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은행 러시아법인 뜻밖 반사이익

지난해 순익 2배 이상 늘어 각각 120억, 139억원

미국 등 국제사회의 러 은행 제재로 자금 몰린 영향

자동차 등 제조업체 생산 중단, 철수 검토와 큰 대조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러 정부 반발로 지속엔 의문

2023-04-24     유상규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은행들이 예상하지 못한 규모의 큰 실적과 이익을 내 화제가 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제조업 기업들이 생산 중단을 결정하거나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대조를 보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러시아법인은 지난해 영업이익 360억 원, 당기순이익 12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176%, 당기순이익은 140%나 늘어난 규모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러시아법인의 총자산은 2021년 말 기준 5220억 원에서 지난해 말 7860억 원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하나은행 러시아법인도 지난해 영업이익 163억 원을 기록해 전년(63억 원) 대비 158% 늘어났고, 당기순이익도 139억 원으로 2021년(56억 원)에 비해 148% 증가했다.

하나은행 러시아법인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1조 2081억 원으로, 2021년 말 7256억원보다 6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8년 1월 국내은행 중 가장 먼저 러시아법인을 설립했다. 한국계 기업과 주재원, 교민은 물론 일부 현지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2곳에 지점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무소 1곳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4년 9월 금융 글로벌화 및 러시아 현지 진출 한국계 기업의 금융지원 등을 목적으로 러시아법인 개설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자동차와 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러시아 현지 진출 확대에 따른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상황이 급변했다. 현대차그룹 등 국내 기업들이 러시아 현지 생산을 중단하고 철수를 검토하는 데다, 국제사회가 대러시아 금융제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러시아 현지법인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예상하지 못한 반사이익을 얻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러시아 은행들에 대한 제재와 러시아의 기준금리 인상이 그 원인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에서 법인 인가나 금융업 승인을 받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현지법인의 문을 닫을 수도 없었다.

진퇴양난을 우려했지만 정작 지난해 실적을 집계한 결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러시아법인은 모두 자산과 이익 모두 급증하는 뜻밖의 실적을 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은행들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러시아법인에 한국계 기업 등을 중심으로 자금이 몰렸다.

더구나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해 두 은행의 이익 규모를 큰 규모로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러시아의 기준금리는 2021년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해 2월 20% 수준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7%대를 유지 중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운용수익 증가, 예수금 유치 경쟁력 강화 등으로 이자이익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두 은행 지난해 뜻밖의 실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러시아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언제 우리나라 기업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들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쟁 장기화에 대응해 러시아 현지법인의 자산 확충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현재 한국계 기업 금융 지원을 위해 법인을 유지 중이며, 향후 상황 급변 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해외법인 설립 취지가 현지 진출한 국내기업이나 주재원, 교민, 학생들의 금융지원에 있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하더라도 은행은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