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쇼로 치닫는 트럼프, 장기집권 노리나?

장성들 소집 “위험한 도시를 군사 훈련장으로” 겁박

공안정국-반란법 발동-장기집권 가는 시나리오

트럼프 3선 출마 암시, 측근 ‘군주적 대통령’ 언급

쌓여가는 시민들의 분노, 비관적인 미국의 미래

2025-10-08     김평호 전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평호 저술가·전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추석 연휴가 시작되자마자 우리나라 뉴스에 미국 시카고가 첫머리에 올랐다. '트럼프 이민국, 시민에 발포' / '이민국 요원, 단속 중 항의하는 시민에 총격‘ / ’내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 등등의 긴급뉴스가 타전됐던 것(사진 1 참조). 시카고 시장과 일리노이주 지사는, 트럼프 정부가 불법 이민과 범죄 단속을 명분으로 폭력적 공권력을 행사하면서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사진 1. 추석 연휴 국내 매체가 보도한 미국발 뉴스

각 주요 도시에 깔리는 군인들, 미국판 공안정국?

지난 9월 30일, 트럼프는 미군 장성급 지휘관 전원을 소집, “너희들 내 말 안 들으면 해고야”라는 겁박과 함께 ‘내부의 적과 벌어질 전쟁에 대비하라,’ ‘위험한 도시를 실제 군사 훈련장으로 활용하라’라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엘에이, 뉴욕, 시카고 등의 도시를 언급했다. 바로 다음 날, 300여 연방 경찰요원들은 블랙호크 헬기까지 동원, 시카고를 기습했다. 이후 계속된 단속 과정에서 4일에는 급기야 시민에 발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시카고에서는 이미 9월 중순, 단속요원의 총격에 이민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었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미국 주요 도시에는 총기 무장에 마스크까지 착용한 연방 요원—어느 소속인지도 불분명한—들이 활보하면서 불심검문, 납치에 가까운 체포, 수용소 구금 등을 일삼고 있다. 일촉즉발의 테러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고, 시민과 연방경찰 간에 크고 작은 물리적 대립과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시카고 사태는 이 같은 공권력의 위협적 행사가 낳은 대형 사건이다. 사태를 더욱 키우려는 듯, 트럼프 정부는 경찰뿐 아니라 군대까지 동원하고 있다. 6월의 엘에이, 7월의 워싱턴 DC, 그리고 9월의 멤피스(테네시주).

법무부 장관은 7일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시카고에도 조만간 군대가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작금의 상황, 미국판 공안정국이다.

국가 폭력의 스텍터클, 정치적 기획?

 

사진 2.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과 이미지(9월 6일, 트루스소셜).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흔히 ‘밈(meme)’이라고 부르는 이미지 파일을 하나 올린다(사진 2).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F. 코폴라 감독) 이미지를 차용, 자신을 전투 지휘관으로 묘사한 것이다. 거기에 ‘시카고 묵시록(Chipocalypse Now)’이라는 캡션을 달았고, “시카고는 왜 우리가 국방부를 전쟁부로 이름을 바꿨는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썼다. 대통령의 메시지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선정적 폭력의 이미지다. 내용으로 보면 그는 이미 시카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던 모양새다.

적과 전투를 벌이듯(국토안보부 장관은 시카고를 전쟁터(war zone)이라고 불렀다) 경찰력을 행사하거나, 중무장 차량과 무장한 군인을 보란 듯 배치하는 것은, 시민과 도시에 대한 국가의 폭력이다. 트럼프 정부는 불법 이민과 범죄 단속을 내세우지만, 현실은 그것이 어설픈 변명임을 직설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권력이 시전하는 폭력의 스펙터클—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여기에는 정치적 기획이 담겨 있고 그렇게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혼란 상황-정치장악-장기집권 시나리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건 혼란 상황—정치장악—장기집권 시나리오다. 시나리오의 구성은 1. 사회 혼란 유도, 반란법(Insurrection act) 발동, 현역군—주 방위군은 물론 민간 군사 조직인 민병대까지 포함—을 동원, 진압 작전 전개, 혼란 상황의 악순환. 2. 사회 혼란을 명분으로, 내년의 중간선거, 나아가 28년의 대선까지 장악. 3. 트럼프 장기집권 체제 구축. 물론 이는 추론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벌써 시카고 총격 사태를 이유로 들면서 반란법 발동 가능성을 언급했고, 작금의 공안정국이 반란법 발동을 위한 정부의 사전준비라고 경고한 사람도 있었다(사진 3 참조),

 

사진 3. 위 ‘반란법 발동을 위한 준비작업’(M. 굿맨 존스홉킨스대 행정학과 교수, Counterpunch 10월 1일). 아래. 백악관에서 예산문제를 놓고 회동한 트럼프와 민주당 지도부, ‘2028 트럼프’라고 새겨진 모자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사진 트루스소셜)

이 같은 시나리오는 누구나 아는 장기집권 체제, 즉 파쇼정권 확립을 위한 정치 술수의 첫 번째 단계다. 막가파 수준의 물리적 힘을 과시, 반대파를 자극/결집, 집회 시위는 물론 폭력 저항까지 유도하는 전술. 그렇게 해서 법과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전보다 더 큰 폭력적 억압 도구를 동원하는 것. 이는 정치교범 제1장에 나오는 초보 수준의 정략이다. 두 번째 단계는 그 연장선에서 다가올 선거에 임하는 전술이고, 세 번째는 정치적 기획의 최종 결과물이다.

