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기 막힌 서울 아파트 거래 급감…가격 하락은 아직
10.15 대책 한 달 간 거래량 77%감소
가격은 상승세 지속…폭 조금 줄었을 뿐
정부, 내년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
보유세 현실화,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을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한 달 새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80% 가까이 줄었다. 갭투기가 사실상 차단된 영향으로 보인다. 거래량이 격감했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상승폭은 줄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보유세를 올릴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손쉬운 수단을 정부가 접은 셈이다. 거래가 격감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서울 아파트는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서울 아파트가 건강한 가격하락을 하는 날이 언제일지 시장의 반응이 주목된다.
갭투기 차단에는 성공한 10.15대책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약 한 달 동안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급감했다.
13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전날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10.15 대책 시행일인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7일간 거래량은 2320건으로 직전 27일(9월18일∼10월15일) 1만 254건 대비 무려 77.4% 줄었다.
10.15 대책 시행으로 규제지역에서는 무주택자와 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가 종전 70%에서 40%로 강화되고, 주택담보대출 금액 상한은 주택 가격 15억 원 미만은 6억 원,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는 4억 원, 25억 원 초과는 2억 원으로 차등 적용됐다. 이처럼 강화된 대출 규제에다, 토허구역에 적용하는 아파트 구입 때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갭투기(전세 낀 주택 구입)도 차단한 결과 매수와 매도 수요 모두 크게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자치구별로는 영등포구(-93.9%), 광진구(-90%), 성동구(-89.6%), 중구(-85.9%), 강동구(-85.1%), 마포구(-84.9%), 동작구(-84.9%), 종로구(-83.5%), 동대문구(-82.6%) 등 이전까지 갭투기 수요 집중으로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한강벨트 권역뿐 아니라 전 지역의 거래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경기도권에서 규제지역과 토허구역으로 신규 지정된 자치구들도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재건축 호재 등으로 가격 상승폭이 컸던 성남시 분당구(-86.6%)를 비롯해 성남시 수정구(-91.3%), 성남시 중원구(-86.2%), 광명시(-85.4%), 안양시 동안구(-81.5%), 하남시(-80.9%), 용인시 수지구(-73.9%) 등 규제 대상지역 모두 거래량 감소폭이 컸다.
반면, 이전에 이미 규제지역과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는 거래량 변동이 크지 않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송파구의 거래량 감소율은 2.9%에 불과했고 서초구(-7%), 강남구(-29.7%), 용산구(-48.6%)도 서울의 여타 지역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크게 작았다. 애초 현금 보유량이 많은 고소득자나 자산가 등이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고자 진입하는 상급지 시장이어서 수요자들이 대출규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거래량 감소와 맞물려 거래금액도 크게 줄었다.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금액은 3조 1757억 원으로 10.15 대책 시행 이전 27일간 약 12조 3883억 원보다 74.4% 감소했다. 다만 평균 거래가격은 13억 6882만 원으로 대책 시행 이전(12억 814만 원)보다 높았다. 이는 매물이 급감하고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공급 부족, 금리 인하 전망 등으로 가격을 내리지 않은 소수 매물이 신고가로 거래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둔화하고 있지만 하락 전환 기미는 없어
10.15 대책이 거래는 얼렸지만, 가격 상승세를 하락세로 전환시키지는 못했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둘째 주(11월1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0.17% 올랐다. 상승폭은 직전 주 0.19%에서 0.02%포인트 축소됐으나 10.15 대책 이전까지 상승세가 가팔랐던 한강벨트권에서 오름폭 확대가 일부 나타나는 등 가격 조정이 크지는 않은 양상이다.
성동구(0.37%)가 직전 주 대비 상승폭을 0.08%포인트 키운 것을 비롯해 용산구(0.23%→0.31%), 서초구(0.16%→0.20%), 송파구(0.43%→0.47%) 등의 가격 오름세가 직전 주보다 높았다. 역시 한강벨트 주요 지역인 광진구(0.15%)와 마포구(0.23%)는 직전 주와 상승폭이 같았다.
