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징역 2년' 구형…6년 끈 재판, 그대로 선고될까
'동물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6년 5개월만
재판 5년 8개월, 선고는 또 두 달 뒤 11월 20일
나경원 최고 형량…확정시 무더기 의원직 상실
채이배 의원 감금, 국회 의안과 등 점거, 몸싸움
최후진술도 "폭력 아닌 일상적 정치 행위” 주장
민주 "의원직 상실 해당…법사위 간사 철회해야”
혁신 "사법부, 추상같은 판결로 존재가치 웅변”
진보 "솜방망이 구형…형량 조금도 깎아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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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 실형을 구형했다. '동물 국회' 사태가 벌어진 지 무려 6년 5개월, 재판이 시작된 지 5년 8개월여 만이다. 범여권에서는 특히 폭력 사태를 주도했던 나경원 의원이 국회 법사위 간사직 요구를 철회해야 하며, 법원도 나 의원이 판사 출신 5선 의원이자 그 배우자가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이라고 해서 봐주기 판결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촉구하고 있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두 달여 뒤인 오는 11월 20일로 멀찍이 잡았다.
검찰은 1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관련 피고인 중 가장 형량이 높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당대표였던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송언석 의원에게는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 원을 구형했다.
이만희·김정재 의원에게는 징역 10개월과 벌금 300만 원, 윤한홍 의원에게는 징역 6개월과 벌금 300만 원, 이철규 의원에게는 벌금 300만 원을 각각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밖에 원외인사인 민경욱·이은재 전 의원에게도 각각 징역 10개월과 벌금 500만 원, 강효상·김명연 전 의원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과 벌금 500만 원, 김성태 전 의원에게는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피고인 중 고(故) 장제원 전 의원은 사망을 이유로 공소가 기각됐다.
이들을 비롯한 당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보좌진 등 27명은 2019년 4월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하거나 국회 의안과 사무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등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고 하자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격렬한 몸싸움을 포함한 물리력을 행사함으로써 '동물 국회'를 만들었다는 여론의 거센 질타 속에 2020년 1월 국회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에 대한 구형이 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될 경우 무더기로 의원직이 상실되고 5년 이상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 있어 향후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현행법상 특수공무집행방해·폭행은 집행유예 이상, 국회법 위반 혐의는 벌금 5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돼 별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나경원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패스트트랙 충돌이 국회선진화법에서 금지하는 폭력 행위가 아니라 '일상적인 정치 행위'였다며 거듭 무죄를 호소했다. 나 의원은 "이 사건에 있어 책임을 묻는다면 당시 원내대표로서 핵심 당사자인 저에게 모든 책임을 물어 달라"면서도 "이 사건은 사법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 영역의 일"이라고 항변했다. 아울러 "당시 행위는 헌법 질서와 의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다"며 "극단적 폭력이 아닌 농성, 구호 제창, 철야 농성 등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정치 행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내고 "특수공무집행방해는 금고 이상 확정시 의원직을 상실하는 중형에 해당된다. 징역 2년을 구형받은 나경원 의원이 법무부, 대검찰청, 대법원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법사위 간사에 선임되는 것은 심각한 이해충돌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또한 나경원 의원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폭로했듯 패스트트랙 재판과 관련해 공소 취하를 청탁했다는 전력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에 더해 나경원 의원은 12·3 불법 계엄선포 당일 추경호 의원과 함께 윤석열과 통화한 유이(有二)한 국회의원이자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특검의 수사선상에도 올라가 있다”면서 "국민의힘은 나 의원의 법사위 간사 추천을 즉시 철회하라. 나 의원 역시 그 어떤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의원직 상실형만큼은 어떻게든 벗어나 보겠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 의원이 있어야 할 곳은 법사위 간사 자리가 아니라 법정”이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박찬규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나경원 의원은 패스트트랙 법안을 막기 위해 국회를 점거하고 의안 접수를 가로막으며,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짓밟고 민주주의 절차를 난폭하게 유린한 장본인”이라면서 "회의장 점거, 의안 접수 방해, 폭력적 충돌은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킨 명백한 범죄이자 제도 정치의 이름으로 자행된 반달리즘이었다”고 규정했다.
이어 "이 재판은 무려 6년 가까이 끌며 정치인은 제 발로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만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그간 나 의원은 본인의 재판을 의식해 각종 당내 선거에 출마, 권력을 통한 통제를 시도했다. 또한 내란 국면에서 윤석열을 적극 비호하며 권력의 방패막이가 되기를 자처했다”면서 "혹여 이번 사건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끝난다면 사법부는 폭력과 불법을 제도화하는 전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판사 출신 5선 의원'이라는 내부자 정치 권력 앞에 추상같은 판결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사법부의 일말의 존재 가치를 웅변하는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당 홍성규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논의 자체를 완강히 거부하다 국회법에 따른 응당한 절차마저 집단폭력으로 참담하게 가로막고, 심지어 동료 의원에 대한 감금마저 서슴지 않았던 행태에 비하면 솜방망이 구형이다. '일상적인 정치 행위'라는 나경원 의원의 궤변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검찰 구형에 몇 곱을 더해도 모자랄 판에 재판부는 절대로 조금도 깎아서는 안 될 것이다.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길가에 구르는 개똥만도 못하게 여기는 이 무도한 자들에게서 반드시 그 금배지부터 떼어내야 마땅하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바로 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