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움에 빛을 밝히는 ‘행동하는 신앙의 양심’

2023-05-03     김근수 칼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지난 3월 20일 전주에서 열린 전국사제비상시국회의 결정에 따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친일매국 검찰독재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시작하기로 했다. <월요 시국기도회>는 매주 월요일 전국 각 교구에서 돌아가며 개최한다.

3월 20일 전주에서 발표된 성명서 첫 문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와 ‘강제동원 배상안’이 “일본 극우들의 망언, 망동에 뒤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다”로 시작하였다. “우리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한 것이라며 조상을 탓했고, “일본에 사죄나 배상을 요구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해결하자며 ‘제3자 변제안’을 내놓은”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을 위반하고 민족정기를 더럽혔으며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굴종 굴신으로 겨레에게 굴욕과 수모를 안긴 죄가 너무나 무겁기” 때문에, 사제단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용퇴를 촉구했다.  

일본 극우 무색케하는 한국 대통령

4월 10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월요시국기도회 성명서는 “멀쩡했던 나라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외교와 안보, 경제·민생·복지 등 모든 면에서 흔들리고 있다. 국고부터 줄줄 새고 있다”고 통탄했다. “동고동락, 공생공락이 아니라 한 마리 양을 위하여 아흔아홉을 희생시키는 자본의 자유를 주장”하는 윤석열 씨 앞에서 “나라를 살리고 그를 파멸에서 건져주려면, 즉각 퇴진 이외에 다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성명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라 윤석열 ‘씨’라고 호칭했다.

4월 17일 마산에서 열린 월요시국기도회에서 성명서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은 ‘자유민주주의’를 내걸고 권력을 연장하거나 폭압을 변명하였고, 학살까지 자행하였다”고 말했다. 이에 마산 시민들은 1960년 “이승만 하야하라, 일인독재 물러가라!” 외쳤고, 1979년 “독재자 박정희 파쑈 물러가라!” 외쳤다. 사제단은 “민족의 장래를 스스로 찾아나갈 지도층을 육성하는 대신 일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협력자 집단을 키워내는 것이 식민지 교육의 목표였던 바 그 흐름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탄식하고 있다.

“행동 없으면 죽은 믿음”이 4월 24일 수원에서 열린 월요시국기도회 성명서 제목이었다. 성명서는 먼저 8.10 성남민권운동을 기억했다. 1971년 8월 10일, 서울시 무허가주택 철거 계획에 따라 경기도 광주군에 강제이주된 주민 5만 명이 생존투쟁을 벌였다. 그동안 ‘폭동’, ‘난동’으로 불리다가 50년 지나서야 ‘8.10 성남민권운동’이라는 어엿한 이름을 갖게 된, 한국 최초의 도시빈민투쟁이었다. 사제단은 “자주국방의 상징, K-9 자주포에 들어가는 포탄 오십만 발이 사라지고 (…) 육군이 무장해제를 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 판결을 무시하고 피해 당사자들을 울려가며 ‘제3자 변제안’을 들고 일본에 건너가더니, 이번에는 오천 만의 생명과 생계를 무시하고 ‘포탄 오십만 발’을 선뜻 미국에 헌납”했다는 것이다. 

일본엔 ‘3자 변제안’ 미국엔 ‘포탄 오십만 발’ 헌납

5월 1일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열린 시국기도회 성명서는 “‘5ㆍ18’은 국가기구의 폭력과 시민들의 생명력이 대립하고 충돌한 사건”이며 “군인들은 광주를 죽였지만, 시민들은 군대를 구원하였다”고 기억했다. 그 이래 지금까지 남과 북은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기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해 나가기로” 하였고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하였고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만방에 약속”하였다. 그럼에도 지금 정권은 “화해와 공생이라는 쉬운 길을 버리고 한사코 증오와 대결의 전장으로 내뛰고 있으니 애통하고 절통하다”고 사제단은 탄식하였다. 

우리 시대의 어두움에 빛을 밝혀주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행동과 말씀 앞에서 가슴 뭉클하다. “온갖 수고와 수모를 견뎌주다가 고비가 닥치면 세상의 죄를 정화하고 인간의 본래 품위를 회복시키기 위해 하느님과 연대하는 일꾼은 우리들, 우리 가운데 있는 보통 사람들”이라는 사제단 말씀은 너무나 정확한 역사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제단은 각 지역에서 일어난 보통사람들의 저항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 우리 보통 사람들은 ‘행동하는 신앙의 양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예언자적 행보에 존경과 감사를 드리고 있다. 

우리 보통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을 앞세운 검찰독재를 따라간다면, 과연 어떤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사제단 말처럼 “저 홀로 세상 주인이 되려는 자들이 권력을 잡으면 나라는 병들고 전쟁이 온다. 너도나도 주인 되고 서로를 세워주려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아야 평화가 온다.” 사제단 외침처럼 “다시 한번 역사상 가장 이성적인 집단이 출현해야 할 때가 왔다.” 자기 자신만 알고 자기 자신만 위하는 이기적인 망상에서 깨어날 때, 우리는 어둠에서 탈출하여 빛을 밝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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