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김현아‧황보승희에 조수진까지…검찰 뭐 하나?

야당 돈봉투 의혹엔 '최대주의', 여당엔 '최소주의'

구체적 물증 있어도 국힘 돈봉투엔 수사 미온적

언론들도 대부분 조용해…민주당 사안과 '극과극'

'내 편'엔 한없이 관대한 정치 검찰과 친윤 언론

조수진, 지역구 사무실 '특혜 임대' 의혹 불거져

"이재명과 야당 수사하는 여력 10분의 1이라도"

2023-08-08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민생특위 '민생119' 조수진 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특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4.24.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는 집요하고 대대적이다.

당사자들이 혐의를 시종일관 완강히 부인하는 가운데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한 끝에 윤관석 의원을 구속했지만 이성만 의원 구속엔 실패했다. 윤 의원을 통해 300만 원씩 든 봉투를 받았다며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 의해 이름이 공개된 의원들은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검찰 주장을 그대로 옮겨쓴 기사" "그야말로 카더라식 내용을 사실 확인도 없이 기사화한 정치적 테러행위" "치졸하고 악의적인 언론플레이"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돈봉투 의심' 야당 의원 실명 흘리기…'검언유착'의 전형

이 사건 처음부터 '돈봉투 의혹'의 최종 배후처럼 지목돼온 송영길 전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노비 같은 검찰이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은 지난 4월 24일 프랑스에서 급거 귀국한 송 전 대표를 4개월째 소환 한 번 못하는 실정이다. 그저 일방적으로 피의사실을 흘려대면 언론들은 이를 맹목적으로 받아 써 기정사실처럼 유포하는 행태가 반복될 뿐이다.

이는 여당 전‧현직 의원들의 돈봉투 의혹 사건들을 대하는 태도와는 극히 대조적이다. 국민의힘에서는 태영호 의원, 김현아 전 의원, 탈당한 황보승희 의원, 홍남표 창원시장 후보 등을 둘러싼 구체적인 돈봉투 수수 의혹들이 끊임없이 불거져왔으나 민주당 관련 의혹들과는 정반대로 정치 검찰과 어용 언론들은 잠잠하기만 하다. '공정과 상식'의 거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이들 기관의 수사와 보도 행태가 여권의 부정‧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최소주의'로, 야권에 대해서는 '최대주의'로 나타나는 게 새삼스러운 모습은 아니지만 이젠 아예 당연한 일상으로 정착된 양상이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직 자진 사퇴 기자회견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2023.5.10 [공동취재] 연합뉴스

태영호 의원의 경우 대통령실과의 공천 거래 의혹이 제기된 '녹취록 사태'와 함께 강남갑 지역구 내 시·구의원 5명으로부터 가족·지인 등 명의로 수십~수백만 원씩 1년간에만 총 1850만 원을 받은 '쪼개기 후원'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5월 10일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태 의원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저의 논란으로 당과 대통령실에 누가 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는데, 그걸로 끝이었다.

후원금 장부 등 상세한 물증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관련 사건이었다면 검찰이 즉각 개입해 요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벌이고 언론은 추적 보도를 이어갔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검찰엔 기대할 게 없다고 판단한 탓인지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태 의원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는데 공수처 역시 3개월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태 의원이 사퇴한 당일 회의를 통해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제 불과 이틀 뒤인 8월 10일이면 징계가 풀리기 때문에 태 의원은 그간 온갖 의혹과 파문에도 불구하고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기대하며 국회의원 재선을 노릴 수 있게 된다.

 

돈봉투를 마련한 시의원이 상납할 때 자신의 휴대전화로 녹음한 음성파일이다. 시의원 3명과 김현아 당협 위원장, 이강환 사무국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출처=뉴스타파

김현아 전 의원도 지역 시·도의원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차명 계좌를 이용해 지역구인 고양정 당원협의회(당협) 사무소 운영 회비를 걷었다. 해당 차명 계좌는 당협 운영위원이자 현재 국민의힘 고양시의회 의원인 A씨의 개인 계좌였다.