사실 트럼프는 종종 3선 출마를 뜻하는 듯한 발언을 해왔다. 또 지난 9월 30일 민주당 지도부와 예산문제를 논의하는 집무실 책상 위에 보란 듯이, ‘2028 트럼프’라고 새긴 모자를 올려놨다(사진 3). 또 트럼프 상점에서는 벌써 그 모자를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트럼프 주변의 마가 이론가들이—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거의 공개적으로 ’Republican Caesarism(공화적 군주)‘, ’Monarchical President(군주적 대통령)‘ 등의 용어를 써가면서 군주제를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내부의 위기(예: 과두정 체제, 사법부의 이중잣대, 정체성 정치, 만연하는 범죄, 패배하는 군대, 타락한 대중문화, 중산층 소멸, 소득 불평등 등등)로 미래가 암울한 지금의 미국을 뜯어고치는데 필요한 건 독재적 권력이라는 것. 백악관 인사들이 내세우는 대통령의 ’절대적 행정 통수권(unitary executive power)’과 일맥상통한다.

물론 이 시나리오는 필자의 추론일 뿐이다. 그리고 미국 수정헌법 25조는 한 사람이 두 번을 초과해 대통령직을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소문이지만 거론되는 안이 28년 대통령 밴스-부통령 트럼프 출마 작전이다. 일단 당선되고 역할을 교체한다는 것. 무엇이 되었든 지금 트럼프 주변에서는 상상 이상의 정치적 정지작업이 진행 중인 듯하다.

‘파쇼 트럼프’ 막아 선 판사들, ‘No Kings!’ 시민사회 운동조직

작용엔 반작용이 따른다. 트럼프 정권의 파쇼적 행태는 위법적이니만큼 법원의 비판과 거부를, 반민주적인 만큼 시민의 저항과 반발을 부른다.

 

사진 4. 위.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도 그에게 불리한 판결(The conversation, 25년 5월 6일 자), 아래. 최근 포틀랜드에 군 동원 및 이동배치 금지령을 내린 판사 역시 트럼프 임명 판사(폴리티코, 10월 5일).

트럼프 정부의 행태에 첫 번째 두드러진 저지선은 법원이다. 특히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를 포함한 적지 않은 수의 1, 2심 연방판사들(사진 4 참조). 지금까지(AP 통신 10월 4일 집계 기준) 트럼프 행정명령 관련 소송은 모두 325건, 그중 30% 정도인 93건만이 적법 판결을 받았을 뿐, 나머지는 금지(일부 금지 포함)됐거나 진행 중이다. 이들 판사는 이민 추방부터 군 동원 관련 트럼프 행정명령에 사실과 판례, 법률과 헌법에 입각한 판결을 내리면서 정권의 행보를 그나마 막아내고 있다. 문제는 사법부의 수장인 연방 대법원(이하 대법원). 그중에서도 다수인 우파 판사 6명. 이들은 지난해 형사면책 판결로 대통령에게 ‘독재의 면허장’을 발부한 이후 사실상 트럼프의 법정 후견인을 자처하고 있다. 이들은 항소심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무부의 신속처리 요청에 거의 예외 없이 손을 들어준다. 어처구니없는 행태지만, 적지 않은 수의 1, 2심 판사들이 보여주는 법치 수호의 의지 만큼은 희망적이다.

두 번째 강력한 저지선은 시민이다. 트럼프 집권 이래, 150여 개 이상의 시민사회 운동조직이 크고 작은 규모의 집회와 시위를 미국 각지에서 이어가고 있다(사진 5 참조). 지난 4월의 ‘Hands off!(트럼프 손 떼!)’, 6월의 ‘No Kings!(직역하면 왕정 거부! 정도가 되겠지만, 그보다는 반파쇼! 라는 말이 이날 집회·시위의 취지에 가장 적합한 번역)’ 등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 이번엔 세 번째로, 오는 18일 미국 전역에서 6월 규모 이상의 집회와 시위를 전개할 예정이다.

 

사진 5. 위. 지난 6월 14일, 시위참가자들이 모여 해변에 그려낸 반파쇼 구호(샌프란시스코 오션비치. 사진 게티). 아래. 이번 주 18일((토)로 예정된 두 번째 반파쇼 집회 및 시위 관련 기사(Common dreams, 9월 30일). 사진 왼쪽 위의 노란색 ‘NO Kings’는 항의행동 로고 이미지.

물론 권력은 인민 대중의 반대 운동에 대체로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그만큼 파쇼적 통치, 반민주적 행태에 대한 분노는 쌓여간다. 지난 4월 ‘트럼프 손 떼!’ 집회·시위는 1400곳 참가자 60만(CNN 보도), 6월의 반파쇼 집회·시위는 2100곳, 참가자 5백만(영국 일간지 가디언 보도). 이처럼 두터워지고 퍼져가는 인민의 의지를 반동의 권력이 넘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까?

 

사진 6. ‘미국의 미래를 비관할 수밖에 없는 이유’ M. 안톤(현 국무부 정책기획국장) (Compact 23년 7월 21일)

지난 23년 바이든 정부 시절, M. 안톤(현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은 ‘미국의 미래를 비관할 수밖에 없는 이유’(사진 6)의 하나로 ‘국가 조직의 무기화(The security state has been weaponized)’를 들었다. 바이든의 법무부나 FBI 등이 시민, 또는 정적을 대상으로 마구잡이식 사찰·급습·수사·체포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정상국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 2년 후 지금, 트럼프 정부는 법무부와 FBI는 물론, 국토안보부, 이민단속국, 국경보안대, 마약국 등, 연방 경찰력을 총동원, 시민과 정적을 상대로 심지어 총격까지도 서슴지 않는 무서운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해결책은 정치권의 책임이다. 그러나 나온 것은 없다. 트럼프 백악관은 강경 일변도다. 공화당은 트럼프 거수기다. 민주당은 대책이 없다. 그사이 시민과 경찰 간의 충돌은 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미래를 비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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