳤다가 곧바로 갈라섰고 ‘국고보조금 6억만 챙긴 사기극’이라고 욕을 먹었다. 이낙연은 호남에 출마해 ‘한미동맹을 부정하는 급진세력과 선거 연합한 민주당’을 비판했지만 아무 호응도 얻지 못했다. 기대에 부풀어 이준석당으로 따라갔던 정의당 출신 류호정 전 의원은 결국 총선 출마를 포기하며 “제3지대 정치는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기득권 보수우파는 총선 기간에 극심한 분열과 위기를 드러냈다. 2016년 촛불혁명이 이들에게 가한 강력한 타격과 내상이 아직 아물지 않았던 셈이다. 이번 대선 기간 내내 보수우파 내부에서는 끝없는 불협화음과 상호 비난, 갈등이 터져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동훈이 들어와 셀카만 찍다가 말아 먹었다”고 했고, 윤석열의 멘토라던 신평 변호사는 “궁정 쿠데타”를 일으켰다며 “한동훈 물러나라”고 했다. 유튜브 방송에서는 막말과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막말 논란 때문에 국민의힘이 컷오프 한 도태우, 장예찬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민의힘 후보와 대결하며 끝내 사퇴하지 않았고, 국민의힘은 막판에 극우적 경쟁자인 자유통일당을 선관위에 고발했다. ‘보수의 메시아’라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메시지는 총선 기간 내내 갈팡질팡했고, 누구를 핵심으로 겨냥한 것인지조차 불분명했다. 중앙일보는 한동훈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국민의힘 의원의 사례를 소개했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며 여성혐오 정서를 부추겨서 지지자들을 모으려던 정부가 막바지에는 갑자기 ‘민주당 김준혁 후보의 막말을 이대로 넘어갈 수 있냐’며 “여성 유권자에게 호소”했다. 조선일보는 막판에 거의 자포자기한 것처럼 보였다. 당시에 조선일보의 최고 조회수 기사들은 ‘여배우 전종서의 레깅스’, ‘한소희-이준열 배우의 결별’ 등이었다.

집권 정부와 여당의 지위를 이용한 최악의 관권 선거와 언론과 방송에 대한 ‘입틀막’과 ‘땡윤뉴스’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이 상호작용해서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를 피할 수 없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조차 충분히 결집시키지 못했고 스스로 국민의힘에 투표할 명분과 의욕을 찾지 못했다. 대표적 극우논객인 조갑제 씨의 유튜브 방송에서는 “평생 처음으로 민주당을 찍었다”는 사연이 나왔다. 

 

조갑제 유튜브 방송 화면 갈무리

아마도 지금 기득권 보수우파가 가장 증오하며 원망하고 있을 3명을 뽑는다면 1. 이재명 체포영장을 기각한 판사 2. 조국을 법정구속시키지 않은 판사 3. 김어준을 TBS에서 쫓아내며 날개를 달아준 책임자 순서일 듯하다. '김어준 뉴스공장'은 실시간 동접자가 30~40만, 하루 시청자가 200만에 달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유튜브 방송 10위 안에 항상 올랐다. 뉴스공장에 나온 민주당 후보들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인터뷰 도중에 10배나 증가하곤 했다.

국정원에게서 대공수사권을 박탈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증오도 대단할 것이 분명하다.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직전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국정원 대공수사권부터 복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여전히 있었다면 윤석열 정권은 총선을 전후해 북풍 사건 등을 터트리며 종북몰이를 더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거나, 미행하고 사찰하다가 들키는 일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이번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것은 불길한 소식이다. 이번에 자유통일당이 또다시 의회 진출에 실패한 것은 이 나라에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투박한 아스팔트 우파들이 포스트 윤석열 시대의 우파적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다시 확인해 줬다. 반면 이준석과 개혁신당에 모인 신우파들은 소수자 혐오와 갈라치기를 보수정치와 결합시키는 데 훨씬 세련돼 있고 능수능란하다.