고양정 당협 '운영 회비' 계좌 내역에는 2021년 2월 4일부터 이듬해 3월 18일까지 회비가 들어오고 나간 내역이 기록돼 있는데, 입금 총액은 3200만 원가량이다. 돈을 낸 사람은 거의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경기도의회 의원들과 고양시의회 의원들이었으며 이들의 가족이나 지인들 이름도 등장한다. 일반 운영위원은 1년 치 회비가 120만 원, 현직 시의원은 200만 원이었다. '특별 회비'란 명목으로 300만 원을 낸 사람도 있었다.

고양정 당협 사무국장을 지낸 이강환 씨는 "시의원 200만 원, 운영위원 120만 원은 김현아 위원장이 정했다"며 "회비 입금은 일종의 공천 관문이었고 실제로 입금자 중 5명 이상이 국민의힘 소속 기초의원으로 공천받아서 당선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시·도의원의 공천은 사실상 그 지역구 당협위원장이 좌우한다.

더구나 이렇게 걷은 운영 회비는 당협의 운영에만 쓰이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의 이름으로 나가는 경조사비와 화환은 물론, 본인이 사적으로 운영하는 포럼의 식대나 뒤풀이 비용, 심지어 개인 사무실의 전기 공사 비용까지 이 통장에서 지출됐다.

그런데 현직 시의원들은 계좌 입금 말고 현금을 내기도 했다. 현찰로 완납한 사람은 '회비 수납 현황'에 '직불'이라고 표시가 돼 있는데, 이처럼 '직불'로 표기된 현금의 총액은 약 1000만 원이다. 김 전 의원은 2022년 1월 21일 당협 운영위원들을 불러 모아 "미납한 운영 회비를 1월 말까지 완납해서 마무리하자"는 요지로 회비 납부를 직접 독려했다. 당시 육성이 녹음파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게다가 고양정 당협 사무실의 임차인은 전직 시의원 C였고, 임차보증금 1500만 원을 실제로 지급한 건 당시 현직 시의원 D였다. 즉, C는 명의만 대여해줬고 D가 돈을 냈다. 이렇게 사무실 임차 비용까지 포함하면 불법 정치자금으로 의심받는 돈은 ▲차명 계좌로 받은 3200만 원 ▲현찰 1000만 원 ▲임차보증금 대납 1500만 원 등 총 5700만 원이다. 여기에 사무실을 임차하면서 미리 납부한 선수관리비까지 더하면 불법 자금 규모는 6000만 원에 육박한다.

정당법 제37조 3항은 '누구든지 시‧도당 하부조직의 운영을 위하여 당원협의회 등의 사무소를 둘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협 사무소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사무소 운영을 위한 '운영 회비'도 당연히 존재해선 안 된다. 또한 정치자금법에 따라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계좌로 후원금을 받으면 불법이다. 결국 당협이 회비를 걷는 것도, 차명 계좌도 모두 불법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해 4월 고양시의 한 시민단체가 김 전 의원을 고발했는데도 시간만 끌고 있다가 1년이 넘은 지난 5월 31일에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았지만 그 흔한 압수수색 한 번 했다는 소식이 없고 대다수 언론도 일절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에서 질의 ·토론하고 있다. 2023.4.11. 연합뉴스

황보승희 의원도 2020년 21대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구의원과 시의원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부동산 개발업체 회장 A씨로부터 현금 수천만 원과 신용카드, 명품 가방과 아파트 등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무성했다. A씨는 2020년 4월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황보 의원에게 서울 마포구 소재 아파트를 숙소로 제공하고, 차량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황보 의원이 자필로 적은 정치자금 수수 관련 장부도 존재한다. 장부에는 '원희룡 500만 원, 김세연 100만 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과 기초의회 의원, 지인들의 이름과 금액이 적혀 있다. 그러나 역시 검찰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지난해 4월 시민단체가 이 사안을 경찰에 고발했지만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황보 의원은 지난 6월 19일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민주당 의원의 사례였다면 "또 꼬리 자르기냐"며 언론의 맹비난이 이어졌겠지만 기이할 정도로 조용히 넘어갔다. 야당 관계자들의 가족사나 내연 관계 등 사생활에 지극히 관심이 많고 이를 곧잘 도덕성 문제로 직결시키는 언론들이 유독 윤석열 정권 인사들에 관한 사안에서는 눈을 감기 일쑤다.

