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리뷰] ③재판 거듭될수록 산으로 가는 ‘배임’ 혐의

가장 협조적이던 정영학이 흔들어놓은 검찰의 전략

이재명 엮으려는 검찰 의도에 가장 적극적인 남욱

정영학 “업자와 유동규 담합 아닌 성남시 방침”

성남도개공 직원들, ‘배임’ 입증한 증언 없어

2022-12-01     고일석 에디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30. 연합뉴스

유동규·김만배·남욱 등 소위 ‘대장동 5인방’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재판은 7차례나 기소가 이어졌고, 각자 여러 개의 혐의로 기소돼있지만 그 중 가장 핵심적인 혐의는 피고인 5명에게 모두 적용된 ‘배임’ 혐의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도개공’)가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는데도 민간업체에 이익을 몰아주도록 사업을 설계하고 사업자를 선정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판이 67차례나 이어지는 동안 가장 중요한 배임 혐의는 재판이 거듭될수록 기본 쟁점과는 멀어진 채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가장 협조적이던 정영학이 흔들어놓은 검찰의 전략

남욱 측 변호인

“(정영학 회계사가) 수사 당시 진술과는 증언이 다르다. 유 전 직무대리가 (민간사업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사 내부에서 성남시와 협의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서 건설사 배제 방침을 정한 것은 맞지 않으냐.”

정영학 회계사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실제 공사에서 결정할 권한이 그 정도까지 없는 것으로 보이고 방침은 위에서 정해서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진술을 바꾼 것이 아니고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11월 4일 대장동 재판 61차 공판에서 남욱 측 변호인과 정영학 회계사의 이 문답을 마치 대장동 사업에 대해 제기되는 모든 의혹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개입된 것을 의미하는 증언인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이 문답은 거꾸로 민간업자들과 유동규 전 본부장 사이에서 이루어진 배임 혐의를 입증해 그것을 바탕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배임 혐의로 연결시키려던 검찰의 의도를 결정적으로 뒤흔들어놓은 것이었다.

정영학 회계사는 140시간 분량의 녹취록을 스스로 제출하는 등 처음부터 검찰 수사에 협조적이었고, 재판에 임해서도 피의자 중 유일하게 검찰이 제기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정영학 회계사의 핵심적인 입장은 “김만배 지분의 절반은 유동규 몫”이라는 것이다.

 

남욱 변호사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이날 남 변호사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2022.11.30. 연합뉴스

이재명 엮으려는 검찰 의도에 가장 적극적인 남욱

그러나 최근 들어 검찰의 궁극적인 의도에 맞게 이재명 당시 시장이 관련돼있다는 주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은 남욱 변호사다.

남 변호사는 정영학 회계사와는 달리 “김만배 지분에는 유동규 뿐만 아니라 김용과 정진상 몫도 포함돼 있다”며 이재명 대표의 연루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고, 사업공모지침과 구체적인 사업 설계가 민간사업자가 유동규와 논의한 것을 이재명 시장이 받아들여 시행한 것이라는 검찰 주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단, 그 논의에 자신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주장이다.

위 문답도 정영학 회계사가 바로 전 공판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의 신문에서 그동안의 태도를 바꿔 “공모 단계에서의 건설사 배제 결정 등 사업 관련 주요 결정들은 ‘바텀-업’ 방식으로 민간업자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라 유 전 직무대리보다 더 윗선에서 톱-다운 방식으로 내려진 것”이라고 증언하자, 남욱 측 변호인이 나서서 “지금까지의 말과 다르지 않냐”고 따져물은 것이다.

이 문답의 핵심은 “유 전 본부장이 민간사업자들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이재명 시장에게 관철시킨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영학 회계사가 “그게 아니고 공사는 결정 권한이 없고, 성남시에서 결정하면 공사가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답한 것이다. 이는 검찰이 제기한 유동규와 업자들 간의 담합에 의한 ‘배임’ 혐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유동규의 배임=이재명의 배임”으로 연결시키려는 검찰의 의도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렸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2.11.25 연합뉴스

정영학 “업자와 유동규 담합 아닌 성남시 방침”

검찰은 1월 10일 열린 첫 공판에서의 모두 진술을 통해 △건설업자의 사업신청 자격 배제 △대표사의 신용등급 관련 최고 등급 평가기준을 AAA로 하는 심사기준 포함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추가 이익 분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 포함 △민간사업자가 택지를 직접 사용해 아파트 건축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 조항 포함 등 민간의 이익을 늘리기 위한 조항 7개를 ‘7개 독소조항’이라고 이름붙이고 이것이 김만배 등 ‘대장동 5인방’과 유동규 사이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공판이 끝나자마자 민주당은 선대위 명의로 성명을 내 "검찰이 주장하는 이른바 '독소조항 7개'는 민간 사업자에게 이익을 주는 조항이 아닌 지자체가 개발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따라서 '독소조항'이 아닌 '이익환수조항'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해당 방침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사적 지시가 아닌 '성남시 공식방침'이었다"며 "'이재명 지시'라는 표현은 틀린 표현이며, '성남시 공식 방침'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는다"고 강조했다. 정영학 회계사의 10월 24일과 11월 5일 공판에서의 증언은 이재명 대표 측의 이러한 입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박찬대 최고위원이 25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대장동 사업 구조 및 수익 배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1.25. 연합뉴스

성남도개공 직원들, ‘배임’ 입증한 증언 없어

대장동 재판이 막바지에 접어든 10월 28일 열린 60차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 측은 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신문에서 “그동안 공사 직원들이 다수 출석해 시행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장시간 증언했다”며 “사실상 모든 직원이 유 전 직무대리가 대장동 사업 업무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부당 지시를 내리기는커녕 정당한 지시조차 내리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는 취지로 기억하는데 증인 기억도 같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회계사는 “제가 판단은 잘 못하겠다”고 답했지만, 사실이 그랬다. 이재명 당시 시장 혹은 정진상 실장에 의해 강제 사퇴 당했다고 주장했던 황무성 전 도개공 사장 사퇴 문제에서부터 건설사 참여 배제, 제1공단 분리 등 핵심 쟁점들에 있어서 도개공 직원들은 어떤 강압이 있었다거나 부당한 결정이 있었다는 식의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이 재판의 가장 중요한 쟁점인 ‘초과이익 환수조항 배제’에 있어서는 특히 더 그랬다. 이에 대해 관계했던 직원들은 강압은커녕 모두 “대수롭지 않았던 쟁점이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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