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액션배우’ 해리슨 포드가 한국 복지에 던진 화두

최근 개봉 ‘인디아나존스’ 시리즈에서 노익장 과시

복지 선진국 프랑스는 “노년에 일하기 싫다”며 시위

반면 한국 노인은 노동소득이 절반 “일 안하면 빈곤”

더 일하고 싶은 현대차 노조 “4년 정년 연장하자”

안정된 노후 위해 증세 통한 복지체계 재설계 시급

2023-07-06     민병선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고난도 액션 연기를 선보인 할리우드 스타 해리슨 포드.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극장가에 ‘할배 액션’ 열풍이 뜨겁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1942년생, 81세인 주인공 해리슨 포드가 붕붕 날아다닌다. 말을 타고 뉴욕 시내를 질주하고, 비행기를 몰고, 맨주먹으로 적을 때려눕힌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신체적인 활동을 요구하는 연기가 정말 재미있다”라고 했다. 그야말로 “나 아직 안 죽었어”다. 위험한 장면에서는 대역 스턴트맨을 쓰고, 컴퓨터그래픽의 도움을 받았겠지만 노익장이 대단한 건 부인할 수 없다. 12일 개봉하는 ‘미션 임파서블 7’의 톰 크루즈도 환갑에 액션 연기를 직접 한다. 하지만 포드에 비하면 아직 ‘애기’다. 이 배우들이 아직도 현업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게 경이롭게 느껴진다.

나이를 잊고 일하겠다는 이들이 또 있다. 현재 노사 임단협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다. 이들의 요구 조건은 상여금 지급과 함께 정년 연장이다. 만 60세인 정년을 만 64세까지 연장하겠다는 안을 가지고 사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 결과와는 상관없이 예정대로 총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권 퇴진’을 기치로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3일~15일 2주간의 총파업을 벌인다.

이와는 반대로 올봄 프랑스 거리는 ‘늙어서까지 일 못 한다’는 시위로 뜨거웠다. 정부가 연금 수령 연령을 늦추는 이른바 ‘연금 개혁’을 추진하자 국민이 들고일어났다. 프랑스 정부는 정년을 현재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 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안대로라면 9월부터 연금 수령 나이가 해마다 석 달씩 늦어져 2030년 64세가 된다. 법안에 반대하는 계층은 주로 블루칼라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일찍 일을 시작해 빠르면 50대에 은퇴해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려 하는데, 법 개정으로 연금 받을 때까지 대기하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일하고 은퇴하려고 했더니 10년 넘게 생계 유지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불만이다.

이런 와중에 연금과 관련된 우울한 뉴스가 나왔다. 6일 국민연금연구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매달 286만 원을 버는 ‘평균 소득자’가 올해 국민연금에 가입해 10년간 보험료를 내도 노후에 매달 받는 연금이 35만 7000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를 대비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해리슨 포드처럼 튼튼한 몸을 가지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대부분의 노년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 노동자들이 정년 연장을 통해 오래 일하고 싶은 이유는 뭘까? 아무도 국가가 내 노후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최하위권. OECD 자료.

실제로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사회복지 지출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의 공공복지 지출은 GDP 대비 14.8%로 OECD 38개 회원국 중 34위였다. 우리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멕시코, 칠레, 터키 등 3곳에 그쳤다.

프랑스의 GDP 대비 지출 비율(31%)이 가장 높았다. 이어 핀란드·벨기에(29%), 덴마크·이탈리아(28%), 오스트리아(27%), 독일(26%)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노인, 가족, 근로무능력자, 보건, 실업 등 9개 분야에 대한 공적 지출을 포함한다. 이중 노인 영역 지출에서는 일본이 45.1%로 가장 높고, 프랑스(39.6%) 스웨덴(34.9%) 덴마크(33.0%) 등이 뒤를 따른다. 일본의 노인 지출이 많은 것은 초고령화 때문이다.

한국은 복지 지출에 대한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 등 국민부담률이 26.7%다. 대표적인 저부담·저복지 국가다. 적게 내고 적게 받는, 각자도생의 사회인 셈이다. 사회복지 지출 비율 1위인 프랑스는 국민부담률도 46.1%로 대표적인 고부담·고복지 국가다. 국가가 세금을 많이 걷어 노인과 빈곤층에 쓰고 있다. 우리도 복지선진국이 되려면 증세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부자 감세만 하고 있다.

노인으로 좁혀보면 복지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우리의 노인 빈곤율은 여전히 심각하다. 국민연금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는 38.97%로 2011년 49.18%에서 10년 사이 10.21%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OECD 최하위권이다.

노인의 소득 중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큰 점이 눈에 띈다.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42.8%로 일본(30.5%) 미국(24.7%), 영국(10.3%) 캐나다(17.1%) 호주(17.2%)에 비해 월등히 크다. 반면 공적연금 소득은 29.7%로 일본(63.3%), 미국(64.8%), 영국(76.6%), 캐나다(71.2%), 호주(65.2%)의 절반 이하다. 일하지 않으면 바로 가난해진다는 뜻이다.

해리슨 포드처럼 여든 나이에도 왕성하게 일하는 것도 좋지만,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하고 안정된 노후를 국가가 책임져 준다면 더 좋다. 세계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이 유독 복지에서는 언제까지 꼴찌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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