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 해고 쓰나미…10월 중 15만명 정리해고

10월 기준 감원 규모 22년만에 최다 수준

AI 도입 등으로 빅테크 기업 해고 쓰나미

오픈 AI, 정부 보증 요청 논란까지 불거져

12월 FOMC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 주목

2025-11-08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인공지능(AI)도입 등의 영향으로 미국 내에서 10월 한 달 동안 해고된 인원이 15만 명을 넘어섰다. 10월 기준으로 22년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 열풍이 거세다. 상황이 더 심각한 건 해고 뒤에 일자리를 찾는 것도 여의치 않다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AI거품론이 나오는 가운데 오픈AI가 정부 보증을 희망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져 의구심을 더했다. 게다가 12월 열릴 FOMC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엄존하는 형국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는 2009년 이후 해고가 가장 많았던 해로 전망돼

미국 기업들이 지난 10월에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는 소식이 시장을 강타했다.

챌린저, 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가 발표한 감원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10월 규모는 15만 307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9월 대비 183%, 전년 동기 대비 175%나 폭증한 수치다. 10월 기준으로는 200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월간 감원 규모 기준으로는 2008년 4분기 이후 최고다.

CG&C는 AI 도입으로 인한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기술 부문에서 가장 많은 해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기술 부문 감원 규모는 3만 3281건으로, 9월 대비 약 6배 증가했다. 소비재 부문도 3409건으로 급증했다.

정부 셧다운의 직격탄을 맞은 비영리단체 부문의 해고는 올해 10월까지 누적 2만 7651건을 기록하며,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19% 증가했다.

올해 전체로는 기업들이 총 110만 건의 감원을 발표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65% 증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이다. CG&C의 앤드루 챌린저 선임 부사장은 "2003년과 마찬가지로 파괴적인 기술이 환경을 바꾸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이 수년 새 최저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4분기에 해고를 발표하는 것은 특히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공식적인 고용 통계 발표가 중단된 상황에서 이 같은 보고서는 고용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민간 지표가 되고 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고용시장 악화에 우려를 표하는 가운데 나왔다. 연준은 9월 이후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며, 12월에도 경기 둔화와 고용 악화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0.25%포인트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상존한다.

 

미국의 7월 제조업 일자리가 1만 1000명 감소하는 등 고용쇼크가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감원의 선봉장은 빅테크 기업들

감원 쓰나미를 이끄는 선봉장은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다.

아마존은 지난달 말 1만 4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올해 7월 9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그뿐만 아니라 UPS와 타깃 등 다른 산업군에서도 감원 바람이 확산하면서 소비 대목인 연말을 앞두고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상황이 한결 나쁜 건 해고당한 후 재취업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챌린저 전문가는 "최근 해고된 사람들은 새 일자리를 빠르게 찾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는 고용시장의 추가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마존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와중에 ‘오픈 AI’ 정부 보증 논란까지 불거져

감원 폭풍에 시장과 투자자들이 충격에 빠진 사이 또다른 악재가 불거졌다. 오픈AI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서 정부 보증을 바란다고 시사한 것이 논란을 낳으며, AI 거품론과 의구심을 부추긴 일이다.

백악관의 데이비스 색스 인공지능(AI) 및 암호화폐 정책 차르(책임자)는 이날 자신의 엑스에 "AI 산업에 대한 연방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에선 최소 5개의 주요 최첨단 모델 기업이 있고 그중 1개가 실패하더라도 다른 기업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오픈AI의 세라 프라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내놓은 발언을 겨냥한 반박이다. 프라이어는 전날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사모펀드와 은행, 연방 정부의 최후 보증이 결합된 새로운 금융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오픈AI의 사업에 보증을 서달라고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오히려 불안정한 현금흐름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이날 "우리는 연방 정부에 보증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논란을 잠재우려 시도했다.

 

오픈AI(OpenAI)의 CEO 샘 올트먼이 2024년 5월 21일 워싱턴주 시애틀의 시애틀 컨벤션 센터 서밋 빌딩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빌드(Microsoft Build)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5.21.AFP 연합뉴스

12월 FOMC, 기준금리 인하 결정할까?

미국 기업들의 감원 태풍이 시장을 강타하는 가운데 12월 열릴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6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2월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29.1%로 하락하면서 반영됐다. 전날 마감 무렵엔 38.0%로 반영됐다.

시장은 빅테크를 필두로 한 기업들의 감원 열풍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하고 베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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