이번에도 이준석과 개혁신당은 노인 무임승차 폐지,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 폐지 등을 제시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려고 시도했다. 더구나 레거시 미디어들도 진영을 떠나서 이준석, 천하람, 김용태, 김재섭 등으로 대표되는 청년 우파들에 호의적이다. 레거시 미디어들은 돌풍을 넘어서 태풍을 일으킨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을 소개하고 인터뷰하기는 꺼렸지만, 이준석 대표와는 수시로 인터뷰를 하고 지면을 제공했다.

지금도, 성공이라기보다는 가까스로 참패를 면한 정도인 개혁신당의 성과를 엄청나게 과장해서 부풀려주고 있다. 또한, 이번 총선의 핵심이 ‘정권 심판’이라는 것을 외면하던 레거시 미디어들은 총선 이후 다시 ‘복수와 응징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운운하고 있다. 이것이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외면하고 진실을 덮으며 조금도 반성하지 않던 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코 무슨 사적인 복수나 응징이 아니며 정당한 ‘역사의 심판과 복수’이다. 이재명 대표나 조국 대표의 경우에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두 사람의 정치와 노선에 동의하느냐 여부를 떠나서 윤석열, 한동훈, 검찰, 족벌언론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상징적 인물인 두 사람을 마녀사냥하고 철저하게 악마화하고 그 가족까지 죽도록 괴롭힌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것이 올해 초 이재명 대표 살인미수 정치테러의 배경이 됐다. 이재명 대표는 총선 선거운동 시작쯤에 ‘뉴스공장’에 나와서 당시에 “칼에 맞고 바닥에 누워서 하늘이 참 파랗다. 이게 마지막인가. 아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득권 우파 권력 카르텔의 이런 시도는 결국 거대한 역풍을 낳았다. 두 사람은 온 가족이 멸문지화를 당하고 죽을 고비까지 넘기며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영화 같은 서사를 얻었다. 

 

이재명 대표는 그야말로 가까스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왔다/ MBC 뉴스 화면 갈무리

윤석열 정권에게 속고 고통받으며 한국 사회의 더 철저한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게 된 수많은 대중은 이 둘에게 더욱 깊숙하게 감정이입하하게 됐다. 이 두 사람의 고통과 삶에서 자신들의 고통과 삶을 보고 있다. 그래서 총선 기간에 이 두 사람이 전국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거대한 인파 속에서 유세하는 장면을 관찰한 사람은 ‘이것은 단순히 선거 유세가 아니라 마치 2016년 촛불에서 목격한 반정부 시위와 선동의 장면들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유세들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됐고 매번 몇십만 명이 그것을 함께 시청하고 공유했다. 그 속에서 조국 대표는 “돌아갈 다리를 불태웠다” “끝을 보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이 아니라 여러분이 직접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고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총선은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 지도부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다. 2016년 촛불에서 시작된 변화를 다시 이어가고 싶어 하는 기층 대중의 마음이 밑바닥에서 움직였다.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지도부 거의 대부분과 안팎의 유력인사들의 압력과 뜻까지 거슬러 연동형 선거제 유지를 결정한 것은 그런 마음에 다가가는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이어서 민주당은 일부 진보정당과 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민주당을 넘어서는 더 폭넓은 선거 연합을 결성했다. 이것은 기존의 주류와 현역 의원들의 반발과 레거시 미디어의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고 기층 당원과 지지자들의 뜻을 반영한 공천 혁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한국 사회를 개혁하자는 대중의 열망과 열기는 더욱 뜨겁고 강해졌다. 이런 서사, 인물, 현상이 왜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을 통해서 나타났는지, 왜 진보정당은 기회를 놓쳤는지 궁금해하거나 돌아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거리에 모여서 함께 ‘윤석열 심판’을 외치던 수많은 이들이, 새로운 국회에 모든 걸 맡기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계속 정치적 주체로 남을 길을 찾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초기와 달리 사람들은 싸울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투지를 회복했고 총선 결과는 그것에 기름을 부었다. 총선 시기에 98.3%의 찬성률로 12년 만에 파업에 나섰던 서울 버스 노동자들, 최근 97.5%의 압도적 찬성으로 역사상 첫 번째 파업을 가결한 삼성전자 노조의 사례가 그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런 흐름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에 윤석열 정권을 완전히 심판하고 촛불혁명의 과제를 완수하기 위한 열쇠가 있다.  

 

금속노조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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