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정권심판 ⑦] 자위대 한국땅 상륙 허용할 텐가

2020년 총선에 이어 '한일전' 2차전 성격

윤석열 정부 대일 굴종 외교 제동 거느냐 달려

종일 흐름 드러내는 국힘의 친일 망언 후보들

2024-04-02     이명재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이 들끓고 있다. 대한민국을 '눈 떠보니 후진국' '다시 헬조선'으로 만든 범인을 응징하려는 것이다. '이채양명주'라는 조어도 등장했다. 이태원 참사에서 '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서 '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에서 '양',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의 명품(디올) 가방 수수 사건에서 '명', 주가조작(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주' 자를 끌어온 것이다. 투표소로 향하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다섯 가지 죄목이다. 그러나 어디 그뿐이랴. 집권 만 2년도 안 돼 정부의 거버넌스(통치시스템)를 통째로 무너뜨리는 데는 훨씬 더 많은 실정과 비정이 작용했다. 정권의 무도함과 무능, 무책임이 한 덩어리로 뭉쳐져 빚어낸 것들이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그 중에서 12개를 뽑아 선거 전날까지 시리즈로 내보낸다. 

 

8월 26일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을 요구하며 서울 시내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국 시민들. 2023.08.26. AP 연합뉴스

이번 총선의 심판선거 성격을 더해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측면은 '한일전' 대결 구도라는 점이다. 즉 한국 내 친일 움직임과 그 세력에 대한 평가와 심판이다. 이는 2020년 총선에 이은 '한일전' 구도의 재판이다. 2020년 총선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면서 한일 갈등이 폭발했었다. 당시 '이번 총선은 한일전'이란 구호가 등장해 ‘친일파 없는 국회를 국민의 힘으로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21대 총선 한일전과 같은 점, 다른 점

이번 선거가 지난 총선과 다른 점은 4년 전에는 일본으로부터 그 원인이 시작된 한일전이었다면 이번에는 한국 내 친일 종일(從日) 흐름에 대한 심판이라는 점이다. 윤석열 정권의 '계획된' 친일 행보는 대일 저자세를 넘어선 종속과 굴종으로 일관한 것이었다. 그 시작은 2023년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였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우리가 잘못해서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다”고 얘기할 뿐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 인식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말은 전혀 없이 일본과의 화해 협력만을 얘기했다. 일본의 식민 침략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었다.

이후 일본에 대한 굴종 행보는 더욱 가속화됐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안 추진을 들고 나와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그로부터 두 달여 뒤에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욱일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호위함이 부산항에 입항하기까지 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 해양투기를 용인하는 것은 물론 일본 정부를 대변하고 옹호했다. 일본 정부 각료도 이야기하지 않는 '핵 오염수'라는 용어 대신 '처리수'로 변경하겠다는 말까지 한국 정부에서 나왔다. 이에 불안해하면서 정부를 비판하는 국민들을 향해서는 “괴담에 의해 선동되고 있다”면서 불순 분자 취급을 했다.

윤석열 정부는 내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에 끌려다녔다. 끌려다녔다기보다는 자발적으로 대일 예속의 태도를 취했다. 모든 사안을 '일본의 국익과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의심이 나올 만했다.

 

29일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 함이 다국적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욱일기의 일종인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로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한국 정부가 주최하는 다국적 훈련(이스턴 엔데버 23)은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등이 참여한 가운데 31일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열린다. 2023.5.29 . 연합뉴스

특히 상징적인 장면은 자위대 군함의 부산항 입항과 함께 다른 날도 아닌 일제에 의해 국권이 상실된 경술국치일인 8월 29일, 한국 해군이 일본 해상자위대와 함께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한·미·일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2월 22일 '다케시마의 날'(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시마네현 조례에 따라 지정한 기념일)에도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동해 공해상에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자위대 함정 이어 군복 입은 일본군 국내 활보할 수도

윤석열 정부의 이 같은 대일 굴종 종속 행보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자위대 함정은 이미 부산항에 들어왔다. 이제 자위대 군복을 입은 일본군이 해방 후 약 80년 만에 다시 한반도 땅을 활보하게 될 수도 있다.

일본에는 시종 굴종적이었던 정부는 국내에서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면서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려 했다. 일제 관동군의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 백선엽 장군의 친일반민족행위 문구를 삭제한 대신 “최대의 국난을 극복한 최고의 영웅”이라는 찬사가 정부에 의해 공식화됐다. 항일 독립운동의 뿌리를 지우고 새로 쓰려는 시도로 읽힌다.

