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소송 대법서도 패색 짙자 꼼수찾기 바빠

5일 대법원 구두변론서 보수법관들도 정부 비판

IEEPA에 없는 관세부과의 권한남용 여부가 쟁점

근거법 대체해 '관세전쟁' 계속할 ‘제2 플랜’ 모색

최대 1조 달러 세수 절반, 이자 함께 환급할 수도

2025-11-08     한승동 에디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6일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체중 감량 약물 관련 행사에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연설을 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목요일, 제약 대기업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와 일부 인기 체중 감량 약물의 가격을 인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회사가 "가장 인기 있는 GLP-1 체중 감량 약물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2025.11.6.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상호관세 등 ‘트럼프 관세’의 적법성을 다투고 있는 소송 제3심인 대법원 공판의 전날(5일) 1차 구두변론에서 정부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자 “(패소하면) 우리나라에 파멸적(devastating)일 것”이라며 “제2의 게임플랜을 짤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로 위협할 수 없게 될 경우 일본과 한국, 그리고 유럽연합이 약속한 수 조 달러 규모의 투자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관세전쟁 계속할 ‘제2의 게임플랜’

제2의 게임플랜을 짜겠다는 얘기는 이미 1, 2심에서 위헌 판정이 나온 소송이 상고심에서도 패배할 경우 지금까지 관세부과의 근거법인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대신할 다른 법률들을 동원해서라도 관세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거론되고 있는 대체법률들로는 50%를 상한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1930년 관세법 338조’와 국제수지 적자에 대처하기 위해 150일간 한정해서 최대 15% 관세를 수입품에 부과할 수 있는 ‘1974년 통상법 122조’ 등이 있고, 철강 알루미늄 관세 등 품목별·분야별 관세 부과의 근거가 된 통상확대법 32조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2025년 11월 5일 수요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유리 그리파스/UPI

6대 3 다수파인 보수 법관들도 정부 주장 비판

5일 구두변론에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트럼프 1기 정권 때 임명된 닐 고시치 등 보수적인 대법관들조차 정부 쪽 주장이 “부적절하다”고 얘기하는 등 트럼프 관세의 법적 근거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트럼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의회로부터 명시적으로 승인받을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역시 트럼프 1기 정권 때 임명된 보수파 에이미 배럿 대법관은 “왜 그렇게 많은 나라들을 (상호관세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느냐”며 트럼프 관세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총 9명의 대법관들 중에서 보수 6, 리버럴(진보) 3의 법관 구성에서 3명의 리버럴 법관들이 트럼프 관세에 비판적인 지적을 하는 것은 당연지사로 여겨졌으나, 다수의 보수파 법관들까지 정부에 불리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언론 등은 놀라움을 표시했다.

도박 사이트인 프레딕트잇(PredictIt)에서는 5일 구두변론이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1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정권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 확률이 60%에서 90%대까지 올라갔다.

IEEPA 조문에 없는 관세부과 권한남용 여부가 쟁점

쟁점은 현재 트럼프 정권이 상호관세 등의 발동 근거로 삼고 있는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 조문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어서, 중소기업 등 원고 쪽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 때 대통령의 권한으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있지만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은 명기돼 있지 않다.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은 원래 미국 연방의회가 갖고 있으며, 이 IEEPA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트럼프 정권 쪽은 구두변론 전에 대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관세도 IEEPA에 명기된 ‘수입 제한’의 한 유형이며, 국가안보 및 경제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외교정책 수단이라는 등의 반론을 폈다.

“관세 대박”에서 “관세는 부수적인 것”으로 정부 태도변화

존 사워 법무부 송무차관은 구두변론에서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옹호하면서 이제까지와는 달리 관세부과가 돈이나 수입 증대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소송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태도를 바꾼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보좌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4월의 상호관세 발동 이후 관세를 “경제적 만병통치약으로, 국가 부채를 갚고, 감세를 상쇄하고, 어려움을 겪는 농부들을 지원하고, 심지어 미국인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 소셜에 “관세가 부과되면 많은 사람들의 소득세가 상당히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며 “미국에 대박이 날 것”(Bonanza for America!!)이라고 큰소리쳤다.

지난 몇 개월간 행정부가 4조 달러가 넘는 감세안을 통과시키도록 의회에 압력을 가하는 동안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 등 백악관 관계자들은 트럼프 관세로 벌어들일 세수가 비용을 상쇄할 것이라며 의회 예산처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연간 관세 수입이 “5천억 달러를 넘어 1조 달러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예산(재정) 적자를 상당히 줄였다고 자랑하면서 관세수입을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연방 세수원”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대법원 심리가 가까워지면서 이들은 관세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베센트 장관은 지난 5일 X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관세정책의 목표는 “제조업을 되살리고 위기수준의 적자와 세계 무역 상대국들과의 무역방벽을 균형있게 조정하는 것”이라면서 “관세 수입은 이런 긴급한 목표들에 부수적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대 1조 달러 세수 중 절반, 이자와 함께 환급할 수도

트럼프 정부가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질 경우 납세자들에 받은 세금을 되돌려 주는 환급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베센트 장관은 소송 절차가 내년 여름까지 늦어질 경우 트럼프 관세로 받게 될 세수가 7500억~1조 달러로 늘어날 것이며, 그 중 절반은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 달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패소할 경우 중소기업 등의 원고뿐만 아니라 다른 납세자들로부터도 환급 청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패소해도 파멸적 혼란 피할 조치 예상

미국 언론들은 대법원 판결이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관세 덕에 중국, 일본, 한국 등과 유리한 조건에서 무역협정을 체결했고, 태국-캄보디아 등의 지역분쟁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관세가 없어지면 우리는 무방비가 된다”, “관세는 국가안전보장 면에서 우리를 풍요롭게 해 주었다”는 주장을 펼쳐 왔는데, 대법원이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부과가 위법이라 판정할 경우에도 이미 트럼프 관세가 만들어낸 그런 변화들을 참작해서 ‘파멸적인’ 혼란을 피해가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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