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압색 비판 이중잣대? 문제는 '언론'인가 아닌가다
어느 때 보호받아야 하고 어느 때 견제받아야 하는가
채널A와 비교는 몰이해…본연의 기능 수행 여부가 관건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MBC 사옥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MBC 기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한편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탄압"으로, 다른 편에서는 "과거의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 때는 반발이 없었는데 왜 이번에는 부당하다고 하느냐"고 주장한다.
과거의 언론사 압수수색 때는 왜 반발 안했냐고?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것에 대해 이중 잣대 아니냐는 주장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언론사를 상대로 며칠 동안이나 압수수색을 했던 그런 것을 생각해보면, (언론탄압이라는) 그런 얘기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아실 것이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도 있고, MBC 내부에서의 “2017년 문재인 정권 때 검찰이 (부당노동행위 수사와 관련해) MBC 사장실과 서버 등을 압수수색하러 왔을 때 MBC노조 조합원들은 길 안내를 해줬다. 그때도 언론탄압이라며 반발했으면 진실성을 의심받지 않을 것이다”는 이른바 ‘보수 노조’의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반되는 입장에는 언론에 대한 이해, 언론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느냐에 대한 시각, 또 한국언론의 현실, 거기에 현재의 한국사회의 정치권력과 언론 간의 관계에 대한 매우 큰 시각의 차이가 깔려 있다. 그리고, 언론사에 대한 공권력의 강제력 집행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느냐는 이 모든 점들에 대한 포괄적인 고려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문제를 단순화해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바로 이것이다. 즉 '언론'에 대한 것이냐, 그렇지 않으냐다. 언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인지의 여부, 그리고 그에 대한 그 사회 공적 권력의 정당한 견제이냐 부당한 억압이냐 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언론이라고 해서 그 사회의 절대성역이 아닌 것은 물론이다. 헌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회의 여러 공적인 제도 중의 하나이며, 헌법과 법률의 규율을 받는 곳이다. 견제받아야 할 권력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 상충되는 듯한 2중적 성격에 언론이 스스로 '언론'이 되고, 그 사회 구성원들이 언론에 대해 기대하고 한편 인정해주는 특별한 위치가 있는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지난 1월 26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와 관련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을 이유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받을 때도 밝힌 바 있지만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위와 같이 일면적 시각을 벗어나야 제대로 된 관점을 가질 수 있다.
언론사는 치외법권지역이 아니며 따라서 압수수색을 절대로 받을 수 없는 곳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어느 제도나 기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특수한 위치에 있다는 점은 언론자유가 다른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자유로서의 민주사회의 근간이라는 점, 그 언론의 자유는 궁극적으로 언론사 자체가 아니라 언론사를 통해 언론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국민들의 자유라는 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먼저 대전제로서 확인돼야 하는 것이다.
공권력의 이름을 빈 폭력일 뿐
이상의 배경과 근거들을 종합할 때 이번 MBC에 대한 압수수색은 언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려는 것에 대한 공권력의 부당한 억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공권력의 이름을 빈 폭력일 뿐이다. 압수수색을 비판하는 이들 중에는 '도를 넘었다' '과도하다'고 하는데, 지나쳐서가 문제인 것이 아니며, 과도한 것이어서 문제가 아니다. 압수수색 자체가 문제다. 사실은 수사 자체가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야 하며 따라서 '독수(毒樹)의 독과(毒菓)'와도 같은 것에 대한 원천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지만 다만 여기서는 압수수색에 대해서만 따지기로 하고 이를 채널A 사건 때와 비교해 보기로 한다.
채널A 때 검찰은 기자들의 압수수색 저지로 결국 포기하고 임의제출로 자료 전달받는 걸로 끝났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 때 채널A 압수수색을 며칠씩 했다는 윤 대통령의 말은 그의 대부분의 말들이 그렇듯이 사실이 아니다. 검찰이 영장 집행에 나선 2020년 4월 28일 검찰은 저항 없이 사옥 안으로 진입해 당일 오전 9시 30분께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내 보도본부 안에 집결한 기자들이 물리력으로 저지하면서 검찰과 40여 시간 대치한 끝에 물러났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안의 성격이다. 수사가 본격화되기 수일 전 채널A 경영진이 취재윤리 위반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상황이었다. 언론의 기능에서 비롯된 일인가라는 면에서 이 사건은 언론이 언론의 기능으로부터 일탈했을 때 벌어진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MBC의 그것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성격의 일이다.
“채널A 사건 혐의는 한 개인이 아니라 궁박한 처지에 놓여 있는 피의자를 협박, 겁박해서 또다른 정치 희생양을 삼으려 했던 사건이었다”는 김의겸 의원의 말이 두 사건의 차이를 잘 요약해주고 있다.