부동산원은 "전반적인 시장 관망세가 이어지며 매수 문의가 감소하고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일부 선호 단지 및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상승거래가 체결되며 서울 전체적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물량은 지난달 15일 7만 444건에서 이날 6만 2893건으로 1만 1151건(15%) 감소했다. 경기도권에서는 규제지역과 토허구역으로 묶인 과천시(0.44%→0.40%), 성남시 분당구(0.59%→0.58%) 등의 상승세가 소폭 둔화하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비규제지역 중 풍선효과 대표 지역으로 지목된 화성시(0.26%→0.25%)는 직전 주와 상승폭 차이가 미미했고 수원시 권선구(0.13%→0.21%)와 용인시 기흥구(0.21%→0.30%)는 오름폭이 확대됐다. 구리시(0.52%→0.33%)는 0.19%포인트 축소됐다.
정부,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 선택
10.15 대책이 갭투기를 막아 서울 아파트 거래는 얼렸지만, 가격의 건강한 하락은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동안 정부는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69%로 유지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1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가격공시 정책 개선을 위한 공청회'와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열어 '2026년 부동산 가격 공시 추진안'을 심의·의결했다.
추진안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에 적용되는 현실화율은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상 내년에 80.9%에 달할 예정이었던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내년을 포함해 4년 연속 69.0%가 적용된다. 토지와 단독주택 역시 4년째 각각 65.5%, 53.6% 수준으로 동결되며 올해 시세 변동만 공시가격에 반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편차를 해소하기 위해 균형성을 단계적으로 높여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균형성 제고를 위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이 필요한 지역은 전년 공시가격을 1.5% 범위 이내로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으로 현실화율을 조정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분석 결과도 공개됐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현저히 낮거나 높은 주택 단지의 공시가를 인상하거나 인하해 현실화율을 조정한다. 지금 상황에서 조정 폭을 전년도 공시가의 1.5% 이내로 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국토연구원 박천규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공청회에서 "공시가격 조정을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면서 "공시가격 1.5% 이내 조정 폭은 이의 신청률에 영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전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발표를 통해 2035년까지 제시했던 연도별 목표는 현재 중인 연구 등을 통해 추후 다시 제시될 예정이다. 국토부 정재원 부동산평가과장은 "중장기로 연도별 시세반영률을 어떻게 설정할지는 정책연구용역 등을 통해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부터 진행됐다. 토지와 주택에 대한 공시가격을 시세의 90%에 도달하도록 단계적 인상 계획(2020∼2035년)이 수립됐지만, 집값이 급등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 현실화율을 원상 복구했으나 부동산가격공시법 등에 따라 현실화 목표는 유지되고 있다.
이번 정부 추진안에 따라 산정되는 내년도 공시가격은 표준지·표준주택의 경우 내년 1월, 공동주택의 경우 같은 해 4월 최종 결정된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 기준이 되며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건강한 가격 조정은 언제 이뤄질 것인가?
서울 아파트 시장, 그 중에서도 '한강벨트' 아파트들의 건강한 가격 조정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너무나 중대하다. 어떤 논리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수준의 가격을 자랑하는 '한강벨트' 아파트들이 생산에 기여하는 것 하나 없이 우리나라의 모든 자원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강벨트' 아파트들의 건강한 가격 조정은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들의 건강한 가격 조정을 강력하게 견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한강벨트' 아파트들의 가격 조정은 언제 본격화될 것인가? 아파트 가격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금리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종료하고 인상으로 방향을 전환할 때 '한강벨트' 아파트들의 가격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상에 더해 고가 아파트에 대한 보유세 현실화, 서울 요지에 위치한 국공유지에 토지임대부 주택 등 대안주택의 대규모 공급 등이 병행돼야 '한강벨트'를 위시한 서울 아파트들의 가격은 본질가치를 찾아갈 수 있다. 금리는 몰라도 보유세 현실화와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