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고금리 덮쳐…건설사 76% '한계기업' 자처

"현 기준금리에선 영업이익으로 이자 감당못해"

"자금 사정 어렵다" 응답 "양호하다"의 2배 넘어

지난해 주택건설업 등록업체 수 10년 만에 감소

신규등록 60% 줄고 자진 반납은 역대 가장 많아

2024-02-19     유상규 에디터

국내 건설업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10곳 중 8곳 가까이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서는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자금사정이 곤란하다는 응답이 양호하다는 응답의 두 배나 됐다.

주택경기 침체도 맞물리면서 지난해 주택건설업 등록업체 수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주택건설업을 새로 시작하는 업체는 크게 줄고 있는 반면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주택건설업 등록을 자진반납한 건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9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 500대 건설기업(102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6.4%가 현재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현 기준금리(3.5%) 수준에서 이자 비용을 내는 데 여유가 있다는 응답은 17.7%에 그쳤다.

 

현재 기준금리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 감당 비율. 자료 : 한국경제인협회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응답이 이어졌다.

최근 건설업체의 자금사정을 묻는 설문에 '평년과 비슷'하다는 답변이 43.1%로 가장 많았지만, '곤란하다'도 38.3%나 됐다. 반면 '양호하다'는 응답은 18.6%에 불과했다. '곤란'이 '양호'의 2배가 넘는다.

하반기 자금시장 전망과 관련해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인 52.9%는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33.4%였고, 호전될 것이라는 답변은 13.7%에 그쳤다.

자금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31.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높은 차입 금리(24.5%), 신규 계약 축소(16.7%) 순으로 응답했다.

 

건설기업 자금사정 현황 및 전망. 자료 : 한국경제인협회

올해 하반기 자금수요 전망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65.7%가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고 봤다.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26.4%, 감소할 것이란 응답은 7.9%였다. 자금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협력업체 공사대금 지급(32.4%)이 가장 많았고, 그 뒤로 선투자 사업 추진(17.6%), 원자재 및 장비 구입(16.7%) 등 순이었다. 자금조달 과정에서 최대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전체의 75.5%가 높은 대출 금리와 수수료를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복합적 요인으로 건설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건설업계가 한계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금리·수수료 부담 완화, 원자재 가격 안정화, 준공기한의 연장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해 주택건설업 등록업체는 9390개사로 2022년의 1만 49개사에서 659개사(6.6%)가 줄었다. 주택건설업 등록업체 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주택건설업 등록업체 추이. 자료 : 대한주택건설협회

이처럼 등록업체 수가 줄어드는 것은 신규등록 건수는 줄고, 등록 반납 건수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건설업 신규등록 건수는 지난 2021년 2191건에서 2022년 1086건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429건으로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363건) 이후 최저치다.

반면 주택건설업 등록 자진 반납 건수는 지난해 843건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가장 많았다. 자진 반납 건수는 2020년 484건에서 2021년 629건, 2022년 765건에 이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주택건설업 신규등록 부진과 자진 반납 증가에 따른 주택건설업 등록업체 수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신규등록은 38건에 지나지 않은 반면, 자진반납 167건, 등록 말소 3건 등으로 등록업체는 전달보다 132개사 줄어들었다.

 

최근 건설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고물가가 덮치면서 건설업계가 큰 시련을 맞고 있다. 사진은 빨간불이 켜진 한 아파트 건설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반적인 건설 경기 침체로 주택건설 뿐아니라 종합건설업도 신규등록은 줄고 폐업은 늘어나고, 부도처리 되는 건설사도 속출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종합건설업 신규등록 건수는 총 24건으로 작년 같은 달(143건)에 비해 83.2%나 줄었다. 반면 폐업 건수는 35건으로 12.9% 늘었다. 전문건설업은 지난 1월 폐업이 248건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0.5% 늘었지만, 신규등록(382건)도 작년 동월 대비 32.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을 합한 폐업 신고 건수는 565건에 달한다. 올해 들어 부도 처리된 건설업체는 총 5개사로 모두 지방의 전문건설업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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