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민생회의? ‘비상’도 ‘민생’도 없었다.

금융위기 상황 긴장감 없이 "화기애애"

장관들 '자화자찬'에 '헛다리' 보고 즐비

보수-진보 언론, "찬양" - "비판' 큰 대조

2022-11-15     유상규 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전국에 TV로 생중계 됐다. 하지만 이날 중계방송을 지켜본 대다수는 실망감을 떨칠 수 없었다. 회의 제목과는 달리 ‘비상’도 ‘민생’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라 안팎으로 흐르는 위기감은 이날 회의장에는 없었다. 화기가 넘치다 못해 너스레와 우스갯 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대통령은 회의 시작 머리부터 “장관들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하지 않고 경청할테니 편하게 하라”고 격려했다. 이에 고무됐는지 장관들은 앞다투어 정책홍보에 열을 올리며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었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무너지고 ‘금융위기’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적어도 이날 현장에는 없었다. 치솟는 물가, 금리, 환율에 대한 염려도 남의 일이 돼버린 듯하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차 전지 산업의 호황을 장황하게 설명했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방산 수출 실적을 자랑하며 일자리 창출과 생산유발효과를 자화자찬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K콘텐츠에 대한 세계 각국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주택가격 하락과 금리상승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고 15억원 초과 아파트에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겠다든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완화한다는 뜬금없는 대책도 버젓이 보고됐다. 윤 대통령은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격려하기에 바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날 회의에 대한 우리 언론의 보도 태도이다.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은 [尹대통령 “모든 부처가 산업부...수출 위해 다 같이 뛰어달라”] (조선), [윤 대통령, 경제 활성화 카드...부동산 대출 문턱 확 낮춘다] (중앙), [尹 “민간이 잘 뛰도록 지원하는게 정부 역할…모두 다같이 뛰자”] (동아) 등 찬양 일색이다. 이들 보수 신문들도 염치는 있었는지 사설과 칼럼 등에 완곡한 비판을 담기는 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정도가 [‘정책 홍보장’된 80분 생중계...민감 현안 쏙 빠졌다], [‘화기애애’ 80분 비상경제민생회의···치열한 토론은 없어] 등으로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90분간 진행하기로 예정했던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는 80분만에 끝났다. 현 경제 상황으로 본다면 하루 종일도 모자라 밤을 새워서라도 지혜를 모아야 마땅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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