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 몰아치던 정부·여당 '잠시 멈춤' 웬일?

다주택·단기보유 양도세 중과 폐지 개선안서 빼

유산취득세 도입·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도 연기

부동산 시장 상황 핑계대지만 속내는 총선 부담

"부의 대물림 촉진" 비판 여론 의식 선거 이후로

총선 결과 나쁘면 시행령 배제 조치 연장 가능성

2023-07-31     유상규 에디터
상속 (PG)[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정부는 다주택 및 단기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부동산 관련 세제와 상속세, 증여세 등에 대한 본격적인 개편을 내년 4월 총선 이후 추진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말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을 조세 원리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라고 강변하면서 개편을 예고했지만, '부자 감세'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회에 제출할 '2023년 세법 개정안'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등 부동산 세제 개편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 부동산 세제 관련 내용을 담지 않은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과 여소야대 국회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02% 올라 2주째 상승했다. 지난해 가파르게 하락하던 아파트값은 낙폭을 줄인 데 이어 7월 셋째 주에는 1년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한다면 부자 감세에 대한 비난이 거세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난해 시행령 개정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내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배제돼 있어 총선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도 갖고 있다.

여기에 국회 상황이 '여소야대' 구도여서 총선을 앞둔 야당이 격렬하게 반대한 경우 개편안이 통과되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고려도 작용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법개정안 관련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추 부총리 왼쪽은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2023.7.27.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4일 세법 개정안 브리핑에서 "일부 남아 있는 다주택자 중과 부분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나,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는 게 국회 입법 현실"이라며 "그것을 고려해 올해는 정부안으로 (개편안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초 예고된 단기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율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빠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단기 거래에 매기는 양도세율과 관련해 1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대해 중과를 폐지하고 1년 미만 단기간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때 세율을 70%에서 45%로 내릴 방침이었다.

상속·증여세 개편도 올해 국회에 정부안이 제출되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물려받은 재산만큼 상속세를 내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추진해왔다. 전체 유산이 아닌 상속인 개인의 유산 취득분에만 과세하면 상속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취득세로의 전환을 포함한 개편안을 이르면 올해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세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뿐만 아니라 '부의 대물림' 촉진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유산취득세뿐만 아니라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 등 손봐야 하는 관련 제도가 방대한 측면도 있다. 정부는 계속해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한편, 추가로 여론 수렴을 거친다는 계획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부동산 세제와 상속증여세 개편은 내년 총선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부자 감세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선거 전 여론을 흔들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해 주도록 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는 전언이다. 정부 여당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 역학 구도가 바뀌면 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정기 국회로 가져간다는 복안이다.

다만 선거 결과가 여의치 않거나 세법 개정에 대한 국회 협의가 지연된다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은 시행령 개정으로 한시적 배제 조치를 연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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