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높아서 편의점 망한다고요?

보수언론이 괴담을 퍼뜨리는 속내는 뭘까

2023-07-23     기훈 경제칼럼니스트
기훈 경제 칼럼니스트

매년 최저임금 협상 시기가 오면 경제지 등 보수언론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기사 메뉴가 있습니다. ‘최저임금 때문에 편의점이 망한다’ ‘알바생보다 못 버는 편의점 사장’ 등의 기사입니다. 이 레퍼토리는 매년 ‘작년에 왔던 각설이’ 처럼 죽지도 않고 또 오는 것입니다.

이 기사들이 사실일까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편의점이 망한다고 매년 언론과 보수 정당에서 떠들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편의점 수는 줄기는커녕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통적 비수기라는 올 1월 한 달 동안 늘어난 편의점 수는 110개로 하루에 약 4개 꼴로 늘어났습니다. 그나마 이것도 기존 점포 100m 이내 근접 출점을 제한한다는 자율규약이 맺어진 덕분에 줄어든 수치입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편의점 수는 이미 5만 개를 훌쩍 넘어 5만 2168개(공정위 가맹사업 현황 분석자료)로 나타났습니다. 아마 2023년 현 기준으로는 약 5만 5000여 점포 수를 기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편의점 천국’이라는 일본의 편의점 수는 2021년 기준으로 약 5만 8천여 개로 추산됩니다. 우리나라의 편의점 수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인구로 따지면 일본의 인구는 2023년 기준으로 1억 2329만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 5139만명보다 배 이상 많습니다. 인구 수를 편의점 수로 나눈 ‘점포당 배후인구’가 일본이나 대만은 2000명이 넘지만 우리나라는 채 1000명 정도 안 되는 실정입니다. 유효수요가 턱없이 적으니 점포당 수익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단위 면적당 매출액은 GS25가 3130만원, CU가 2695만원, 세븐일레븐이 2390만원으로 같은 단위 면적당 일본 편의점의 약 4분의 1에 지나지 않습니다. 매출은 적고 경쟁은 그만큼 심해 말 그대로 편의점주가 온 힘을 갈아 넣어야 간신히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통상적으로 편의점 매출액의 65%가 점주 몫이고 본사가 35%를 가져가는 구조(사업장 운영 방식에 따라 다름)입니다. 가맹점주는 전국적으로 월평균 약 300만원 안팎의 순이익을 얻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편의점 매출 구조에서 가맹 수수료(35%)와 함께 평균 약 25%를 차지하는 임대료가 가장 큰 몫(두 개 합쳐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여기에 카드 수수료까지 점주가 부담하면 총 매출에서 우선 3분의 2 가까이가 빠져나갑니다. 여기서 각종 관리비를 제하고 남는 것이 아르바이트 인건비와 점주 몫이 되는 구조입니다.

결국 편의점 수익 구조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가 아닌 임대료와 가맹수수료입니다. 편의점 본사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느라 경쟁적으로 점포 수를 늘리면서 정작 점주의 수익성은 뒷전으로 밀려버리고 있습니다.

일본 도레이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점포 면적 100㎡ 안팎의 일본 편의점은 약 3000명 정도의 상권을 필요로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여 인구로 계산해보면 현재 5만 개 이상인 편의점 수가 2만 개 이하로 줄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점주의 수익성도 올라가고 단위 면적당 고객 수도 올라갑니다.

 

익년 최저임금이 논의될 때마다 보수언론은 오르면 망한다는 업종으로 편의점을 든다. 과연 그럴까? 연합뉴스

그렇지만 이미 포화 상태인 편의점 수는 오늘도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편의점 수가 늘어날수록 본사의 수익이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편의점주야 힘들던 말던 편의점 수를 계속 늘려 약탈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느라 편의점 본사는 자율규약도 무시해 가며 경쟁사 편의점 근거리에 버젓이 출점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올 1분기 편의점 본사의 매출은 6.3%가 늘어났는데 점포당 평균매출은 고작 0.9%만 늘어났을 뿐입니다. 점포 수가 늘어날수록 제품 단가를 낮출 수 있고 마진률은 높아집니다. 그렇지만 이에 비해 점포의 수익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편의점이 망하는 것은 최저임금 때문이 아닙니다. 점주의 이익은 뒷전이고 점포 수를 늘려 이익 극대화만을 노린 탐욕스런 프랜차이즈 본사와 턱없이 오르는 임대료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렇듯 가장 큰 원인은 눈감고, 오늘도 경제신문을 비롯한 보수 언론은 최저임금 때문에 편의점이 망한다는 괴담을 퍼뜨리면서 편의점주와 아르바이트 간 ‘을들의 싸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알아야합니다. 편의점이 망하는 것은 결코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며 탐욕스런 본사와 공포스러운 임대료, 그리고 ‘을들의 싸움’을 부추기는 수구기득권과 그들 편에서 언론의 본분을 망각하고 돌격대를 자처하는 보수언론 때문이란 것을, 그리고 편의점주는 더 이상 약탈적인 본사의 정책에 끌려다니며 최저임금을 탓하지 말아야 합니다. 같은 처지인 ‘을’을 상대로 싸울 것이 아니라 연대하여 이 잘못된 구조를 바꾸는데 힘을 합쳐야 합니다.

정치권은 말도 안 되는 최저임금을 볼모로 잡지 말고 지금이라도 편의점 출점거리 제한을 법으로 명시하고 점포 통폐합을 유도함으로써 편의점주가 영혼을 갈아 넣어야 겨우 입에 풀칠할 수 있는 구조를 바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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