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민중화가 이명복의 '역사 바로보기' 전시회

'뒤틀린 역사'의 원흉 이승만·박정희 그림 등

'역사·사람·자연' 주제 44점 전시…20일까지

2023-11-10     이승호 에디터
이명복 화백의 개인전 ‘동행’이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제주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

‘제주도의 민중 화가’로 유명한 이명복 화백의 개인전 ‘동행’이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제주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중인 작품은 ‘역사’ ‘사람’ ‘자연’을 주제로 한 44점이다.

이 화백은 1980년대부터 민중 화가로 활동했다. 1982년 출범한 민중미술집단 ‘임술년 구만팔천구백구십이’를 시작으로 민중 미술의 역사를 함께 썼다. 2010년 제주로 거처를 옮긴 그는 한국 현대사는 물론 제주의 역사와 인물, 제주의 자연에 천착한 그림을 그려왔다. 

이 화백이 구현해낸 한국현대사는 끔찍하면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역사 바로보기’를 요구한다. 

벽 한 면을 통째 차지한 작품 ‘뿌리’는 한국현대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뒤틀렸는지 보여준다. 뒤틀린 역사의 뿌리를 내린 원흉은 일제 잔재와 야합한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다. 그 뿌리는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를 키운 자양분이기도 하다.

그림 속의 시인 김수영은 두 권력을 지켜보며 일찍이 ‘거대한 뿌리’라는 시를 썼다. ‘철근기둥도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를 염원하며 쓴 시다.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는 이승만과 박정희의 뿌리를 걷어낸 땅에서만 착근할 수 있다.

'광란의 기억3'은 여순반란 사건, '광란의 기억4'는 제주4 ·3, '사라진 꿈'은 보도연맹 사건을 형상화했다. 이들 작품 역시 이승만이 주범임을 표현했다. 

작가의 역사에의 관심은 '지금 여기'로 확장된다. 친일행각을 보이는 윤 정부의 각료들이 을사오적과 다름없음을 형상화한 '수상한 오후' 연작도 선보인다. 

출품작 가운데 가장 시선을 끄는 작품은 '남매'다. 제주 4·3에 앞서 조선시대 말에 벌어진 신축민란(통상 이재수의 난으로 불림)의 주동인물 이재수와 그의 여동생 이순옥의 초상이다. 천주교도들의 만행에 맞서 일어난 민란을 이끈 지도자 이재수는 관노로서 그의 용모에 대한 정보는 단신이라는 점 외에 별로 알려진 게 없다. 작가는 오빠 이재수를 흰 도포에 칼을 움켜쥔 채 정면을 결연히 응시하는 모습, 여동생 이순옥은 분홍저고리, 청치마 차림으로 뒤에서 오빠를 옹위하는 모습으로 재구해냈다. 이순옥은 오빠의 신원을 위해 스스로 '이재수 실기'를 써 출판한 바 있다. 

제주 삼춘들을 그린 '인물'과 중산간 곶자왈을 그린 '자연'도 현대사를 품고 있다. 삼춘들의 주름진 얼굴, 뼛마디 굵은 손에 제주 현대사가 묻어있고, 곶자왈에 어른거리는 볕은 4·3 때 숨져간 민중들의 영령이 깃들어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다음 작품의 일단을 보여준다. 퐁낭(팽나무)이 그것인데, 해풍에 시달리며 꿋꿋하게 버티며 마을을 지켜온 나무를 중심으로 제주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 14일(화요일)은 휴관이다.

 

뿌리

광란의 기억3

광란의 기억4

사라진 꿈

수상한 오후1 (이명복 화백은 윤석열 등 5인의 후안무치厚顔無恥를 그린 ‘오후’를 연작 작업중이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남매

 

 무죄 김평국 (4.3 생존자 김평국 할머니 초상화)

춘자 삼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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