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체로 환영, "그러나 한국여론 더 지켜봐야"
한일 지식인 4명, ‘일본정부 요구 수용’엔 일치
이번 발표에도 재발 않는 "불가역성 담보 안돼"
4월 한미정상, 5월 G7 정상회담 의식한 타이밍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에 관한 한국정부의 '해결책' 발표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6일 "배상이나 한국의 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 새로운 사죄에는 응할 수 없다는 일본의 주장에 따른 내용"이라며, "그 배경에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강한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그 지시란 "두 번 다시 되돌아갈 수 없게, 애매한 요소를 남기지 않도록 끈질기게 교섭해 달라"는 일본 쪽 협상자들에 대한 당부였다고 했다.
이번 한국정부 발표에 대해 일본의 식자들은 대체로 반기면서도 한국 여론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면서 더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일본 재계단체인 게이단롄(일본경제단체연합회)의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은 한국정부 발표로 "양국 간 현안이었던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구둣점이 찍혔다'며 환영"한다며 경제교류 강화에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불가역을 강조한 기시다 총리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게이단롄 내에도 '이것으로 정말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여론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소리가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4월 한미 정상, 5월 G7 회담회담 앞두고 결정
이 신문은 이날 한국정부 발표에 대한 4명의 한일 지식인(한일 각각 2명의 교수) 논평을 실었는데, 이들은 이번 한국정부의 발표가 일본정부가 요구해 온 내용을 수용한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지금 '해결책' 발표를 강행한 배경에 4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윤 대통령이 옵저버로 참석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 5월의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전에 타결을 하는 것이 정치·외교적으로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미일 삼각공조를 강조해 온 미국이 요구해 온 한일관계 '개선'의 가시적인 성과를 윤 대통령이 워싱턴에 들고 가야 하는 일정에 쫓겼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 가운데 한국 교수 2명의 견해가 가장 선명하게 대비되는 점이 흥미롭다. 극명하게 갈리는 한국 내 여론을 대변하는 듯한 두 교수의 논평을 일본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들을 한국 쪽이 먼저 제공한 것이라는 생각을 일본 지식인들도 당연한 듯 지니고 있다는 것을 그들의 말에서 감지할 수 있다.
한국교수들 말을 앞세운 4인 교수들의 견해를 <아사히>에 게재된 순서대로 옮긴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
"윤 대통령, 고독한 결단이었으나…"
윤석열 정권은 발족할 때부터 강제동원 배상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사가 강했다. '해결책'의 발표는 전략적인 판단이며, 지금 타이밍이 된 것에는 두 가지 외교일정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초대도 거론되는) 5월의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4월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이다. 한국은 국빈대우의 미국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개선을 바라고 있고,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도 한미일의 안보협력이 중요하다. 회담을 앞두고 결단한 것인데, 한국의 교섭력을 높이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일본기업들의 지원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이나 명확한 사죄를 기다렸다면 5월까지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정부가 더 강하게 압박하면 일본이 양보할 수 있었을까. 어려웠을 것이다. 자민당 내의 역학을 보건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돌출적인 사죄를 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 쪽에 유리한) 일본의 '호응'을 기대할 수 없는 가운데, 이번의 해결책은 한국에 불리한 결과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한국은 내년 4월에 총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번 가을 이후는 선거 모드로 바뀔 것이다. 야당 대표의 체포영장이 청구되는 등 여당이 유리한 상황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에게 (국내 비판도 많은) 고독한 결단이었으나, 외교일정이나 정치상황을 고려해서 지금의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강제동원 피해자들도 고령화하고 있어서, 앞으로 큰 문제가 다시 떠오를 가능성은 낮다. 당분간은 한국여론의 반발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일관계가 정상화로 향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과 일본 정상의 '셔틀 외교' 부활 등도 예상된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윤 정권의 결정에 실망했다"
윤 정권의 결정에 실망했다. 일본기업에 배상을 명한 2018년의 대법원 판결 취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일본의 협력이나 공헌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해결책'이다. 문제를 한국 사법부가 만들었으니 한국 국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일본의 주장을 인정한 것과 같다.
