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고뇌 응원하자" 함부르크 총영사의 '빗나간 충성'
3·1절 행사에서 기념사 대독, 교민들 거세게 항의
작년 대선 직후에도 '당선인의 감사편지' 보내 빈축
국내에서 많은 반발과 비판을 산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연설문을 독일 지역의 총영사가 국외 교민들에게 대독하며 홍보하려다가 교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교민들은 “왜곡된 역사의식과 식민사관에 근거한 대통령의 기념사를 아무런 여과 없이 공표한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연대 서명한 항의 서한을 총영사에게 보내는 등 규탄에 나섰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독일 함부르크,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브레멘 등 독일 북부 지역 교민 50여 명은 지난 5일(현지 시각) 정기홍 함부르크 총영사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굴종적인 3·1절 기념 연설문을 함부르크의 3·1절 기념행사에서 대독한 것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공개 편지를 보냈다.
교민들은 편지에서 “윤 대통령의 연설문은 1919년 5월 30일 매일신보에 게재된 이완용의 글과 너무도 닮았다”면서 “이런 글을 그대로, 더구나 우리의 미래인 어린 학생들 앞에서 공표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이에 대해 답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 총영사는 답변서에서 “모든 재외공관장은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국정을 수행하시도록 지원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임무를 띠고 있으며, 매년 있는 대통령 기념사 낭독을 시비거리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유감스러운 행동이다”라면서 “대통령의 기념사와 배상 결단은 한일 관계의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으로, 우리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고 밝은 미래를 물려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 같은 정 총영사의 답변에 대해 함부르크 교민 이승연 씨는 “외교관이라는 직책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유연성도 갖추지 못한 이런 인물이 북독일의 모든 동포들을 위한 공직에 있다는 것이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교민들에 따르면 정 총영사는 이번 기념사 대독 이전에도 지난해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당선인의 감사편지’를 북독일의 한인 단체들에게 전송하고 공유하라고 했다. 이승연 씨는 “다른 영사관이나 대사관에서는 하지 않은 일이었으며, 이에 화가 나 정 총영사에게 항의 편지를 보내려고 하니 전해 들은 이들이 함께하겠다고 해 18명이 연명한 편지를 영사관에 직접 가서 전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