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코스프레하며 마녀사냥 동참해 온 박유하

윤미향처럼 말하지 않는다고 핍박받았다?

2차 가해 표현들 때문에 피해 당사자가 고소

윤미향과 정의연은 지지나 관여하지도 않아

마녀사냥 동참하며 종북몰이까지 한 박유하

박유하 논리 대로 위안부 삭제하는 윤 정부

이를 가로막은 죄로 마녀사냥당한 윤미향

2023-11-21     전지윤 편집위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대법원은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여러 상처를 주는 표현을 사용한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검찰이 박유하 교수를 기소한 지 8년 만에 나온 판결이었다. 그러자 족벌언론들은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윤미향과 정의연에 의해 전체주의적 폭력을 당하던 박유하 교수가 뒤늦게 억울함을 인정받았다’는 식으로 평가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 박은주 에디터는 “정대협처럼 생각하지 않는다고, 윤미향처럼 말하지 않는다고 학자를 겁박하는 건, 전체주의적 폭력”이고 “그 폭력을 같은 교수들도, 학자들도, 언론도 못 본 척했다”고 썼다. 이것은 일본군 전시 성범죄를 부정하는 ‘역사수정주의자’들의 주요 무기가 자신들을 ‘주류 학설에 맞서서 학문적 이견을 주장하다가 입에 재갈을 물린 피해자들’로 포지션 하는 데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이 윤미향 등에 의해 재갈이 물렸었다고 주장한 박유하 교수 - 당시 중앙일보 기고 갈무리

박유하 교수 자신도 앞서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을 통해서 학문적 비판을 제기했을 뿐인 나야말로 윤미향과 정의연 등에 의해서 8년 동안이나 입에 재갈을 물려있었다”고 주장했다(중앙일보, 2022.4.18.). 하지만 박유하 교수는 단지 학문적 비판이 아닌 2차 가해성 표현을 담은 책과 주장 때문에 ‘위안부’ 피해당사자들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했었다.

‘위안부는 자긍심을 가지고 일본 병사를 위안했고 서로 간에 동지적이고 협력적인 관계에 있었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이것도 하나의 ‘학문적 주장과 비판’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위안부’(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매우 큰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박유하 교수를 형사 고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당시에 박유하 교수는 일부 누리꾼들에게 과도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에 정의연과 윤미향 의원처럼 수많은 의혹이 쏟아지면서 전 사회적 마녀사냥과 조리돌림의 표적이 됐다고 볼 수는 없었다. 족벌·상업 언론들은 박 교수를 비난하는 편이 아니었고, ‘진보 언론’들도 대체로 양쪽의 주장을 다 소개하며 논쟁거리로 접근하는 태도였다.

무슨 괴상한 시민단체가 박유하 교수를 고발하고 검찰이 대대적 압수수색에 돌입하고, 기성정당들이 한목소리로 사퇴를 촉구하면서 인생 전체와 존재 자체가 탈탈 털리고 부정당하는 그런 정도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박유하 교수의 주장은 당시 족벌언론들이나 박근혜 정부로서도 동조하고 이용하고 싶은 편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다만 피해자들의 고소를 검찰이 기각하지 않아서 기소가 이뤄졌다. 정치적 맥락을 살펴서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할 기회를 노리는 ‘정치검찰’다운 반응이었다. 고발의 주체는 ‘나눔의 집’에서 기거하는 피해자들이었는데, 나눔의집은 2020년에 그 운영진의 후원금 유용과 내부고발자 억압 등의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정의연과는 완전히 다른 단체이고 심지어 정의연은 나눔의집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보통 언론은 그것을 잘 구분하지 않고 일부러 혼동을 유발하며 ‘윤미향 마녀사냥’에 이용했고 많은 이들이 거기에 편승해 왔다. 당시 윤미향과 정의연은 박유하 교수에 대한 고소에 관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고소를 지지하는 입장도 아니었다.

실제로 정의연에서 활동하거나 협력하면서 박유하 교수에게 매우 비판적인 지식인들(윤정옥, 양현아, 이나영, 강성현, 박노자, 유시민 등)은 당시에 박유하 교수의 책에 대한 형사 고소를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했었다. “이것은 학문적으로 토론하고 비판할 문제이지 법적으로 처벌할 문제가 아니다”는 취지의 성명이었다. 