앞서 하영제 의원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다 탈당했다. 하 의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도의회 도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예비후보자 측으로부터 7000만 원을 수수하고 자치단체장과 보좌관 등으로부터 지역 사무소 운영 경비 등 명목으로 575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사건' 등 김건희 씨 일가와의 유착 관계를 의심받던 김선교 의원은 지난 5월 불법 후원금 문제로 회계책임자의 유죄가 확정되며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렇게 집권여당에 불법 정치자금, 즉 '돈봉투'와 관련한 비리와 잡음이 끊이지 않지만 '내 편'엔 한없이 관대한 정치 검찰과 친윤 언론들 덕분에 국민의힘은 야당의 돈봉투 의혹에 연일 융단폭격을 가하며 내로남불을 당당하게 실천 중이다.

가장 최근엔 국민의힘 최고위원인 조수진 의원이 지역구 사무실 임대 계약에서 특혜를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의원이 지난 2년 반 동안 현저히 저렴한 시세로 서울 목동의 지역구 사무실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이다.

JTBC에 따르면 조 의원은 해당 사무실을 보증금 1억 원, 월세 100만 원에 계약했는데, 최근 조 의원이 사무실을 옮긴 뒤 같은 공간이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300만 원의 매물로 나왔다. 조 의원이 방을 빼자마자 월세가 크게 오른 셈이다. 해당 건물주는 지난해 양천구청장 출마를 준비했으며, 조 의원에게 여러 차례 후원금을 냈다고 한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8.8. 연합뉴스

이 사안을 검찰이 수사할까? 지금까지 검찰 행적을 보면 가능성은 희박하다. 야당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8일 입장문을 내고 "야당을 향해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신속한 수사를 이어가는 검찰의 칼날이 유독 여당 국민의힘을 향해선 녹슨 쇠붙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출마 준비 중이던 건물주가 낮은 월세로 사무실을 임대해준 이유가 달리 무엇이겠느냐"며 "조수진 최고위원이 사무실 방을 빼자 월세가 3배로 뛰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당 최고위원이 아니었다면 받을 수 없었던 특혜임이 증명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꼼수로 정치후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드러났는데 검찰은 뭘 하고 있는가? 야당에 대해 밥 먹듯이 압수수색하고 소환 조사하고 구속영장 청구하는 검찰의 잣대대로라면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미 탈탈 털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며 김현아 전 의원, 황보승희 의원, 태영호 의원 등의 사례를 함께 거론했다.

대책위는 "특히 황보승희 의원의 경우 자필로 적은 정치자금 수수 관련 장부까지 드러난 상황이다. 야당 의원이 그랬다면 장부 속 인물들에 대한 수십 차례 압수수색이 이어지고, 혐의가 언론에 실시간으로 공개되지 않았겠는가?"라면서 "이처럼 야당에 대해선 물증 없이도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성남지청 등이 경쟁이라도 하듯 전광석화처럼 수사하던 검찰이 여당에 대해선 구체적 증거가 쏟아져도 '입꾹닫'이다. 이러니 정치 검찰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대책위는 "공천 뇌물과 탈법, 불법적인 정치후원금 수수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범죄다. 이재명 대표와 야당을 수사하는 그 여력의 10분의 1만 썼어도 벌써 그러한 중범죄의 실체는 낱낱이 드러났을 것"이라며 "여당이라는 타이틀이 '중범죄 면죄부'라도 되나? 검찰은 편파·불공정 수사를 중단하고 야당과 똑같은 기준으로 공명정대하게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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