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 제도, 미련 갖지 말고 폐지해야

국토부 실태 점검 결과, 무더기 법령 위반 적발

서민 주택 마련 허울 뿐 제도 자체 구조적 결함

감독 강화는 한계…새로운 주택 공급모델 필요

2025-09-20     황광선 시민기자

지역주택조합, 줄여서 흔히 '지주택'은 같은 지역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주택을 건축하는 제도이다. 1980년대 '서민의 내 집 마련'이라는 미명 아래 도입됐다. 건설회사가 분양하는 아파트보다 값싸게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얼핏 자율적 거버넌스의 모범처럼 보이지만, 지난 40여 년의 경험은 이 제도가 사실상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국토교통부(장관 김윤덕)는 지난 11일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해 관계기관 특별합동점검(7.11~8.22)과 지자체 전수실태점검(6.26~8.22) 결과를 내놓았다. 점검 대상 396개 조합 중 무려 252개 조합에서 641건의 법령 위반이 적발됐다. 이는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수치다.

정부는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과 분쟁조정 지원,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고장 난 예초기를 수없이 고쳐 쓰는 격이다. 지주택의 본질적 문제는 수리로 해결되지 않는다.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

 

국토교통부 지역주택조합 실태 점검 결과.

왜 지주택은 고쳐 쓸 수 없는가? 

핵심은 정보 비대칭이다. 일반 조합원은 건설 전문성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조합장과 업무대행사가 사업을 주도하면서 정보 격차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조합원은 사업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고, 불투명한 운영 속에서 피해를 떠안는다. 정부 조사에서도 정보 미공개·지연 공개가 전체 위반 유형의 30.7%를 차지했다. 결국 조합장은 신뢰를 등에 업고 전권을 행사하며, 비리가 드러나지 않는 한 견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다른 문제는 사업의 실체 부재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일정한 토지 소유권을 확보한 뒤 추진되지만, 지주택은 토지 사용권 확보가 불완전한 상태에서도 사업을 밀어부칠 수 있다. 그 결과 시공사의 일방적 증액 요구 같은 불합리한 상황이 반복된다.

따라서 지주택이 서민들의 주택 마련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성공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단순한 시행착오가 아니라 제도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다. 그렇기에 보완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

 

지역주택조합 설립이 추진되는 청주 서원구 사직동의 주택가 담에는 빨간색 래커로 큼지막하게 '철거 예정지'라고 쓰여 있다. 2018.1.25. 연합뉴스

전문가들과 지방의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주택 제도의 폐지를 요구해 왔다. 2016년 지방정부의 폐지 건의, 2023년 경남도의회 폐지 촉구, 2024년 서울시의 실패 사업 정리 방침이 그 흐름을 잘 보여준다. 제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이재명 정부는 더 이상 지주택 제도가 국민에게 혜택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규제 강화나 감독 확대는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 행정 부담만 늘릴 뿐, 조합원 피해는 여전히 반복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결단해야 한다. 지주택 조항을 주택법에서 삭제하고, 새로운 주택 공급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규제와 감독 강화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고장 난 기계를 고치려 애쓰기보다, 더 나은 기계로 교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서민의 눈물을 멈추게 하려면, 지주택 폐지 외에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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