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대조적인 한국과 브라질
룰라 “무기 제공 안 해” vs 윤 정부 ‘가능한 역할’
독일총리·나토사무총장, 우크라 무기 요청 캠페인
남미에 우크라 전쟁 서방국 개입주의에 의구심
독일총리, 우크라 무기 요청에 브라질 룰라 ‘NO’
“브라질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에서 진행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은 평화의 나라인 만큼 간접으로라도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것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요청하러 몸소 브라질을 방문한 숄츠 총리의 면전에서 한 말이었다. 숄츠가 당황했음은 물론이다. 숄츠 총리는 룰라의 브라질에 우호적 태도를 보였으나, 룰라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발언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고 외신들을 인용해 연합뉴스가 전했다. 숄츠는 룰라의 대통령 취임 이후 브라질을 방문한 첫 번째 외국 정상이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보낸 독일제 자주대공포 게파르트에 쓰일 탄약을 브라질에 요청한 바 있다. 또한 최근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2 주력전차의 제공을 결정했으나 이 전차에 쓰일 탄약의 추가 생산이 여의치 못한 상황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날 회견에서 룰라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침공은 “고전적 실수”로 잘못됐다고 비판하면서도, 전쟁 개입이 아니라 평화로운 종전 노력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그는 브라질은 어느 편에 서지 않고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우크라이나에서 평화를 달성하는데 이바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룰라는 3월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남미에 우크라 전쟁 서방 개입주의에 의구심
브라질을 찾기에 앞서 숄츠 총리는 아르헨티나(1월 28일)와 칠레(1월 29일)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간곡히 요청했으나,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 이들 두 나라는 러시아의 침공은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무기 지원에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와 라틴아메리카는 우크라이나든 어느 분쟁지역이든 무기를 보낼 계획이 없다”고 했고,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전후에 지뢰 제거 등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돕기로 약속했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식량 및 에너지 가격 폭등과 같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제재의 여파로 중남미 지역이 특히 극심한 타격을 받은 탓에 서방의 접근법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자신들도 과거에 당해본 서방의 개입주의와 제재에 대한 회의주의가 팽배하다고 분석했다.
숄츠가 남미 순방을 하던 바로 그 시간에 유럽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한국과 일본을 찾았다. 방문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직접적 무기 지원을 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해도 무방하다.
나토총장 무기 요청 공론화…윤석열 “가능한 역할”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공식 요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날 30일 최종현학술원 강연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넌지시 이문제를 거론해 한국 내에서 공론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시민언론 민들레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경제적, 인도적 지원에 감사를 표한다. 한국이 지원을 계속하되, 더 했으면 한다”고 말하고 “군사적 지원이라는 구체적인 이슈는 결국 한국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하겠다”고 공을 윤 정부에 넘겼다.
스톨텐베르크는 분쟁국가에 무기 수출을 금지해온 독일과 노르웨이, 스웨덴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기로 했음을 상기한 뒤 “우크라이나는 더 많은 탄약과 더 많은 무기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이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러시아 침공을 몰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주목을 끈 것은 윤 정부의 반응이다. 확실히 자르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튿날인 31일 이종섭 국방장관은 방한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인도 부인도 아니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스톨텐베르크의 예방을 받고는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국민을 돕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가능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해 상황 변화에 따라 무기·탄약의 직접 지원은 없다는 기존 입장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가치 외교’를 통한 글로벌 중추국가’의 달성을 목표로 내건 윤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해협 갈등, 남중국해 문제, 이란 문제 등 한반도를 벗어난 민감한 국제 안보 현안에 대한 개입 수위를 급속도로 높여가고 있어, 자칫 한국이 우리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분쟁에 얽힐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