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참패로 가는 국민의힘 극우연대 노선

보수 정당의 전통적 생존 방식 ‘자기 혁신’ 왜 못하나

2025-11-22     장정수 편집위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장정수 편집위원, 전 한겨레 편집인

국민의힘이 돌이킬 수 없는 극우 노선으로 폭주하고 있다. 아무리 목이 터져라 “투쟁”을 외쳐대도 지지율이 곤두박질해 20%대에서 정체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장동혁 대표가 내란을 옹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봉하는 극우 광신도들과 손잡는 자멸적인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목청껏 외치지만 호응 못 얻는 극한 투쟁 전략

불과 6개월 전 대통령 선거에서 40%에 육박하던 득표율이 장동혁 대표 체제 하에서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했다. 국민의힘에게 더 끔찍한 것은 이 재앙적 흐름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처참한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동혁 대표의 극우 연대가 당을 구원하기는커녕 오히려 깊은 수렁으로 몰아 넣는 결과를 낳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취임 후 '모든 우파 시민과의 연대'를 내세우며 극우세력과의 전략적 동맹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으나, 이는 당내외에서 방향성 상실로 평가받는다. 그는 당대표 선출 직후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온건·협치 노선을 시도했다가, 극우 지지층의 격렬한 반발에 직면하자, 미뤄왔던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를 통해 윤어게인 세력에게 추파를 던지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태도는 그가 8월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추종 세력과 전한길 등 극우 유튜버들의 강력한 지원으로 당선된 뒤 취약한 당내 기반을 극우 결집을 통해 보완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시도하고 있다. 2025.11.6 연합뉴스

현재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 탄핵"이라는 극단적 구호로 장외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55~60%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극한 투쟁 전략은 대다수 유권자에게 전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 전략은 30%대의 극렬 보수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중도층과 온건 보수층을 대거 이탈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중도층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은 10~15%에 그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40%대를 유지하며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는 것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취약한 당내 기반이 더 극단적 행보 부르는 악순환

국민의힘의 치명적 실책은 내란세력과의 단절 실패로 압축된다. 장동혁 대표는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서 싸우자”라는 발언으로, 내란선동 혐의로 체포된 황교안 전 총리를 노골적으로 비호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의 원조 격인 황교안을 옹호한 이 발언은 여야를 막론하고 “부적절하고 위험하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당의 자살 행위”라는 격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는 내란세력과의 선긋기를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로, 결국 총선급 심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이 이미 붕괴 직전이라는 사실이다. 그가 직접 주도한 '이재명 탄핵 촉구' 장외 집회에 소속 의원 100여 명 중 겨우 10여 명만이 참석한 것은 그의 당내 장악력이 사실상 바닥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참석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기까지 했다. 당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장 대표를 공식적인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취약한 당내 기반은 장 대표를 오히려 더욱 극단적인 행보로 몰아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극우 결집에만 의존하는 그의 전략은 당 전체를 정치적 절벽으로 떠미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의 장기 침체가 불가피해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극심한 당내 분열'과 '유력 대권주자의 부재'라는 이중고 때문이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및 내란 사태를 계기로 당은 친윤 대 반윤, 탄핵 찬성 대 탄핵 반대로 완전히 사분오열되었다. 특히 계엄 반대 및 윤석열 탄핵에 앞장섰던 한동훈 전 대표를 친윤 세력이 '배신자'로 규정하며 집요하게 공격하는 행태는 당의 분열을 수습 불가능한 수준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 포기 외압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12 연합뉴스

보수 정당 생존 공식 '뼈 깎는 자기 혁신' 어디로?

그 결과 보수 진영의 대선 주자 구도는 참담한 수준이다. 과거 이회창, 이명박, 박근혜처럼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당선 가능성을 겸비한 주자가 단 한 명도 없다. 현재 장 대표가 당 대표 프리미엄 덕분에 15%대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지만, 유력 대선주자급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나머지 인물들은 그야말로 '도토리 키 재기' 수준으로, 5~10%대 지지율을 나눠 갖는 지리멸렬한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장동혁 대표가 밀어붙이는 극우 연대 노선은 이미 실패가 증명된 치명적인 독약과 같다. 이는 2020년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가 전광훈 목사 등 극우 세력과 손잡고 치른 끝에 겨우 108석이라는 역사적 참패를 당한 '황교안 시즌 1'이 재현되는 양상이다. 당내 기반이 취약했던 황교안 대표의 전철을 밟고 있는 장동혁 대표 역시, 극우 세력에만 의존하여 버틴다면 똑같이 궤멸적인 결과를 맞을 수밖에 없다. '황교안 시즌 2'가 진행 중인 상황인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극우 폭주 노선은 전통적인 보수 정당이 위기를 돌파했던 방식과 완전히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과거 보수 정당은 생존의 기로에서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2002년 대선자금 불법 살포(차떼기 사건)로 지지율이 바닥을 쳤을 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여의도 당사를 과감히 포기하고 '천막 당사'를 차렸다. 이는 "부패와 결별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여 국민의 신뢰를 부분적으로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2004년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가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석 가까이 얻을 것으로 전망되던 열린우리당의 의석수를 152석에 묶고 121석을 얻는 등 선전할 수 있었다.

극우라는 낡은 구명조끼 벗어야 살 길 찾을 것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했을 당시에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128명 중 62명이 탄핵에 찬성했다. 당은 즉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명하고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변경하면서 '국정농단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자기 쇄신 덕분에 당은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으로 다시 한번 생존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과거 보수 정당은 위기 때마다 부패·비리의 주역을 과감히 축출하고, 당명까지 변경하며 국민 앞에 사과하는 동시에 중도 확장형 쇄신을 통해 재기를 모색하는 전형적인 생존 공식을 구사해 왔다.

그러나 현재 장동혁 체제는 이러한 공식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당은 내란·계엄 사태의 주역들과 결별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황교안이다"라고 선언하며 이들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인다. 당 쇄신은커녕 극우 유튜버 및 전광훈 세력과 더욱 깊이 결탁하며 중도층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의 배후 혐의를 받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1일 경찰에 재출석했다. 2025.11.21 연합뉴스

이처럼 지금 국민의힘은 스스로 재기의 방안을 거부하고 자멸의 가속 페달만 밟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이 현재의 내란 사태라는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철저하고 진정한 반성과 자기 혁신뿐이다. 당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및 내란 책동에 대해 공식적으로 명확히 사과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잘못됐다, 국민께 죄송하다"는 상투적인 말 한마디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사태를 초래한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황교안, 전광훈을 비롯한 내란 및 극우 세력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현재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과거처럼 환부를 도려내고 국민 앞에 무릎 꿇는 고통스러운 쇄신을 택하여 재기를 모색할 것인가, 아니면 극우라는 낡은 구명조끼 하나에 의존하여 끝없이 침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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