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까지 날아간 '핵오염수 투기 반대' 대학생들
도쿄전력·총리관저·경산성 등 돌며 항의집회
"양국 시민 연대해 핵오염수 투기 막아내자"
윤미향 의원·도쿄민주실천연대 숨은 조력자
원정단 외에도 대사회 발언·실천하는 학생 많아
기성세대들은 “요즘 대학생들이 예전과 달리 세상일에 무관심하다”고 우려하곤 한다. “이기적이며 스펙 쌓기 등 자기 앞가림만 한다”는 불평이다. 그러나 눈에 띄지는 않지만 요즘도 음지에서 열심히 발언하고 실천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오늘도 윤석열 정부의 실정,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등 세상일에 대한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발언에 상응하는 실천과 행동에도 인색함이 없다.
일본으로 날아간 ‘핵오염수 투기 반대 대학생 원정단’
30명의 대학생들로 구성된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반대 대학생 원정단’은 9~11일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은 핵오염수 해양투기 시도를 멈추라”는 항의 차원이었다.
학생들이 맨먼저 찾은 곳은 도쿄전력이었다. 이들은 도쿄전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일본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화여대 재학중인 윤지현 씨는 “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기 위해 거리로 나선 한국의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거리의 일본 시민들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윤 씨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도쿄전력의 책임을 알고 계십니까?”라고 물으며 반대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경제산업성(경산성) 앞에서는 10년째 핵오염수 투기 반대를 외치며 농성 중인 일본 시민들과 연대해 집회를 열었다. 경기학생연대 소속 장소연 씨는 이 집회에서 “일본에 와서 행동하는 이유는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연대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발언해 일본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총리 관저를 찾아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계획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낭독하고 구호도 목 터져라 외쳤다. 제주 출신으로 숙명여대 재학중인 황다경 씨는 “오염수는 방류 후 1년도 되지 않아 제주 해역으로 유입된다고 한다”는 사실을 일본 시민들에게 알리고 “오염수가 방류된다면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은 순식간에 어민의 생계곤란, 지역 경제 악화, 문화 소멸 등의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두 나라 어민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후쿠시마에서는 일본 시민들을 만나 “두 나라의 시민들이 연대하여 핵오염수 투기를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데 뜻을 함께 했다.
이번 대학생원정단의 항의방문 뒤에는 두 나라의 숨은 조력자들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윤미향 의원(무소속)이 손을 내밀어주었다. 윤 의원은 “학생들이 일본에서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시민단체를 소개해달라고 찾아왔는데, 소개로 끝낼 일이 아니었다”며 집회방식, 집회신고, 행진동선 등의 정보를 알려줬다.
도쿄민주실천연대와 연락을 취해준 사람도, 부족한 경비를 마련해주기 위해 촛불행동측에 다리를 놓아준 사람도 윤 의원이다. 특히 도쿄민주실천연대는 학생들과 밀착하여 통역과 번역, 일정 진행 등을 도와줬다.
대학생기후행동…“자본과 이윤만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
대학생기후행동은 “기후위기 문제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 2020년 10월 31일 출범한 학생들의 환경운동 단체다. 이들은 특히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기후파괴이자 생태파괴’로 규정, 반대 집회와 기자회견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대학생기후행동 선언문’을 내놨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년, 우리는 기후위기 당사자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된 기후파괴적 횡포를 마주해왔다”며 “국민의 85%가 반대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에 일본정부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행보 등 기후위기를 외면하고 자본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의 의도는 투명하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한재각 기후정의 활동가를 초청해 ‘2023 기후정의 페스티벌’ 행사를 주관했다. 교통, 노동, 도시, 불평등, 비건, 생태, 식량, 에너지, 재난 등 9가지 주제의 부스를 운영해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5월 26일에는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일본의 핵오염수 투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당장의 외교 이익과 미래 세대의 안전과 건강을 맞바꾸는 것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의 전국대표 김아현 씨는 “우리는 미래세대를 살아갈 당사자로서,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기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며 “기후위기 시대 속에서 불평등하게 다가오는 피해를 줄이고, 누구나 안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며, 정의로운 생태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배운대로 실천한다”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2030 정치공동체 청년하다’ 회원 60여 명은 지난 7월 23일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초청해 ‘후쿠시마오염수 A to Z : 진실일까? 괴담일까?’ 특강을 들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둘러싼 ‘괴담’은 뭐고 ‘과학’은 뭔지 배우는 자리였다. 특강이 끝난 뒤 청년들은 “배운대로 실천하자”며 의지를 다졌다.
이들은 금년에만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반대 기자회견’ ‘곽상도 50억 뇌물 규탄 기자회견’ ‘역사 부정 한일 정상회담 규탄’ ‘대학생 등록금 및 생활비 인상 설문조사 발표’ ‘고 양회동 열사 추모 청년학생 공동실천 참여’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요즘도 노학연대?
지난 시절의 ‘노학연대’를 표방한 단체도 있다. 이화여대 노학연대 ‘바위’다. 이들은 “농촌의 현실을 알아보자”는 취지로 지난달 21~25일 전라북도 남원 일대의 농촌 마을을 찾아 밭에서 비지땀을 쏟기도 했다.
이들은 요즘 경비 인원을 줄이는 대신 CCTV를 설치하려는 학교측의 방침에 항의, 반대 집회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사람이 아닌 기계로 학생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경비 노동자의 노동이 대체될 수 없다”고 학교측의 경비 인원 축소에 반발하고 있다.
요즘도 농활?
평화나비네트워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각대학 학생들의 연합 동아리다. 이들은 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일본의 핵오염수 투기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발언과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15명의 학생들이 24일부터 6일간 충북 제천시 봉양읍 일대에서 ‘지금은 잊혀진’ 농활에 나서기도 했다.
행동하는 대학생 연대
행동하는 경기대학생연대는 지난 3월 20일 출범한 새내기 연합 단체다. 사진으로 함께 하는 노동연대 동아리 ‘보라’ 등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던 경기 지역 학생 활동가들이 주축이 돼 ‘대학 및 사회 문제에 함께 목소리 내자’는 취지로 결성했다.
대학생진보연합 “김건희 고속도로 진상 규명하라”
강한 정치색을 띠는 단체로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을 들 수 있다. 2018년 3월에 출범했다. 비교적 언론에도 자주 오르내리는 단체다.
이들은 지난달 13일 ‘김건희 일가에 대한 고속도로 특혜의혹의 진상규명 및 책임자 윤석열과 원희룡 퇴진’을 요구하며 정부세종청사를 항의 방문했다가 전원 연행되는 고초를 겪었다.
김수형 상임대표는 성명을 통해 “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윤석열의 ‘본부장 비리’ 의혹이 정점을 찍은 가운데, 성의 있는 사과 한 번 하지 않는 이 파렴치한 정권을 상대로 한 대학생들의 요구는 정당한 것”이라며 “동료 학생들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고, 얼마 뒤 학생들은 전원 석방됐다.
단체 소속 12명의 학생들은 지난 4월 2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을 기습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제주 4·3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이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 “백범 김구 선생은 북한의 통일전선 전략에 이용당했다” 등 태 의원의 망언을 규탄하는 시위였다. 이들은 “역사왜곡 태영호는 지금 당장 사퇴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사무실 안에서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1월 8일에는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건너편에서 ‘김건희 자수 촉구 대학생 집회’를 열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의 허위 경력, 표절 논문 등을 거론하며 학위 반납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