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 뒤집힌 윤 정부 친일…게시판 글 침소봉대에 혈안

친일외교 본질 회피하고 비판 화살 돌리기

물의 스스로 빚어놓고 지엽적 사안으로 호도

부산엑스포 띄우기, 술자리 아니면 안 되나

야 "협치 운운 구차…이렇게 한가할 때인가"

2023-04-10     김성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일광 수산' 횟집에서 도열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2023.4.9.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뒤풀이 회식을 가진 부산시 해운대구 '일광(日光) 수산' 횟집이 '조폭식 도열 사진' 논란에 이어 친일 논란으로 번진 가운데, 보수수구 언론과 집권 여당,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친일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시민언론 더탐사>를 맹비난하고 있다. 정식 기사도 아닌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8줄 짜리 글을 두고 보수수구 진영이 '총력전'에 나선 배경은 윤 대통령에 대한 '친일' 비판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친일 비판을 싸잡아 '가짜뉴스'로 몰아가려는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일광' 논란의 시작은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지난 8일 페이스북에 <더탐사>의 글을 공유하면서부터다. 하 의원은 "보수에 친일 딱지를 붙이기 위해 식당에까지 친일몰이를 하는 좌파 괴담 언론 때문에 한국사회가 불필요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했고, 진보 진영 언론까지 이를 받아써 포털에 도배되다시피 했다. 이어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삼라만상을 '죽창가'와 연결시키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그리고 '더탐사'같은 좌파의 홍위병 노릇을 자처하는 언론으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는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의 늪에 빠져 있다"고 했다.

다음 날인 9일에는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까지 나서서 "초당적으로, 범정부적으로, 국가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엑스포 유치, 성공 개최를 위해서 힘을 모으는 자리였다"며 "본질은 외면하고 식당 이름이나 문제 삼아서 심지어는 반일 선동 움직임까지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어이없는 기사와 글이 커뮤니티를 통해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서 부산 시민이 많이 실망했을 것"이라며 "항상 어떤 사안에 있어서 본질이 중요하고, 본질을 흔들려는 발목잡기나 이런 노력들은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일광 수산' 횟집에서 도열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2023.4.9.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10일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 윤 대통령이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진실과 진리에 반하는 거짓과 부패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한 것에 대해 "이례적으로 '거짓'을 언급하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더탐사>의 일광 관련 글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최근 방문한 횟집에 대한 친일 논란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며 '가짜뉴스' 몰이를 했다.

같은 날 사설에서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사설은 윤 대통령의 일장기 경례 논란을 언급하면서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후에도 친일 몰이 가짜 뉴스가 이어졌다"고 했다. 또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에 대한 국민 우려에도 "정부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은 결코 없다고 거듭 밝혔는데도 민주당 의원들은 후쿠시마 방문 '쇼'까지 벌였다"고 했다. 이어 "가짜 뉴스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사드 전자파 괴담 등은 모두 특정 정치 세력이 정략적으로 생산,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수수구 언론과 여당, 대통령실은 친일 논란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식민 사관' 그대로 담은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와 굴종적인 3·6 강제동원 해법, 한일 정상회담 등 문제의 핵심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친일 논란은 애초에 윤 대통령의 굴종외교 사태에서 비롯됐지만, 사태의 본질은 외면한 채 비난의 화살을 돌릴 희생양을 찾는 데에만 혈안인 모습이다. 전형적인 여론 '물타기'다. 게다가 비공개 뒤풀이 술자리 사진으로 시중에서 '조폭' '건달' 비아냥까지 나와 난처해진 대통령실 입장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더탐사>는 논란을 덮기 위한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의장대 사열을 하며 일장기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3.3.16. 연합뉴스

'조폭 사진 논란' 역시 본말 전도는 언론이 아닌 대통령 본인과 대통령실이 자초했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고 국민들의 관심도 높다. 부산 엑스포 띄우기에 공을 들인다면 대통령실이 뒤풀이 술자리를 마련할 때 장소의 상징성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까지 폭넓게 고려했어야 했다. 특히 많은 국민들에게 윤 대통령은 빈번한 술자리를 갖는 것으로 각인돼 있다. 한때 과거 참모들과 가진 술자리 사진이 희화화될 정도였다. 그런 만큼 공개된 술자리는 최대한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공개 장소에서 만찬까지 갖고 사진까지 노출되는 것은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인화성 높은 이슈를 스스로 만들어 여론의 관심을 엉뚱한 곳으로 돌림으로써 엑스포 유치 지원이라는 본질을 지워버린 셈이다.

대통령실이 논란이 될 여지들을 고려해 세심하게 행사를 준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통령실이 뒤풀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온라인을 통해 사진이 퍼져나가자 뒤늦게 공개한 것도 이같은 의심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반성은 없어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진이 논란 된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치나 언론 지형에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본말을 전도하는 시도가 많은데 안타까운 일"이라며 책임을 정치와 언론에 돌렸다. "대통령이 만찬을 마치고 나오니 주변 시민들이 대통령을 응원하는 구호를 많이 외쳤다"거나 "우리 정치가 여의도를 떠난 민생에선 협치를 잘 할 수 있다는 상징적 현장"이라며 미화하기 바빴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과 가진 술자리를 희화화한 사진. 2023.4.9.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9일 서면 브리핑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이 부산에서 벌인 술자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며 "술자리를 협치 운운하는 대통령실의 변명은 구차하기가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권력 실세들이 얼굴이 벌게진 채 횟집 앞에 도열해 대통령을 배웅하는 모습도 시민의 눈에는 볼썽사나웠다"며 "술자리 논란은 윤석열 정부가 권력놀이에 취해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게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께서 대통령의 술자리 사진을 웃어넘기실 만큼 우리나라가 처한 대내외적 현실이 한가하지 않다"며 "각종 위기가 대한민국을 덮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국민은 묻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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