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 벨트’ 찾아나선 이재명…스타트는 양평
서울~양평 고속도 방문해 “대표적 국정농단 사례”
“국민의힘, 의원직 상실한 사람을 양평에 공천해”
“윤 정권, 국민 대리할 자격 없다…선거로 바꿔야”
다음차례는 해병대 수사외압 신범철 출마지 물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본격적인 ‘정권심판론’에 불을 댕겼다. 이 대표는 7일 오전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경기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김건희 씨 일가 땅 인근을 방문했다.
이 대표가 양평을 방문한 것은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대표적인 특혜 의혹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 개인적으론 인천 계양을 경쟁 후보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동시에 저격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15년간 추진되고 별다른 이견 없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까지 통과됐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갑자기 용역사가 50여 일 만에 김건희 씨 일가 땅 500m 인근으로 종점을 변경하는 대안을 만들고 국토부가 추진하면서 문제가 됐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지역민의 숙원 사업이지만, 지난해 7월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원희룡 전 장관이 공론화 절차도 없이 독단적으로 ‘백지화’를 선언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일방적 ‘백지화 선언’으로 원 전 장관은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까지 됐다.
이 대표는 이날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김 씨 일가 땅 인근에서 지역구(여주·양평) 후보인 최재관 전 지역위원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들은 뒤, 양평읍 양평군청 앞 ‘고속도로 농성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최 전 위원장과 양평군의회 여현정·최영보 의원 등이 지난 7월부터 농성을 벌인 곳이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연계된 ‘남한강 휴게소 게이트’ 의혹을 터뜨린 이소영 의원과 경기 용인을에 전략공천된 손명수 전 국토부 2차관이 동행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의 윤영덕·백승아 공동대표도 함께 자리했다.
이 대표는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농단의 대표적 사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사건”이라며 “고속도로 종점이 어느 날 갑자기 대안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원안이 원래 검토한대로 예타까지 다 통과됐고 십수 년 문제없이 진행됐는데 갑자기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원안대로 추진하면 되는데 왜 백지화하나. ‘뭐 먹어라’ 이런 건가. 한 번 반대 했으니까 혼나봐라 그런 건가”라며 “대안이 옳으면 대안으로 추진하고, 원안이 옳으면 원안대로 추진하면 될 일이지 행패 부리는 것인가. 왜 백지화하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권력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기분에 따라 함부로 행사하는 집단들은 국민의 대리인을 할 자격이 없다”면서 거듭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너무 못 했다. 도저히 못 살겠다, 못 참겠다, 앞으로 더 나빠질 거 같다면 다른 선택을 하는 게 바로 선거”라며 “주권자로서 책임과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 대표는 거듭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선거를 통해서 주권을 잠시 맡긴 것이기 때문에 권력은 주인을 위해서, 주인의 뜻에 따라 행사해야 한다”며 “(선출직 공무원이) 내가 이 나라 주인이고 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왕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왕이 되고자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어진 권력을 자신의 이익과 자기 주변, 자기 세력의 이익을 위해서 잘못 사용하면 주인의 입장에서 더 이상 머슴이 역할을 할 이유가 없다. 권력을 박탈해야 한다”면서 “그게 바로 민주 공화국의 존재 이유이고, 주권자가 언제나 당당하게 대리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김선교 전 의원을 여주·양평 후보로 공천한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대법원 판결에서 의원직이 상실됐지만, 회계 책임자만 벌금 1000만형 유죄 선고를 받고 본인은 무죄를 받아 피선거권은 박탈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김 전 의원이 공천받고,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에 대해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원 전 장관도 공천 받았다. 돈봉투 받는 사람도, 영상까지 찍혔는데 돌려줬다고 주장하면서 또 공천 받는다. 그뿐만이 아니라 탄핵을 엄호하는 사람도 공천 받는다”며 “국민의힘은 이런 분들을 내세워서 국민에게 심판 받겠다는 것인데, 그게 과연 국민에 대한 도리냐”고 했다.
여주·양평에 출마하는 최재관 전 위원장도 원희룡 전 장관과 김선교 전 의원의 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원 전 장관은 책임지기는커녕 국회의원에 출마한다고 (국토부를) 떠났다. 책임져야 한다”며 “원 전 장관과 함께 논의한 김 전 국회의원도 반드시 책임져야 하고, 양평군의 도로 노선 실무 책임을 진 안모 국장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해서 여주·양평이 어려운 시기에 국회의원이 1년 이상 공석이었다”면서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주민들에게 부끄럽게 생각하고 죄스럽고 미안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나. 그 잘못은 이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은 무죄라고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고 질타했다.
최 전 위원장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귀책사유가 있고 국민의힘 잘못으로 의원직 상실을 한 곳엔 선거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혁신의 모습이라고 얼마나 크게 떠들었냐”며 “왜 양평은 예외가 되어야 하느냐, 선거법 위반한 사람을 왜 다시 공천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한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김 전 의원이 양평군수 시절 (대통령 처가를 위해) 양평공흥지구 허가를 잘 내줘서 ‘보은공천’한 것 아니겠느냐”며 “이 잘못되고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공천을 심판하고 국정농단 진실을 밝혀 여주시·양평군민의 자존심을 살려달라”고 했다.
이 대표의 양평 방문은 서울 종로(곽상언), 서울 영등포갑(채현일), 서울 양천갑(황희)에 이은 네 번째 현장 지원이었다. 이 대표는 여주·양평을 시작으로 전국의 '윤석열 정권 심판 벨트' 지역구를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다.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지만,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외압’과 연루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출마지 충남 천안갑이 다음 방문지로 거론된다. 수사외압 사건은 최근 핵심 관계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되면서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야당은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이 수사외압 공범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
이 외에도 충청권에선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관제데모를 사주한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마지인 충남 홍성·예산이 거론된다. 이곳에선 대통령의 관권선거를 지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 전 수석은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인 홍문표 의원으로부터 대통령 시계 1만 개 살포 의혹으로 공격을 받기도 했다.
또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관련 있는 대전 유성을 지역도 거론된다. 이곳에선 지난달 윤 대통령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 수여식 도중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R&D 예산 복구를 요구하는 졸업생 입을 틀어막아 강제로 내쫓은 사건이 발생했었다. 민주당은 이 지역에 ‘철새 정치인’ 이상민에 대한 대항마로 영입인재인 카이스트 출신 황정아 박사를 공천했다.
아울러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실패한 부산 방문도 검토 중이다. 정부와 언론이 49 대 51 박빙 승부를 예측했지만 119대 29라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참패하면서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실패를 두고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민심 달래기 명분으로 부산에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고 23조 원 넘는 퍼주기 약속을 하며 관권선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외교 실패와 국정 난맥상, 세수펑크, 선거법 위반 문제 등을 환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