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투자 금액은 뻥튀기?

대통령 방미에 맞춰 3조3400억 투자 계획 발표

작년 8000억, 4년이면 3조2000억… 특별하지 않아

“1호 영업사원으로 성과 거둬” 여당 칭찬 무색

“예정된 투자금액을 재발표한 것에 불과” 비판

2023-04-26     민병선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사적 복수극 '더글로리'.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뻥튀기인가? 멀리서 온 손님을 위한 접대 발언인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춰 한국 콘텐츠에 투자할 금액을 발표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4년간 한국 드라마·영화·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에 25억 달러(3조 34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서랜도스 CEO는 발표한 투자 금액이 “2016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액수(약 1조 5000억 원)의 2배에 이르는 규모”라고 했다.

이 금액은 대대적이고 특별한 투자일까? 넷플릭스는 그동안 공식 자료를 통해 한국 콘텐츠 투자액에 대해 밝힌 바가 없다. 따라서 그동안의 언론 보도와 간접 자료 등을 통해 이 금액이 얼마나 되는 금액인지 유추하는 방법 밖에 없다.

우선 지난해 투자 금액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미국 현지 매체 버라이어티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7억 5000만 달러(약 1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 있는 ‘넷플릭스 서비시스 코리아’의 재무제표를 통해서도 금액을 추산할 수 있다. 이곳의 자료에 따르면 제작비 등을 포함한 매출원가와 마케팅 비용 등을 더하면 총 비용은 8000억 원에 근접한다. 최근 여러 언론을 통해 제기된 지난해 한국 투자 금액 8000억 원과 유사하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 금액을 8000억 원으로 어림잡고, 이런 추세대로 4년간 투자를 이어간다면 3조 2000억 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서랜도스 CEO가 발표한 3조 3400억 원 계획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진 접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서랜도스. 2023.4.25. 연합뉴스.

게다가 한국 콘텐츠는 넷플릭스에게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투자액은 매년 늘어나 2016년 150억 원, 2017년 819억 원, 2018년 920억 원, 2019년 2480억 원, 2020년 3300억 원, 2021년 50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미국 NBC,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21년 15편, 2022년 25편에 이어 올해는 34편의 한국 콘텐츠를 플랫폼에 올릴 계획이다. 현지 매체들은 넷플릭스 전체 이용자의 60%가 지난해 한국 콘텐츠를 시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올해 투자 금액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를 총괄하는 강동한 부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해 한국의 시리즈와 영화는 90개국 이상에서 정기적으로 글로벌 톱10에 올랐고,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프로그램 중 3개가 한국에서 제작됐다”고 말했다. 2021년 10월 현재 ‘오징어 게임’은 1억1100만 계정에서 시청해 넷플릭스 전세계 1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2022년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몇 주간 1위 자리를 지키며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CNN은 소개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한 점은 큰 공로로 평가받는다. 넷플릭스는 2016년 ‘옥자’를 시작으로 ‘킹덤’ ‘오징어게임’ ‘더글로리’ 등 지금까지 한국 콘텐츠 130편 이상을 제작·투자해 해외에 소개했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있다. 우선 모든 콘텐츠 저작권을 넷플릭스가 가져간다. 영상뿐 아니라 캐릭터 등 부가콘텐츠의 판권도 모두 넷플릭스 소유다. 이 때문에 ‘오징어게임’이 크게 성공했을 때 ‘재주는 한국 제작사가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가져간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넷플릭스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국 콘텐츠 제작 시장을 주무르면서 이에 따른 종속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공전의 히트작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국내 수익의 상당 부분을 해외로 유출하고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22%(1416억 원) 증가한 7733억 원인 반면, 법인세는 33억 원으로 전년 31억 원보다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변 의원은 “매년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을 높여 2022년에는 이를 87% 이상으로 책정하는 방식을 통해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해외로 이전하고 매출액 대비 법인세 비중마저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넷플릭스의 국내 매출 7733억 원 중 약 6772억 원은 해외 그룹사로 송금됐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이탈리아와 일본에서 매출원가를 이용해 법인세를 적게 납부하는 조세회피 방식으로 시정 조치를 요구받았다. 이탈리아에서는 합의금을 냈고, 일본에서는 추징금을 납부했다. 국내에서는 2021년 국세청이 조세 회피 혐의로 세금 800억 원을 추징했지만,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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