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욱일기 이어 초계기 사태까지 양보하나
일본 닛케이 "한국군 초계기 대응 지침 철회 준비"
일본 저공위협 비행 사실 분명한데 먼저 양보?
국방부 "보도 사실 아니지만…미래지향적 해결"
일본 사과 없이 양보하면 국내 갈등만 커질 듯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종외교 끝은 어디까지일까.
일본 전범 기업 대신 한국 기업이 배상하도록 한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과 전범기인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의 부산항 입항 허용에 이어, 이번에는 한일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초계기 사태'에서도 한국이 먼저 일본에 양보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개최 예정인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한국군이 2018년 '초계기 사태' 이후 마련한 '일본 초계기 대응 지침'을 철회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군이 대일 강경 대응 조치를 먼저 철회함으로써 일본에 양보한다는 것이다.
'한일 초계기 사태'는 2018년 12월 20일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1 초계기가 동해에서 표류 중인 조난 선박을 구조하던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 상공 150m 고도에서 500m 거리까지 접근하며 '저공 위협 비행'을 한 사건이다. 그러나 일본은 광개토대왕함이 자국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STIR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했다고 주장하며 대립했다. 당시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은 한국이 제주 관함식에서 욱일기 게양을 막은 것에 대한 불만과 함께 한국 대법원이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2019년 1월 23일에도 이어도 서남쪽 131㎞ 해역에서 정상 작전활동을 하던 해군 대조영함에 대해 60~70m 고도에서 540m 거리까지 P3 초계기로 저공 비행하며 위협했다. 대조영함은 일본 초계기에 경고통신을 했지만 일본 측은 이에 응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위협하듯 비행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다. 그에 앞선 22일에는 일본 P3 초계기가 노적봉함과 소양함을 3.6㎞ 떨어진 채 고도 30~40m로 비행하며 관측하기도 했다.
통상 일반 상선끼리 통항할 때도 1마일(1해리·1.852㎞) 정도의 거리를 이격한다. 아무 것도 없는 넓은 바다에서 군용 항공기가 선박에 접근해서 비행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위협을 하거나 공격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판단된다. 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안전을 위해 항공기와 해수면 이격 거리를 150m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 군용 항공기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일본의 비행 고도와 접근 거리는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을 만한 도발 행위다.
이에 한국군은 그해 2월 낮은 고도로 근접 비행하는 일본 해상초계기에 대해 현장 지휘관이 추적 레이더를 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일본 초계기 대응 지침'을 만들고, 일본 측에도 "3해리 이내에서 일본 초계기의 저공위협비행시 우리 함정과 인원 보호를 위해 추적레이더 조사 전 경고 통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전에 없는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
이후 한일 군사 당국 간 실무자 협의에 이어 한국 국방장관과 일본 방위상 간에 회담도 있었지만, 서로의 주장만 확인했을 뿐 양측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닛케이>보도에 따라 이번에 한국이 대응 조치를 먼저 철회한다면, 일본의 저공위협 잘못이 명백함에도 사과도 받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꼴이 된다.
한국이 양보해도 최근 일본의 태도를 고려하면 그에 호응하는 조치가 나올지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했지만, 일본은 성의있는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한일 정상은 지난달 회담에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와 관련,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고려해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지만, 정작 일본 경제산업성에서는 "검증 작업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초계기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닛케이는 "한국 함정이 레이더 조사를 했다는 일본 측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내달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이종섭 장관(국방부)에게 사실 확인의 표명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현안이었던 레이더 조사 문제가 수습되면 한일 안보 협력은 2018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다"며 "해상자위대와 한국 해군의 훈련 재개도 조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국방부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한 <시민언론 민들레> 질의에 "사실이 아니다"라며 "초계기 관련 국방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한일간 국방현안들은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일본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초계기 사태가 한일 국방장관 회담 의제로 돼 있냐는 질문엔 "자연스럽게 그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국방부가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한다'는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되지는 않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스탠스와 통상 대일 외교에서 사용되는 '미래지향'의 의미를 고려하면 '양보'의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한일 간의 군사갈등은 안보 측면에서 이로울 것이 없지만, 일본의 잘못이 명백한 사안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받지 않은 채 한국 측의 일방적인 양보 조치로 넘어가게 되면 '욱일기 입항 사태'에 이어 '퍼주기 외교'로 국내 갈등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