채널A 기자(이동재)는 증거 인멸 등을 이유로 구속된 뒤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공모 혐의를 받았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사건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 역시 2년 만인 지난 4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른바 '보수' 언론 등에서는 이를 마치 전적인 무죄를 받은 것으로 해석하려 한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유죄 인정을 하지 않은 것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넘어서 이 사건이 검찰에 의해 수사 기소된 과정을 살펴보면 그 무죄는 수사의 부실, 처벌 의지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기획된 부실’ ‘의도된 무죄’라는 지적에 상당한 타당성이 있는 근거와 정황들이 있었다.
무죄라는 결과는 사실 압수수색 집행에서부터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검찰은 여론의 압박에 밀려 압수수색에 나서긴 했지만 애초부터 적극적이었는지가 의문이었다. 보도국에서 기자들과 대치하기는 했지만 검찰은 보름 뒤인 5월 14일 한 호텔에서 채널A 관계자를 따로 만나 피의자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1대를 건네받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철수하면서 채널A 협조로 일부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채널A 측은 오히려 '검찰에서 가져간 자료가 없다'고 했고, 관련 보도들도 2박 3일간의 압수수색 시도에도 증거물 확보에 실패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압수한 게 아니라 '제출'받았다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은 초기화된 뒤였고, 의혹의 핵심 증거물로 알려진 채널A 기자와 검찰 고위 간부의 통화 녹음파일도 찾지 못했다. 게다가 법원은 영장 집행 현장(호텔)에 피의자를 참여시켜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의 압수수색 자체를 취소하는 결정까지 내렸다.
반면 이번에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MBC 여기자는 “10여 년 전 사용했던 취재수첩까지... 집안에 자료란 자료는 열심히 들여다봤습니다”라고, 심지어 서랍장 속의 속옷에까지 손을 댔다고 밝혔듯이 '범죄 혐의'의 죄질을 비교할 때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를 보였다.
왜인가? 그 의문은 압수수색을 당한 언론사가 MBC라는 것이 아니고서는 달리 설명하기 힘들다. 뉴스 신뢰도 조사에서 MBC가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발언이나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당한 사건 이후인 2022년 4분기 조사에서 2020년 1분기부터 11분기 연속 신뢰도 1위 자리를 지켜온 KBS를 처음으로 앞지른 데 이어 2023년 1분기 조사 결과에선 29.8%를 기록해 2위 KBS와 격차를 더 벌렸다는 조사결과를 떼놓고는 달리 의문을 풀 수 없다.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허가 “헌법 수호 일환”이었다고 얘기하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과 MBC 간의 관계를 빼 놓고서는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1989년 서경원 평화민주당 의원의 방북 사건을 수사하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방북 내용을 취재한 기자까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하면서 한겨레신문 편집국을 압수수색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다. 이번 MBC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겨레에 대한 것과 채널A 사건에 대한 것 중 어느 쪽으로 봐야 할지 따져볼 때 답은 그리 어렵지 않게 나올 것이다.
MBC의 앵커는 뉴스 진행 중에 압수수색을 비판하면서 “언론사가 불가침의 성역은 아니겠지만”이라고 했다. 당연히 성역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에는 거의 성역이 되는 상황이 있고 성역이 돼야 할 영역이 있다. 문제 삼아야 할 것은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어서가 아니라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는 언론사에 대해, 언론 기능 그 자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려는 것이냐가 돼야 한다.
언론계의 근본적 성찰 수반돼야
이번 압수수색은 권력과 검찰, 법원의 합작에 의한 것이었다. 권력과 검찰은 그렇다 치고 영장을 내준 판사(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에게 언론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언론 자신에게 이번 압수수색은 어떻게 비치고 있는 것인가. 상당수 언론들은 이에 대해 침묵하며 방관하고 있다. 오히려 이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인다. 다행히도, 또 당연하게도 압수수색에 대해 다수의 언론들이 보도했고,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에서 규탄 성명을 냈다. MBC 전용기 탑승 거부 때와도 비슷한 장면들이다.
그러나 이것은 MBC라는 유력 언론이기에, 양대 지상파 공영 방송이기에 언론계가 보이는 모습으로 보인다.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한 20여 차례의 압수수색이나 더탐사의 대표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선 외면했던 한국의 언론이다. 지난해 8월부터 이 작은 언론사가 20여 차례의 압수수색이라는, 현대 한국 언론사에서 전례 없는 ‘수난’을 겪는 동안 한국의 언론은 마치 담합이라도 한 것처럼 사실상 침묵했다. 적자(嫡子)와 서자의 구별과도 같은 무시였다.
MBC 압수수색은 언론이 과연 보호받을 필요가 있는지, 언론이 어떤 면모일 때 특별한 영역으로서 더욱 더 보호돼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질문은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함께 언론 자신이 스스로 돌아보고 답해야 하는 내부로부터의 질문에 대한 것과 함께 답을 내놓아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