일제 잔재 청산의 과제가 여전히 적잖게 남아 있는 현실에서 이 같은 친일 종일(從日) 행보는 숨 죽이고 있던 친일 세력의 본격적인 부활과 재기, 주류화의 토양이 되고 있다. 보수정권에서도 금기의 영역이던 친일색의 노출이 노골화되고 있다. 광화문 광장의 보수 세력 집회에 성조기에 이어 일장기가 급기야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번 총선에는 그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후보들이 상당수 국회에 입성하려 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후보들의 친일 발언과 과거 친일 행적들이 파문을 빚고 있다. 이들의 친일 행적과 발언은 우발적이거나 단발성으로 가볍게 볼 수 없는, 끊임없이 재생될 뿐만 아니라 더욱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이 인재 육성 사례로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伊藤博文)를 들어 파문이 인 것이 대표적이다. 성 의원은 “다음 세대를 키울 (장학)제도가 없을 때 (재정국장이) 금괴를 훔쳐 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이토 히로부미 등이) 그 금괴로 공부하고 난 뒤 일본을 완전히 개발시켰다”면서, 학생들에게 “(이토 히로부미가) 한반도에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 인물이고 그만큼 우리에게 불행한 역사이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라고 말했다. 그 말보다는 이 말로 인해 파문이 일자 ‘열등의식’이라고 반박한 것에서 뿌리 깊은 친일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인천 연수갑' 국민의힘 정승연 후보는 자신의 저서에서 한국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피해의식' '열등의식' 등으로 수차례 기술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사 출신인 조수연 후보(대전 서구갑)는 과거 페이스북에 일제 식민 지배에 대해 "백성들은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고 글을 쓴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그는 이 글에서 "당시는 제국주의 시대였고, 일본은 고양이, 조선은 생선이었다"며 "생선이 된 스스로를 한탄하고 반성해야지 그것을 먹은 고양이를 탓한다고 위안이 되겠나"라고 했다. 전형적인 식민사관, 뉴라이트 사관으로 읽힌다.

광복회의 비판대로 "일제 강점기 우리민족의 고통을 '생선'으로 비하하고, 뉴라이트의 친일 식민사관과 식민지배의 정당성 주장을 넘어 일본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글은 일본 극우세력의 망언에 가깝다.

이 같은 망언은 그 계보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에 단수공천을 받은 국힘의 중진 정진석 의원은 2022년 10월 당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는 이재명 대표 발언을 비판하며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해 ‘식민사관’ 물의를 빚었다. 정 의원은 ‘식민사관’ 문제가 불거지자 오히려 “제발 (역사) 공부들 좀 하라”고 오히려 지적해 더욱 파문을 키웠다. 당시 이 말에 대해 성일종 의원은 “구한말에 조선을 이끌었던 지도층들에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정 의원을 극력 옹호했다. 정진석 의원의 발언은 그의 조부가 친일 인사라는 사실을 환기시켰는데, 친일의 과거와 현재는 이렇듯 끈질기게 얽히면서 그 세력의 범위를 넓혀 온 것이다.  

이번 총선의 한일전 성격은 한국의 총선 결과를 염려하는 일본의 대표적 우익 신문 <요미우리>의 사설에서도 발견된다. 우익 아베 신조 정권의 기관지 노릇을 자처했던 극우 <산케이신문>과 함께 일본의 대표적 우파 신문인 <요미우리>는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 간에 걸쳐 닦아 놓은 한일 유착관계가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자민당을 축으로 한 일본 보수우파와 한국의 윤석열 정권 및 친일 흐름 간의 긴밀한 연결을 확인시켜 준다.

친일 대 반일 아닌 대등한 한일 관계 돼야 

이번 총선의 한일전 성격은 그런 점에서 친일 대 반일(反日)이라고 할 수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일간의 대등한 관계, 진정한 친일 관계로의 회복을 위한 태세를 한국이 갖추느냐를 놓고 벌이는 대결이다. 

한일전 선거의 한 단면을 더불어민주당 총선 영입인재로 경기 하남을에 공천된 백범 김구 선생 증손자 김용만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 이사가 공약으로 제시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효창공원의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효창공원은 백범의 묘역과 윤봉길, 이봉창, 안중근 의사의 가묘(假墓) 등이 있는 독립운동사의 상징적 공간이다. 그러나 이곳에다 이승만 정권 시절 운동장을 만들거나 배드민턴장 등 이질적인 시설을 많이 만들었다. 김 후보의 희망대로 이 공원을 온전히 복원하는 것은 독립운동사의 기둥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랄 수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폐기 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송기호 후보(서울 송파을)의 도전도 그런 점에서 또 하나의 한일전 대결이다.

서울 강서을에 전략공천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선거전에 들어가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장관 시절에 강행됐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 “나는 반대했다” “억울하다”고 말하고 있다. 장관 시절 그가 주도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백선엽의 영웅화를 떠올리면 선거의 위력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총선의 한일전 성격은 한동훈 위원장이 선거의 의미를 ‘운동권 청산’에 둔 것과도 연결된다. 주로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하와 부정으로 썼던 말이지만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시도로 항일 독립운동을 잘라내고 훼손한 행태들과도 잇닿아 있다. 항일 독립운동의 맥을 21세기의 한국 현실에서 되살리며 잇는 이번 총선의 또 다른 의미를 거기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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