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핵무기 경쟁을 펼칠 작정인가
이재명 정부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해
27일 대통령실 앞에서 있었던 이재명 정부 핵정책 규탄 탈핵시민행동 기자회견에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한 것을 민들레에 보내왔다. 원자력 정책과 관련해 공유할 만한 글이어서 민들레들판에 소개한다(편집자 주).
지난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힘 후보들이 너도나도 핵무기를 갖겠다고 서로 경쟁했던 걸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당시에 후보였던 김문수 후보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 후보가 되기 전부터 핵무장론을 주장했다. 본 선거에서는 약간 뒤로 물러서긴 했지만 핵 잠재력을 갖춰야 된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했다. 최근 APEC 회의를 앞두고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을 둘러싸고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 수준의 한미 원자력 협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들도 있다.
"일본 수준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일본처럼 우라늄 농축 하고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도 해서 플루토늄을 갖는 것까지 허용하자는 이야기다. 소위 '핵 주권론'이다. 지난 번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극우 후보가 이야기했던 핵무장론 혹은 조금 완화해서 이야기했던 핵 잠재력을 키운다는 바로 그런 발상을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원자력 협정이 없으면 핵발전소를 못 돌리는가. 지금까지 핵발전소 돌리는 데 아무 문제도 없었다. UAE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지 않아도 문제없었다.
그런데도 한미 원자력 협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이재명 정부는 밝혀야 한다. 지금도 우라늄 20% 이하 농축된 우라늄은 아무 문제 없이 수입해서 우리나라의 핵발전소에 잘 쓰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핵발전소에도 잘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20%가 넘는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한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서 플루토늄을 만드는 일본 스타일의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대한민국에 플루토늄이 왜 필요한가? 우리가 핵무장을 한다면 플루토늄 폭탄이 필요하고 우라늄 폭탄이 필요하다.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바로 그 핵폭탄이다. 그 핵폭탄을 정말 이재명 정부는 갖고 싶어 하는가.
아니면 문재인 정부에서 그렇게도 이야기했던 핵 추진 잠수함을 쓰기 위해서, 군사적 이용을 하기 위해서, 한미 원자력 협정이 필요한가. 답답하기 이를 데 없고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게 하나둘이 아니다. 다른 나라와의 협정을 추진할 때 다른 나라와의 협상만큼 중요한 게 국내 협상이다. 국민에게 협상의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리고 그것이 왜 필요한 것인지, 그것이 이뤄어지게 되면 어떤 문제와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알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지금 한미 원자력 협정과 관련해서는 그와 관련해서 어떠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 않다.
나는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들을 종합할 때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핵에너지의 군사적 이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핵 추진 잠수함의 연료로 쓰이는 것이든, 핵무기의 연료로 쓰이는 것이든,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평화적 이용, 상업적 이용과 다른 군사적 이용이다. 이같은 의문 제기는 한국에 있는 환경단체, 탈핵 단체들한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미 미국에 있는 싱크탱크들에서도 우려의 목소리,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올리는 것, 3500만 달러 현금 지원을 받는 것에 관심이 많다.하지만 지금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성사된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핵 정세는 급변할 것이다. 남한도 핵무기를 갖고, 북한도 핵무기를 갖고, 그래서 남북한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핵무기 경쟁을 벌일 것이다. 그것을 원치 않는다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더 이상 군사적 이용에 핵에너지를 쓰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이재명 정부가 선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