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 함성 표현했다지만… "3·1절에 나라가 고꾸라졌네요"

서울도서관 외벽 꿈새김판 '3·1절 그림' 비판 봇물

"왜 나라를 넘어뜨리느냐" "지진·전쟁 등 연상돼"

서울시 "민원들 접수되고 있어 교체 검토 중이다"

2023-03-02     이승호 에디터
서울시가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 게시한 삼일절 기념 그림이 시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2023.2.28. 연합뉴스

 서울시가 지난달 28일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 꿈새김판에 게시한 ‘제104주년 삼일절 기념 그림’이 시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그림이 “대한독립 만세 함성을 데시벨로 표현, 한반도 지도에 담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왜 우리나라를 넘어뜨렸느냐” “일본 지도가 연상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일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그렇잖아도 그런) 민원들이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른 작품으로 교체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시민들은 왜 이 그림에 불편한 마음을 갖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지도가 똑바로 돼 있지 않고 넘어져 있는 것으로 표현한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온라인에는 “굳이 가로로 눕힐 필요가 있나 싶군요. 태극기를 함부로 뒤집지 않듯이 말이지요” “나라가 고꾸라졌네요” “눕혀서 표시하면 절대로 안됩니다” “우리나라 지도를 왜 엎어놨대요? 똑바로 세워야죠!” 등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건 호랑이를 상징했던 우리나라 지도를 토끼로 바꿔놓은 일본 제국의 생각 아닌가 싶네요. 윤 대통령이 (일본은 우리나라) 파트너라더니 아예 속국하고 싶은 듯”이라는 글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지도가 아니라 일본 지도가 연상된다는 사람도 많았다. “일본 지도 같네” “일본 열도 같네요!” “누가 봐도 일본 지도를 의도적으로 만든 거 같네요” 등의 글들이다.

심지어 “진짜 추락하는 거 같다고 보는 게 맞을 듯” “한반도가 추락하는 것 같이 보이네요” 등 나라가 밑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었다.

꼭 그런 게 아니라도, 지진이나 전쟁 등 뭔가 불안하고 불길한 것들이 연상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림의 데시벨 떨림 표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빈 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 트위터 캡처

“나라가 덜덜 떠는 걸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불에 타고 있는 것같아 불안하다.” “망해가는 한반도의 심령사진이라고 불리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방사능 바다에 둘러싸인 한반도.”

“나는 왜 순간적으로 일본 지도인가 했는데. 튀르키예 지진으로 진동은 뭐 좀 께름칙한데.” “중환자실 같은데요. 좀 희망차게 못 그리나.” “서울시에서 한반도를 데시벨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원전사고 발생 시 떨리는 한반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겠죠? 원전 심각성을 알리는 것 같네요.”

심지어 박쥐를 연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둠 속에서 박쥐가 먹이 사냥할 때 초음파 진동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유머로 풍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도 가운데 데시벨이 낮은 부분은 문재인 정부 때고, 뒤로 가면서 점점 데시벨이 높아지는 것은 윤석열 정부를 성토하는 함성”이라는 풍자도 있었다. 오세훈 시장의 '흑역사'를 떠올리며 “세빛둥둥섬인가?” 하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김빈 전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대변인은 “우리나라 지도가 마치 어딘가로 추락하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며 “작품을 보는 순간 불안하고 마음이 불편했다”는 감상평을 올렸다.

김 모 작가는 “작품의 의도가 좋아도 보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이질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 그 디자인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 게시한 삼일절 기념 그림이 시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2023.2.2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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