윤 정권은 문재인 전 정권의 대일 외교를 잘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일본과의 안전보장협력을 우선해 관계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그런 논리로 역사문제를 경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번 결정으로 1965년의 청구권협정으로 배상문제는 모두 해결됐다는 일본의 주장을 인정하고, 식민지배가 불법이었다는 한국정부 입장도 흔들리게 될 것이다.
정부에 동의하지 않는 원고들에 대한 지원재단의 지원을 강제하는 것은 인권침해다. 정말로 인권을 존중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쌍방이 다시한번 생각을 해야 한다. 이 문제가 장기적으로 한일관계의 악재료로 남게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일본 쪽은 역대 내각의 ‘반성과 사죄’ 담화를 계승한다고 한다. 하지만 1990년대의 전향적인 역사인식은 실질적으로 계승돼 왔다고 할 수 있을까. 아베 정권 탄생 이후 일본사회에서 역사수정주의적인 사고가 퍼지면서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속죄 의식은 상당히 옅어졌다. 이번 결정은 그런 일본의 공기(분위기)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한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
"2025년까지 2년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정부가 발표한 '해결책'은 일본의 주장에 따른 내용이었다. 윤 정권은 한미일 안전보장협력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한일 간 장애물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큰 결단을 내렸다. 동시에 큰 정치적 리스크(위험)를 안게 됐다.
윤 정권은 반발하는 원고들의 이해를 얻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 기시다 정권은 어떤 ‘호응’을 할 것인가. 이것을 출발점으로 해서 한일의 신뢰관계를 진정한 의미에서 회복하기 위해 협력해 가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발신할 필요도 있다. 그것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장은 한일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다케시마(독도) 상륙, 2015년의 위안부 합의의 사문화 등을 포함하면 한일관계는 약 10년 간이나 냉각돼 쌍방이 큰 손실을 입었다.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이나 북한이 군사활동을 활발하게 펼쳐 미국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한미일 협력이 불가결하다.
한일이 각기 국내의 어려운 상황을 관리하면서 2025년의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에 새로운 한일 공동선언을 낼 수 있는 관계를 쌓아올릴 수 있을까. 앞으로 2년이 대단히 중요하다.
하타노 스미오 쓰쿠바대 명예교수
"대립과 우호를 오가는 흔들림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1965년의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배상문제는 해결이 끝났다는 주장을 일본이 견지하는 가운데 한국 쪽이 타협해 이번의 '해결책'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윤 정권은 대미, 대중 관계, 북한정세를 고려해 한일관계의 안정을 중시하는 자세를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으로서는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일본기업의 자금 출연에는 응하지 않았다. 한국정부도 그런 일본의 입장을 이해했기 때문에 한국의 지원재단에 의한 보상 형태를 취했다.
하지만 문제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는 '불가역성'이 담보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2015년의 위안부 합의에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 확인됐지만 한국의 정권교체 뒤 합의에 반대하는 여론에 대한 배려 때문에 휴지가 됐다. 윤 정권이 이번에 비판적인 여론이 장래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지원단체나 야당을 설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강제동원 배상문제는 경제나 안전보장 영역으로 영향이 확대됐다. 한국 대법원이 일본기업에게 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내린 그 다음해인 2019년부터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을 규제했고, 그것이 그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는 게 분명했다. 거기에 대해 한국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통보로 응수했다. 이번에 강제동원 문제가 정치적 결말을 봤다고 하더라도 이런 한일 간의 많은 과제 해결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한국 내 여론의 반발도 우려되며, 한일의 대립과 우호 사이를 오가는 진자운동은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진자의 폭을 작아지게 하기 위해서는 한일 정관재계나 민간이 참여해서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신뢰양성의 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