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국가 통제, 더욱 치밀해졌다

중국 제20차 4중전회 의미, 한국 언론이 못 보는 것

핵심은 군 통제구조 재편과 시진핑 권력의 안정화

2025-10-24     원동욱 동아대 국제학부 교수

오늘(2025년 10월 23일), 베이징에서 중국 공산당 제20차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이하 4중전회)가 폐막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내 언론에서도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신화사의 '공보'를 단순히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실정입니다. 중국특파원의 전문성 제고나 국내 유력한 전문가들의 인터뷰나 조언 청취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국내 여러 관련 연구기관에서 곧 자세한 분석이 나올거라 생각되지만, 연구년으로 중국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입장에서 일종의 사명감으로 조악하나마 나름의 간략한 분석을 전개해보았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제15차 5개년 계획의 경제·사회정책 초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핵심은 군 통제 구조 재편과 시진핑 권력의 안정화에 있다고 보입니다. 특히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군 내부 기율을 책임지는 장성민(张升民)이 임명된 사건은, 시진핑 체제가 국가 전반의 통제 구조를 더한층 강화하는 정치적 신호로 읽혀집니다.

 

중국 공산당 제20차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이 연설하고 있다. 2025.10.25. 신화사 연합뉴스

1. 권력 구조 변화와 장성민 임명

장성민의 부주석 승진은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다. 그는 2017년 이후 중앙군사위원회 기율검사위원회 서기로 재직하며, 육군·로켓군·전략지원부대에 ‘상호순환식 감찰제도’를 도입, 실질적 내부 사정권을 당 중앙에 집중시키는 구조를 설계했다. 또한 중앙기율위와 군사위 간 교차감찰 체계를 정비하며 군 내부 기율 관리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임명은 시진핑이 군의 통제 방식을 정치적 충성과 기율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군사 전략이나 장비 현대화보다 체제 안정과 충성 확보가 우선하는 구조적 변화를 본격화한 것이다.

한편, 일부 외신을 통해 반(反)시진핑계로 분류되었던 장여우사(张又侠)는 이번 회의에서도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 언론에서 ‘퇴진’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최신 신화사 보도(2025년 10월 17일 기준)에 따르면 장여우사는 여전히 공식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권한은 제한되는 가운데, 군 통제 구조의 핵심 자리가 장성민 중심으로 재편된 셈이다.

2. 당의 전면적 영도 재확인

4중전회 공보에서 반복된 문구는 “당의 전면적 영도(党的全面领导)를 견지한다”였다. 경제, 과학기술, 사회정책, 국방 현대화 등 모든 영역이 당의 영도 아래 배치되었고, 특히 국방 분야에서는 “시진핑 강군사상”이 유일한 지도 원리로 명시되었다.

장성민의 임명은 군이 국가 군대가 아니라 당의 군대임을 인사로 확인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기율검사위 출신인 그의 부주석 등용은 지휘보다 감시를 우선하는 군 통제 구조의 신호로 평가된다. 이번 회의는 제15차 5개년 계획의 목표 달성 과정에서 군과 당, 경제와 안보, 전략과 정치의 일체화를 명확히 선언함으로써 중앙집권적 통치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정치적 계기로 기능한다.

3. 군 숙정과 반부패 강화

최근 중앙군사위와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9명의 고위 장성이 직무 위법·부패 혐의로 당적과 군적에서 모두 제명됐다. 대상에는 중앙군사위 부주석 겸 정치국 위원인 허웨이둥(何卫东), 군사위 정치작업부 전 주임 묘화(苗华), 전략지원부대 및 합동작전지휘센터 고위 간부들이 포함된다.

이 조치는 군 내 부패 척결의 연장선이자, 지난 2년간 이어진 로켓군 고위층 연쇄 숙청과 맞물려 있다. 전문성과 전투 효율성보다 충성도가 우선되는 체제를 확립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장성민 임명과 맞물려, 군 내부 통제와 기율 강화가 체제 안정의 핵심 전략임을 보여준다.

4. 경제·안보의 일체화와 체제 안정 메커니즘

4중전회 공보에서는 경제 정책과 안보 전략의 상호 연계가 강조되었다. “발전과 안보의 통합”, “체제형 개방”, “군사 현대화”와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시진핑 체제가 경제 운영을 안보 체제와 정치 통제 장치의 하위 체계로 재편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군사 정책의 병렬이 아니라, 체제 유지 장치로서의 일체화를 의미한다. 특정 경제 프로젝트나 기술 투자 결정은 군사적 활용 가능성과 정치적 충성 요건을 동시에 고려하며, 국방 현대화가 경제 효율성을 넘어 체제 안정과 내부 통제에 직결되는 구조를 형성한다.

장성민 임명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의 군사적 상징이다. 기율과 충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체제에서는 군사적 전문성보다 정치적 안정과 내부 감시 기능이 우선된다. 경제·사회 정책의 일체화 역시 이러한 정치 중심적 국가 운영 모델과 맞물려 국가 기능 전반을 당 중심 체계 아래 재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5. 결론: 체제 안정의 완성과 경직성, 그리고 한반도 전략적 함의

장성민 중앙군사위 부주석 임명과 9명의 고위 장성 제명은 시진핑 체제의 완성과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인사 변화가 아니라, 당의 전면적 영도 아래 군·경제·정치 기능을 재배치하며, 충성과 기율 중심의 군 통제 구조를 확립한 사건이다. 전문성보다 충성, 전략적 유연성보다 정치적 안정이 우선되는 체제가 강화되면서, 중국군과 당·국가 기구는 더욱 폐쇄적이고 경직된 운영 방식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 정책과 군사 전략이 긴밀히 연계되면서, 중국은 군과 국가 자원을 당의 정치 목표에 맞춰 조직·운영하는 방식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권력 안정 신호를 넘어, 체제 유지가 지속적 감시와 통제를 필요로 하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입장에서 이번 변화는 중국 전략의 예측 불가능성과 의사결정의 경직화를 의미한다. 권력 집중과 군·정치의 일체화가 심화될수록, 위기 상황에서 중국군은 유연한 전략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안정과 체제 보호가 우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반도에서 예기치 않은 긴장 고조나 군사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한다. 또한 경제와 군사 전략의 통합은 지역 안보와 경제 환경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 자율적 완충지대 확보, 정책·군사 정보 분석 역량 강화, 경제·외교·안보 정책의 통합적 조율 등 실질적 대응 전략 마련이 필수적이다. 중국의 경직화된 권력 구조와 당 중심의 군 통제 강화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게 전략적 기민성과 유연성을 요구하는 새로운 현실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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