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최초 ‘야당 단독 감액 예산’ 통과되나…예산 처리 D-1

‘尹표 예산’ vs ‘李표 예산’ vs ‘초부자 감세 법안’

민주당 “단독 감액 수정안, 이미 마련”

민주, 임시국회 소집…예산 타결 지연 대비

‘여당 노릇 해야 하는 야당’, 민주당의 고심

2022-12-08     고일석 에디터

여야가 정한 예산안 처리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기국회 폐회일인 9일(금)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타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추경호 부총리가 7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예산안 협상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12.7(연합뉴스)

‘尹표 예산’ vs ‘李표 예산’ vs ‘초부자 감세 법안’

양당 정책위 의장과 예결위 간사 간의 2+2 협의와, 원내대표가 추가된 3+3 협상을 거치면서 삭감 부분과 증액 부분에 어느 정도 진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핵심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실 예산 삭감과 지역화폐 예산 증액 부분, 그리고 ’초부자감세‘에 해당하는 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 등에 있어서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예산 본질보다 이상민 해임안에 반발해 국민의힘이 예산 협상을 거부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7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상민 해임안은 원래 예정돼있던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려고 했지만, 김진표 의장이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아 무산됐다. 그러나 어떻게든 예산을 처리해야 하는 8일과 9일 본회의는 개의하지 않을 수 없어 해임안은 민주당의 방침대로 처리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해임안을 처리할 경우 그때 가서 의총을 소집해 논의한다는 계획이지만, “해임안은 해임안, 예산은 예산”이라는 민주당의 시각과는 달리 “해임안=예산 거부”로 보는 강경 일색인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를 볼 때 예산 협상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11월 21일 의장집무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양당 원내지도부와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2022.11.21(연합뉴스)

민주당 “단독 감액 수정안, 이미 마련”

그럴 경우 정부안과 민주당의 감액 수정안이 상정되어 정부안은 부결되고 민주당의 수정안이 통과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미 단독 처리할 감액 수정안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던 ‘야당 단독 감액수정안이’이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

김진표 의장이 이를 막기 위해 9일 본회의에서 예산안 상정을 미룰 수도 있지만, 내년도 예산 집행 준비를 위해서는 예산안 통과를 무한정 미룰 수는 없는 형편이다. 또한 민주당의 ‘감액 수정안’은 감액 규모만 놓고 보면 그리 큰 규모가 아니고, 새해 들어 곧바로 추경을 편성해 보완할 수도 있으므로 김 의장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정부안이든 민주당 수정안을 모두 상정해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진표 의장이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면서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는 단 한 번도 해준 적이 없었던 전례를 보면 9일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2022.12.7(연합뉴스)

민주, 임시국회 소집…예산 타결 늦어질 경우 대비

한편 민주당은 7일 김진표 의장에게 10일부터 회기를 시작하는 12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임시국회 소집을 위해서는 개회 3일 전까지 요청할 수 있게 한 국회 규정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원내 공지에서 “9일 예산안 처리가 목표이지만 추후 예산안 처리 및 시트 작업 등에 소요될 시간을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소집요구서 제출 이유를 설명했다.

‘시트 작업’은 예산안 협상이 타결되면 기재부가 엑셀 프로그램을 돌려 증액과 감액 등의 수정 내용을 전체 예산에 적용해 점검하는 작업을 말하는데 통상 꼬박 하루가 걸린다. 그래서 ‘막판 협상 타결’의 경우 보통 처리일 새벽에 타결되어 그날 심야에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민주당이 단독 감액수정안을 제출할 경우 주로 일반예산 부분을 삭감할 것이어서 별도의 시트작업이 그다지 필요 없다. 그러나 예산 감액과 증액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협상을 통한 수정안은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 있는 기금운용예산 처리 부분이 많아 시트 작업이 필수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2.12.7(연합뉴스)

‘여당 노릇 해야 하는 야당’, 민주당의 고심

민주당이 12월 임시국회 개회일을 10일로 잡고 7일에 소집을 요구한 이유는 9일 늦게라도 예산협상이 타결되면 시트 작업을 거쳐 10일에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이다.

민주당이 협상 타결에 미련을 두지 않고 단독 수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라면 10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를 소집할 필요 없이 바로 9일에 처리하면 된다. 즉 민주당의 12월 임시국회 소집은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대통령실 예산과 경찰·검찰·감사원 등 권력기관 예산을 삭감하는 ‘상징성’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대폭 혹은 전액 삭감시킨 임대주택 예산과 지역화폐 예산 등 ‘민생 예산’을 증액해 통과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태도와는 관계 없이 협상을 통해 이들 예산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당 역할을 해야 하는 야당’으로서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만약 끝까지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부안과 민주당 수정안이 동시에 상정되고, 수정안을 원안에 앞서 표결하는 규정에 따라 민주당 수정안이 바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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