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무섭나' 꾸짖는 '보수'언론의 자가당착

그러나 그를 '성역'으로 만들어준 게 누군가

조선 중앙일보의 정부여당 비판 거세지지만

비판보다는 총선 패배 위기감의 발로인 듯

2023-12-14     이명재 에디터

내년 4월 총선에서의 여당의 패배 관측이 많이 나오면서 ‘보수’ 언론들의 집권 권력과 여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그 비판은 대체로 국민의힘 당에 대해 변화를 주문하는 것과 함께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에 대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들 언론에서 거의 '성역'처럼 여겨졌던 김 씨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매서운 질타가 눈에 띈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등 '보수' 언론들의 이 같은 비판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 반 동안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현상이다. 이들 친여 매체들이 언론으로서의 '권력 비판' 기능을 회복하고 있는 긍정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들 매체의 권력비판에는 그같은 긍정평가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빠져 있다. 이들 언론이 비판하고 질타하고 있는 국힘당이나 김건희 씨의 문제는 상당 부분  바로 그 매체들 자신에 의해서 비롯되고 키워진 것이라는 점이다. 문제의 원인 제공자가 자신은 마치 관련이 없는 것처럼 비판과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어서, 그 비판이 거셀수록 자가당착에 빠지고 만다는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일보의 14일자 칼럼 <어쩌면 명품 핸드백은 작은 문제일지 모른다>는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을 작심 비판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비판을 넘어 김 씨를 직접 겨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거의 볼 수 없었던 어조로 몰아붙이고 있다.

“임기 초 김건희 여사 주변의 비선 논란이나 수천만 원대 액세서리 착용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궤변 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더니, 급기야 자칫 뇌물로 비칠 수 있는 수백만 원대의 화장품·핸드백 수수나 불필요한 인사·정무 개입 의혹 제기에도 여전히 모르쇠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 칼럼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를 통해 보도된 김 씨의 명품백 수수 영상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칼럼에서 인용된 문제의 영상을 정작 이 매체는 제대로 보도한 적이 없다. 지난 27일 밤 이 내용이 처음 공개된 뒤 이를 보도한 언론은 거의 없었는데, 중앙일보는 이 내용을 기사로 전혀 다루지 않거나 명품 선물 수수라는 본질은 덮어두고 ‘함정수사 논란’을 키워 보도했을 뿐이다. 문제의 '몸통'은 보도하지 않은 매체가 그 몸통으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신문을 주로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의아함이 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셈이다. 

위의 중앙일보 칼럼의 매서운 기세는 김건희 씨 주가조작 개입 의혹이나 국외 방문 동행 때의 명품 쇼핑 의혹 등이 발생했을 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랬던 매체가 김 씨가 빚고 있는 의혹이 전혀 새로운 것처럼, 게다가 의혹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이를 무시하고서는 이제 와서 정색하며 김 씨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칼럼은 의혹 그 자체에 대한 추궁, 비판이라기보다는 보수 진영의 위기감, 다급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글의 본심은 “잘못한 일에는 겸허히 사과하고 과장이나 왜곡엔 깔끔하게 해명해두지 않으면 결국 이게 발목을 잡아 윤석열 대통령, 아니 보수 진영 전체가 낭패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는 대목에서 드러나는 듯하다. 김 씨의 '일탈'을 그대로 둬서는 보수 진영 전체가 낭패를 겪게 될 것이라는 염려와 불안이 김 씨에 대한 새삼스러운 질책으로 표출된 것이다.   

중앙일보의 같은 날짜 사설 역시 흡사한 자가당착을 드러낸다. 이 사설은 김기현 국힘당 대표 사퇴에 대해 다루면서 "그의 사퇴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했다. 이 신문은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후 대대적 쇄신을 약속했으나 자신을 겨냥한 쇄신 요구는 일축하는 등 혁신위가 빈손으로 종료되게 했다면서 사퇴가 불가피한 일이었던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그 ‘예정된 일’을 더욱 더 '확고하게 예정된 일'로 만들어 주고 실제 결과로 빚어낸 요인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신문을 비롯한 보수 언론의 그간의 보도들이었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개입에 힘입어 당선된 김기현 대표에 대해 조선일보는 ‘오뚝이 김기현’으로, 그의 당선을 “국민의힘 당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신임과 지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의미를 달았다.  불법 탈법적인 대통령실의 정당 선거 개입에 대해 별다른 지적이 없었던 이들 매체가 이제 와서 김기현 대표를 희생양 삼듯 내몰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12.12 연합뉴스

11월 10일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를 여당 위기의 큰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애초에 유죄 확정 판결로 보궐선거를 초래한 장본인의 공천이 문제였다고 지적하는 이들 신문의 질타도 그 같은 몰상식한 공천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는지를 되돌아보면  매우 무색한 비판이다. 

중앙일보의 <어쩌면 명품 핸드백은 작은 문제일지 모른다>는 칼럼은 “이런데도 대통령실이 아무 해명을 내놓지 않는 건 진위 확인조차 못할 정도로 여사님이 무섭거나 아니면 국민이 우습거나, 혹은 둘 다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사님이 무서워서냐'라고 이 신문은 묻고 있는데, 여사님을 무섭게 만들어 준 것은 과연 누구인지, 그 자신은 그에 아무 책임이 없다고 큰소리 칠 수 있는지 이 신문 자신이 먼저 대답해야 할 질문이 그것이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