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실명 공개"…민주, 검찰과 조선·문화 기자들 고소

'돈봉투 의혹' 명단 유출…공수처에 수사팀 고발

조선·문화일보 기사엔 '허위사실 명예훼손' 적용

"검찰이 특정 언론과 합작해 수사 아닌 정치공작"

"단 한 번 조사 없이 언론 통해 피의 사실 공표"

"사실관계 완전히 틀려…야당 의원들에 낙인찍기"

2023-08-09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1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관련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7.17. 연합뉴스

검찰과 언론에 의해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때 '돈봉투'를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일방적 허위사실로 명단을 유출했다며 수사 검사들을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명단을 실명 그대로 보도한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기자들에 대해서도 고소 등 법적 조치에 들어갔다.

황운하 의원은 9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최근 조선일보 돈봉투 수수 의혹 보도와 관련해 서울경찰청에 조선일보 기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공수처에 성명불상 검사 및 검찰청 관계자를 피의사실 공표죄로 각각 고소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돈봉투를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검찰은 회의 참석자로 추정되는 사람들 명단을 마구잡이로 던져놓고 이들이 돈봉투를 받은 사람들이라며 특정 언론과 합작으로 수사가 아닌 정치공작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마구 흔들어놓으면 민주당 내부 분열이 생길 수도 있고, 구속된 윤관석 의원의 하지도 않은 진술을 토대로 자수·자복이라는 의외의 소득을 얻을 수도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영길 후보를 지지하며 열심히 돕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무슨 '매수행위'가 있었다는 게 가당찮은 주장임에도 2년 전 정당 내부의 행사를 파헤치겠다고 국회를 압수수색까지 해가며 검사들과 수사관들이 수개월 동안 오로지 여기에 매달리는 게 혈세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검찰이 할 일이냐"면서 "야당 파괴 목적이 아니고 달리 설명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김승남 의원도 이날 민주당 전당대회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검사 등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김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를 위반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검사 등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검찰이 객관적인 증거 등을 제시하지 않고, 윤관석 의원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취득한 내용과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한 내용을 공식적인 언론 브리핑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특정 언론이 '돈봉투 수수 의원' 등 유죄를 속단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여 보도하도록 제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으로 임명된 후, 당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저를 특정 개인이 저를 포함한 몇 사람을 거론하면서 '호남은 해야 돼'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단 한 번의 조사도 없이 '돈봉투 수수 의원'이라 특정하고, 이를 언론을 통해 피의 사실을 공표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 공표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층별 안내판에 '반부패수사제1부' '반부패수사제2부'의 명칭이 보인다. 검찰의 대표적 직접수사 부서인 특별수사부는 '반부패수사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2019.10.22. 연합뉴스

백혜련 의원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를 윤관석 의원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죄로 공수처에 고발 조치했다"고 공지했다. 백 의원은 돈 봉투 수수 의혹이 있는 현역 의원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보도한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변인인 박성준 의원도 "당직을 맡고 있어 법적 조치를 자제하려 했으나 허위사실이 계속 유포되고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소를 결정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해당 기사를 쓴 조선일보 기자를 고소하겠다. 응당한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박 의원은 "분명히 말씀드린다. 저는 돈 봉투를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공개된 회의장에서 보좌진들이 배석해 있는데 돈 봉투를 주고받았다는 검찰의 소설을 기사화하고 실명까지 공개한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분노했다. 또 "영장실질심사 법원에는 담당 판사와 검사, 피의자와 변호사 외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는데, 근거도 없는 피의사실이 언론에 노출된 것은 의도된 일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그래서 공수처에 신원 미상의 검찰청 관계자도 고소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검찰 출신인 김회재 의원은 본인의 실명을 기사에 적시한 문화일보 정모·염모 기자를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상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 고소했다. 김 의원은 수사팀도 고소할지를 두고 검토 중이다.

김 의원은 "사실관계 자체가 완전히 틀린 문화일보 보도가 누구로부터 비롯됐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야당 의원들을 음해하기 위한 검찰발 '낙인찍기' 언론 플레이가 아니라면 검찰은 적극 나서 문화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 뒤 검찰 관계자와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검찰 청사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6.7. 연합뉴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5일 <[단독] 백혜련·황운하 등 돈봉투 수수 정황 현역의원 19명 법정서 공개>라는 검찰발 기사에서 "윤관석 의원이 2021년 4월 28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송영길 후보 지지 '국회의원 모임'에 참석한 의원 10명에게 300만 원짜리 봉투 1개씩을 전달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영호·민병덕·박성준·박영순·백혜련·이성만·임종성·전용기·허종식·황운하 의원을 거명했다.

이어 문화일보는 7일 <[단독] 검찰, 의원회관서 '돈봉투' 받은 9명 중 5명 '김회재·김승남·김윤덕·이용빈·김남국'도 실명 특정>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검찰이 지난 4일 윤관석 의원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돈봉투 수수 의원으로 이들 이름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거론한 의원은 총 19명인데 이 중 10명은 2021년 4월 28일 국회 본청 외교통일위원장실, 9명은 다음 날 국회 의원회관 등에서 윤 의원으로부터 각각 30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네받았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문화일보는 "검찰은 의원회관 돈봉투 수수자로 김회재·김승남·김윤덕·이용빈 민주당 의원, 김남국 무소속 의원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통위원장실 수수 10명은 김영호·민병덕·박성준·박영순·백혜련·이성만·임종성·전용기·허종식·황운하 의원 등이 언급됐다"고 보도했다.

'알려졌다' '전해졌다' '~했다고 한다' 등의 막연하고 무책임한 표현으로 점철된 이들 두 신문의 기사에 대해 당사자들은 황당하고 악의적인 오보라고 반박하며 잇따라 강력한 법적 조치에 나서고 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