 

박유하 교수가 검찰 기소를 당할 상황에서 정의연을 지지하는 지식인들은 오히려 기소 반대 입장을 발표했었다. - 당시 경향신문의 보도 기사 갈무리

2차 가해적 표현에 대한 피해자들의 분노에 공감하면서도 학문적 비판보다 엉뚱한 쟁점으로 번지는(실제로 그렇게 됐다)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박유하 교수는 일부 언론의 과도한 선정주의적 접근과 검찰의 기소 속에서 어느 정도 고통을 겪었다. 온라인에서는 박 교수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막말과 여성혐오적 표현까지 담은 댓글들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분명 그런 것들은 잘못일 뿐 아니라 박유하 교수에게 상처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2020년부터 시작된 ‘윤미향 마녀사냥’과 비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정의연과 윤미향 의원이 겪은 고통은 당시 박유하 교수처럼 주로 학문적 비판 와중에 진행된 소송과 일부 악성댓글 정도가 아니었다.

거의 전 언론이 합심해 온갖 무책임한 의혹들을 쏟아내며 파렴치한 사기꾼 집단으로 낙인찍는 상황이었다. 상식적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학문적 입장이 다른 상대방을 비판하다가도 일단 멈추고 다음 기회를 보는 게 맞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숨이 넘어가는 사람의 머리를 물속으로 눌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박유하 교수는 ‘옳다구나’ 하듯이 정의연과 윤미향 의원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복수심’을 가지고 언론 인터뷰나 기고 등을 통해서 마녀사냥에 가담하는 자세를 보였다. 먼저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이 “지난 30년 동안 일본 비난만 반복해왔다 … 핀트 어긋난 비판으로 일관한 탓에 한일관계를 최악으로 치닫게”했다고 매도했다.

이어서 “지원단체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금횡령이 아니다 … 북한이 일본에 배상을 받아낼 좋은 재료로 삼은 게 모든 문제의 배경이다”라고 썼다. 이것은 악의적인데,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이 공금횡령을 했다고 읽히는 것만이 아니라, ‘친북’적이라는 색깔론까지 의도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유하 교수가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을 비판해 온 핵심에는 항상 이러한 ‘윤미향과 정의연은 친북적’이라는 색깔론이 있었다. 결국 박 교수는 자신이 검찰에 기소당할 때 그나마 그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던 정의연이나 윤미향 의원이 정치검찰과 족벌언론들에 공격당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오히려 그 공세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그러면서 박유하 교수는 “정의연과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침묵을 강요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정말 침묵을 강요당해 온 것은 일본의 전시 성범죄를 고발하고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피해자들의 용기와 연대자들의 투쟁 끝에 반세기 넘게 강요당한 침묵을 뚫고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

반면, 박유하 교수가 대변해 온 ‘강제로 끌려간 소녀는 없었고 자발적으로 돈 벌러 간 성매매 여성이었다’는 주장과, ‘일본은 이미 사과와 보상을 했고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논리, 그리고 “이제는 한일 간 화해로 가자”는 목소리들은 억압당해 오지 않았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지배세력에게는 항상 그들의 내심을 반영하는 환영할만한 의견이었다.  

 

윤미향 마녀사냥 과정에서 박유하 교수는 앞장서서 돌을 던지던 사람 중에 하나였다 - '윤미향과 나비의 꿈' 도서 홍보 자료 중에서

따라서 “한일관계 악화 배경에는 위안부 문제가 있다”(노컷뉴스, 2020.6.9.)는 박유하 교수는 과연 누구의 관점에서 어떤 목소리를 삭제하고 어떤 목소리를 복권하려는 것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거기에는 한미일 동맹과 한일 화해의 이해관계는 보이지만 피해자의 관점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입장은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에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는 정부의 잘못된 방향과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고 적극 이용되고 있다. 박유하 교수는 윤석열 정부와 이런 방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에 큰 걸림돌이었던 윤미향 의원은 지난 3년 동안 족벌언론과 정치검찰의 지독한 마녀사냥 속에서 만신창이가 돼 왔다.

윤미향 의원에 대한 전 사회적 조리돌림과 마녀사냥이야말로 진정한 ‘전체주의적 폭력’이었지만 박유하 교수는 이것을 ‘못 본 척’하는 것을 넘어 ‘윤미향이 북한을 도우려고 나를 괴롭혔다’는 근거없는 억지 주장을 하며 앞장서 돌을 던졌다. 박유하 교수가 ‘7년 동안의 소송과 재판을 통해 고생한 것은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런 잘못에는 결코 동참하거나 침묵하지 말아야 마땅하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